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차현진

무인 주문기 앞에 선 시각장애인들‥"소리없는 벽"

입력 | 2022-07-11 20:24   수정 | 2022-07-12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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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요즘 식당이나 카페에 가면 무인 단말기로 주문하고 계산하는 곳 많아졌습니다.

편리하긴 합니다.

그런데 장애인들은 이 무인 단말기가 ′소리없는 벽′이라고 토로합니다.

차현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오늘 낮, 서울 중구의 한 패스트푸드점.

지팡이를 짚은 시각장애인들이 줄지어 들어갑니다.

곧바로 마주한 무인 단말기, 서자마자 난관에 봉착합니다.

눈에 보이는 건 아무것도 없는데 음성 안내기능 지원이 없기 때문입니다.

비장애인이 옆에 와서 버튼 위치를 알려줘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거기가 딱 런치 위치에요″

기본적인 메뉴 주문에도 3분 넘게 걸리는 상황.

급기야 시각장애인의 손을 잡고 대신 눌러주기까지 합니다.

제가 직접 키오스크를 이용해 햄버거를 주문해보겠습니다.

여기 ′장애인 도움′ 기능이 있지만,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지원 기능은 없습니다.

그나마 손으로 인식이 가능한 건 단말기뿐입니다.

[이창현/시각장애인]
″할 수 있는 게 카드를 꽂는 것밖에 없어요. 솔직히 말 그대로 무한대로 전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급할 때는 비장애인인 기자에게도 사용이 어렵게 느껴지는 무인 단말기.

[기자]
″이거 어떻게 해야 되는 거야, 진짜 모르겠다.″

시각장애인들에겐 ′소리없는 벽′처럼 느껴진다고 합니다.

[이창현/시각장애인]
″다 주문하고 (카드를) 꽂아야 되는지도 전혀 모르겠고 전혀 이런 정보를 키오스크를 통해 얻을 수가 없어요. 그냥 벽이에요 벽.″

오늘 낮, 시각장애인 60여 명이 패스트푸드점에서 무인 단말기를 이용해 식사를 주문하는 행동을 벌였습니다.

음성지원 기능과 점자를 탑재한 단말기 도입을 오는 2026년까지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정부의 연구 용역 결과에 반발한 겁니다.

시각장애인 국회의원도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김예지/국민의힘 의원 (시각장애인)]
″4년이라는 시간을 장애인들을 차별해도 좋다는 잘못된 시그널(신호)을 시행령에서 줘서는 안 된다고…″

장애인 단체가 전국 1,000여 개 무인단말기를 무작위 조사한 결과 모든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기기는 인천의 한 병원에서 단 1개 발견됐습니다.

MBC뉴스 차현진입니다.

영상취재: 김준형 / 영상편집: 박혜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