뉴스데스크손하늘, 정상빈

[집중취재M] 횡단보도 지켜 우회전 멈췄더니‥순식간에 추월·뒤에선 "빵빵!"

입력 | 2022-02-18 20:07   수정 | 2022-02-18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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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길모퉁이에서 차가 우회전을 할 때, 이렇게 횡단보도에 사람이 건너고 있으면, 차는 당연히 멈춰서야겠죠.

하지만 실제 도로의 현실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뒤에 선 차들이 빵빵 대면서 재촉하고, 압박을 받은 차들이 일단 횡단보도를 가로지르기 일쑤인데요.

이런 우회전 사고가 적지 않다 보니까, 올 하반기부터는 횡단보도에 사람이 있으면 우회전 차량도 일단 멈추도록, 규정이 강화됩니다.

과연 잘 지켜질지, 먼저 손하늘 기자가 현장에 나가봤습니다.

◀ 리포트 ▶

우회전한 뒤 횡단보도 앞에 멈춰 선 차량.

SUV 차량이 이 차를 추월하더니, 횡단보도를 가로지릅니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을, 우회전하는 화물차가 위협합니다.

최근 3년간 우회전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서울 시내 사거리를 45분간 지켜봤습니다.

모두 18번 파란불이 들어왔는데, 이 중 12번, 사람들이 길을 건널 때 차들이 횡단보도를 질주했습니다.

인천 부평의 한 초등학교 앞.

작년 말 횡단보도를 건너던 9살 남자 아이가, 우회전하던 25톤 화물차에 치여 숨진 곳입니다.

뒤늦게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됐고, 경찰이 집중 단속한다는 현수막도 걸렸습니다.

′숨진 아이에게 미안하다′는 추모 현수막이 무색하게도, 여전히 파란불 횡단보도를 가로지르는 우회전 차량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횡단보도의 높이를 높여 속력이 줄어든 게 그나마 달라진 점입니다.

[오영숙/인근 주민]
″여전히 똑같은데, (과속)방지턱이 높으니까 차량들이 천천히 가는 편이지요. 방지턱이 전에는 안 높았거든요.″

매년 70명이 우회전 사고로 숨지고 4천 380명이 다칩니다.

차량이 우측 통행하는 우리 도로에선, 우회전한 뒤 도로가 비어있다보니, 좀처럼 속도를 줄이거나 멈추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반드시 멈추도록 규정이 강화됩니다.

오는 7월부터는 우회전할 때 횡단보도 근처에 사람이 다가오기만 해도 일단 멈춰야 합니다.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도 물론이고, 어린이보호구역이라면 사람이 없어도 무조건 멈춰야 됩니다.

어기면 범칙금 6만 원에 벌점 10점입니다.

강화된 도로교통법이 안내하는 대로 우회전을 하면 과연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지, 제가 직접 이 차를 몰고 나가 살펴보겠습니다.

우회전 도중 켜진 파란불, 횡단보도에 사람들이 건너자, 저는 그 앞에 멈췄습니다.

그런데 뒤따르던 버스가 옆 차로로 저를 추월하고, 그 뒤 SUV와 승용차까지 3차로, 4차로로 앞지르려고 나섭니다.

사람들이 아직 건너는데도 버스와 승용차에 이어 차들이 줄줄이 횡단보도를 가로지르고, 저만 서 있습니다.

이내 뒤에선 ′너는 왜 가지 않느냐′는 듯 ″빵빵″ 경적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김일동/화물기사]
″옆에서도 이렇게 하다 보니까, (뒤에서) 빵빵거리면 자기도 모르게 슬슬 나가게 되고, 그러다보면 아이들 튀어나오는 것도 못 보고‥″

″횡단보도에 사람이 있으면 일단 멈춰라″

이 당연한 규칙을 새삼스레 적용해도, 실제 현실 도로에서 지켜질지는 여전히 미지수인 상황입니다.

MBC뉴스 손하늘입니다.

영상취재: 김희건/영상편집: 이현선

◀ 앵커 ▶

강화된 규칙 시행이 넉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경찰과 지방자치 단체들은 우회전 신호등 같은 각종 시설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이걸 무시하고 일단 핸들부터 꺾는 차들이 여전합니다.

조금 전에 손하늘 기자의 보도에서 보신 것처럼, ″다들 가는데 왜 멈춰야하냐″는 운전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정상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서울 구로의 한 초등학교 앞.

우회전하는 차량 앞에 영상이 나타납니다.

우회전 한 뒤 도로에 사람이 있는지, 영상 표지판에 미리 보여주는 겁니다.

특히 어린이보호구역이다보니, 갑자기 튀어나오는 아이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차도 사람도 많이 다니는 경기도 과천시청 앞, 인공지능이 횡단보도에 들어선 사람을 인식해, 우회전 차량에 ″주의″하라고 경고를 띄웁니다.

[신동선/경기 과천시 교통과장]
″보행자가 횡단을 할 때 우회전하는 차량의 신호위반 건수가 약 40% 정도 감소된 것으로‥″

오는 7월, 우회전 규정 강화를 앞두고, 곳곳에 우회전 신호등도 늘고 있지만 신호위반은 여전합니다.

작년 3월, 11살 여자아이가, 불법 우회전하던 25톤 화물차에 치어 숨진 초등학교 앞.

우회전 차량 전용 신호등이 설치됐습니다.

하지만, 불과 15분 사이 대형화물차 2대가 보행자 신호를 무시하고 또 우회전을 합니다.

[이혜령]
″아이가 초록불만 보고 건너가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럴 때 사고가 날 위험이 있으니까‥″

역시 우회전 전용 신호등이 설치된 서울 청량리역 삼거리.

보행자들에겐 파란불, 우회전 차량에겐 빨간불이 들어왔지만, 무시하고 지나갑니다.

태릉입구 교차로에선, 무려 6대의 차량이 줄줄이 신호를 무시했습니다.

[인근 주민]
″날마다 여기서 사고가 나는 거예요. 하루에 열 건이고 스무 건이고‥ 이 사람들이 위반하기 때문에 사고가 나는 거예요.″

경찰은 우회전 규정이 강화되면 선진국 최하 수준인 우리나라 보행자 사망률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홍석근/택시기사]
″사람이 있나 확실하게 확인하고 건너는 편입니다. 올해 들어서, 미리 몸에 배게 만들어야지요.″

이를 위해 제도 강화와 장비 설치 뿐 아니라, 우회전할 때는 일단 멈추는 문화가 자리잡도록, 추진해 나갈 계획입니다.

MBC뉴스 정상빈입니다.

영상취재: 이지호 윤병순/영상편집: 양홍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