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정상빈

[집중취재M] 19년 싸워 이겼는데 또 4년‥"나 죽기만 바라나?"

입력 | 2022-10-12 20:21   수정 | 2022-10-12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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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대법관 자리가 비어있는 건 40일이지만, 이 결정이 나지 않고 있는 시간은 훨씬 깁니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대법원의 베상판결을 받아내는 데만 19년이 걸렸고, 이제 이달 말이면 그 판결이 나온 지도 4년을 채웁니다.

그 4년동안 일본 기업들은 철저히 무대응으로 일관했고, 우리 법원조차 결정을 미루고 있는 겁니다.

어느 덧 아흔 살을 넘긴 피해자들은 사과도, 배상도 못 받고 하나둘 눈을 감고 있습니다.

이어서 정상빈 기잡니다.

◀ 리포트 ▶

[지난 2009년]
″내 청춘을 돌려줘라, 이놈들아.″

13살 고사리 손으로 비행기를 닦던 소녀는, 이제 94살 할머니가 됐습니다.

[양금덕/강제동원 피해자]
″지금도 이 오른 어깨를 잘 못 해요. 얼마나 그 놈을 닦아대고 그랬던지‥″

2018년 우리 대법원은 미쓰비시가 강제동원 피해를 배상하라고 확정판결했습니다.

여기까지만 19년이 걸렸습니다.

그런데, 끝이 아니었습니다.

판결을 무시하는 미쓰비시가, 국내에 가진 상표권을 압류하는 소송에 3년, 이걸 강제매각해 배상금을 달라는 소송이 진행 중인데, 마지막 남은 대법원은 답이 없습니다.

20년 넘게 일본을 오가며 목청을 높였지만, 작년부터 부쩍 건강이 안 좋아졌습니다.

[양금덕/강제동원 피해자]
″내가 죽어버리면 자식을 주겠어? 누구를 주겠어? 나 죽기만 바라는가 보다 싶으니까 참 서운하고‥″

피해자가 숨지면 가족이 재판을 넘겨받는데, 일본 기업들이 절차 하나하나 시간을 끌면, 소송은 계속 헛돌게 됩니다.

[김정희/변호사(피해자 대리인)]
″돌아가신 분들의 강제집행은 현재 멈춰 있습니다. 시간은 완전히 일본의 편이 되겠구나‥″

미쓰비시와 신일본제철, 후지코시 등 전범기업 세 곳을 상대로 배상금을 받아내려는 소송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처음엔 수십명이 함께 법정에 섰지만, 지난달 두 명이 눈을 감았고, 이제 14명 남았습니다.

[양금덕/강제동원 피해자]
″사죄 한 마디 받으려고 이렇게 몽그리고 있었는데, 그 사죄 한마디 못 받고 내가 죽는다고 그러면 얼마나 원통하고‥″

MBC뉴스 정상빈입니다.

영상취재 : 허원철 영상편집 : 이상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