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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범수, 허주희, 이다현
[단독] 선거비 먹튀 8명 또 출마‥"예술품을 팔아? 무식한 소양…"
입력 | 2022-05-27 19:47 수정 | 2022-05-27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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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지방선거가 닷새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우리나라는 ′선거공영제′라고 해서 돈이 없어도 출마할 수 있게 선거 끝나고 후보자에게 선거비용을 국고에서 보전해줍니다.
득표율이 10%가 넘으면 선거비용의 절반, 15%가 넘으면 전액을 돌려주는 식인데요.
대신, 선거과정의 부정으로 당선이 무효가 되면 이 돈 다 반환해야 합니다.
국민세금을 부정한 선거에 지원할 순 없으니까, 당연하겠죠.
근데, 다들 반납했을까요?
저희가 오늘 단독으로 취재한 이 얘기를 첫 소식으로 전해드리려고 하는데요.
짐작하시는 대로 MBC 취재 결과, 반환해야 할 선거비용을 안 낸 선거사범들이 부지기수였습니다.
심지어, 그래놓고 이번 지방선거에 또 출마한 사람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전주, 춘천, 광주, 경남, 대구 MBC의 기자들이 함께 추적 취재했습니다.
한범수, 허주희, 이다현 기자가 이어서 보도합니다.
◀ 한범수 기자 ▶
이번 익산시장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박경철 후보.
[박경철/전북 익산시장 후보]
″이 박경철 시장을 믿으셔야 합니다.″
박 후보는 지난 2015년 선거법 위반이 확정되면서 시장이 된 지 1년 만에 당선 무효가 됐습니다.
당연히 보전받은 선거비용 1억 1천만 원은 반환해야 했습니다.
얼마나 냈을까?
1백만 원만 강제징수됐고, 나머지 1억 9백만 원은 ′징수불가′로 기록돼있습니다.
이번에 신고한 재산은 마이너스 4억 원 정도.
[박경철/전북 익산시장 후보]
″6년을 낭인으로 살았는데 무슨 수입이 있었겠냐…″
그런데 재산내역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8천5백만 원어치의 서예작품과 그림, 16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2015년 당시에도 박 후보는 5천만 원 상당의 미술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미술품을 팔아 선거비용을 내면 되지 않냐고 묻자 돌아온 답변.
[박경철/전북 익산시장 후보]
″미술품은 내가 평생에 수집하는 취미생활이에요. ′예술품마저 갖고 있는 게 문제가 있고 비리다′ 하는 게 아주 무식한 문화적 소양을 대변하는 거다.″
남원시장에 도전하는 윤승호 후보도 선거법 위반으로 과거 선거비용 1억 1천만 원을 내놔야 했습니다.
그런데 11년이 지나도록 한 푼도 내지 않았고, 시효 5년이 지나 이제 징수조차 불가능합니다.
[윤승호/전북 남원시장 후보]
″정말 그 시절에는 돈이 없어서 못 냈다.″
올해 공개한 재산은 6억 천만 원.
재산내역을 추적해보니 10년 전부터 가족 명의로 토지 3필지를 계속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땅이라도 팔아서 일부라도 선거비를 반환할 수 있었지 않느냐고 물었습니다.
[윤승호/전북 남원시장 후보]
″(처분하면) 한 1,500만 원 됩니다. 지리산 산골에 있는 산이 뭘 해서… 보증금 1억 1천만 (갚는데) 의미가 있겠습니까?″
이랬던 윤 후보는 출마를 결심한 뒤 미반환 문제가 걸림돌이 되자, 뒤늦게 복지단체에 3천만 원을 기부했습니다.
◀ 허주희 기자 ▶
강원도의원에 출마한 이기찬 후보.
통영시의원에 나선 이명 후보.
이미 재선의 경험이 있는 이기찬 후보는 폭력 전과를 허위로 기재했다가, 3선을 했던 이명 후보는 유권자에게 밥을 사줬다가 당선 무효형을 받았습니다.
두 후보가 내놓아야 할 돈은 각각 3천3백만 원과 2천8백만 원.
두 사람 돈이 없었다고 주장합니다.
[이기찬/강원도의원 후보]
″돈이 없는데 어떻게 할 거예요. 돈이 없는데… 없는 돈을 어디 가서 훔쳐?″
[이명/경남 통영시의원 후보]
″약간의 수입은 있습니다. 근데 2~3년 동안 코로나로 수출입이 중단됐고…″
선관위에 신고한 재산을 살펴봤습니다.
이기찬 후보자의 배우자 명의로 된 땅입니다. 현재 시세가 1억 원 정도인데, 선거 미납비용을 갚고도 남는 돈입니다.
이번 출마를 위해 선거비용을 갚겠다며 내놨다는데 팔리지 않고 있습니다.
이명 후보는 30대 아들 앞으로 3억 원가량의 아파트와 단독주택이 있습니다.
[이명/경남 통영시의원 후보]
″<아들 명의라도 처분해서 받으면 되지 않나?> 그거는 제가 아들하고 의논해서 한번… 아들이 미혼이라…″
이처럼 배우자나 자녀가 재산이 있어도 본인의 재산이 아니면 징수를 할 수 없습니다.
본인 예금이 생겨도 세무서 조사 시점만 피하면 징수가 안 되고, 현금은 있어도 추적이 힘듭니다.
그러니 돈을 안 내도 모아둔 수석을 자랑하며 취미생활을 즐기고.
[이명/경남 통영시의원 후보]
″값이 있는 건 거의 없습니다. 그거는 다 취미생활로써…″
오로지 당선을 목표로 또 출마를 할 수 있는 겁니다.
[이기찬/강원도의원 후보]
″<앞으로 반납할 계획인가요?> 일단은 당선이 되는 게 우선이고, 당선이 되면 다른 방법이 있지 않을까…″
◀ 이다현 기자 ▶
정치인들도 문제지만 징수업무를 서로 떠넘기고 있는 선관위와 세무서도 문제입니다.
2011년 선거법 위반으로 화순군수에서 내려와야 했던 전완준 후보.
[전완준/전남 화순군수 후보]
″11년 만에 돌아왔습니다. 일하고 싶어서 돌아왔습니다.″
역시 1억 5백만 원을 안 냈습니다.
[전완준/전남 화순군수 후보]
″(선거비용 반환) 통보를 받아본 적이 없다니까요. 내라고… <선관위에서 통보를 안 했다는 말씀이신가요? 한 번도?> 그렇죠.″
어떻게 된 일일까요?
선관위는 지난 11년간 5차례나 돈을 받아낼 권한이 있는 세무서에 징수를 요청했다고 합니다.
[전남 화순군 선관위 관계자]
″중앙선관위에서 이제 해 년마다 발송하라고 해서 하는 거예요. 위에서 시켜서…″
그런데 관할 세무서는 선관위에 3차례는 ′전 후보가 재산이 없다′, 2차례는 아예 응답을 보내지도 않았습니다.
전 후보가 이번에 신고한 재산은 9억 9천만 원.
한 영농조합법인의 주식을 4억 3천만 원이나 가지고 있고, 이 법인은 최근 2년간 4백만 원씩 월급도 줬습니다.
[전완준/전남 화순군수 후보]
″법적으로 내게 되면은 내야지. 대한민국 국민이 세금 납부 의무를 안 하면 안 되죠.″
깔끔한 현대식 2층 건물과 기와집을 부인과 함께 보유하고 있는 장세호 전 칠곡군수.
선거비용 8천만 원을 반환하라는 고지서를 받았지만, 대법원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며 거부했습니다.
[장세호/경북 칠곡군수 후보]
″선거관리위원회에 나는 선언을 했어요. 나는 반환 못 한다고. 그 이후에 내가 급여도 있었고 다 있었습니다. 재산도 있었고…″
그런데도 선관위는 장 후보를 단 한 번 조사하고 징수불가 판정을 내렸습니다.
영상취재: 서정희(전주) 김상배(광주) 이인환(춘천) 장성욱(경남) 윤종희(대구) / 영상편집: 고무근, 김하은, 류다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