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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영
[집중취재M] 사라진 계절노동자‥뒤에는 전문 브로커
입력 | 2022-10-20 20:32 수정 | 2022-10-20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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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농촌의 일손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지난해부터 시행되고 있는 ′계절 근로자 제도′라는 게 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최장 5개월 동안 국내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인데, 무슨 일인지 노동자들이 단체로 사라지는 일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수수료를 떼가는 브로커들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조수영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배낭을 메고, 양손에 짐 보따리를 든 여성이 서둘러 나옵니다.
급한 듯 차 짐칸에 짐을 싣습니다.
먼저 나와 있던 여성도 등과 손에 한 짐이 들려있고, 뒤이어 뛰어나오는 여성도 바리바리 싼 짐을 성급히 차에 올립니다.
농가 일손을 돕기 위해 온 필리핀 국적 계절근로자들인데, 한밤중 몰래 농장을 빠져나와 사라졌습니다.
두 달 전까지 계절근로자들이 숙소로 쓰던 곳입니다.
창고로 이동해보면 이런 옷가지들은 물론이고, 한국 입국 때 쓴 것으로 보이는 짐가방까지 놓고 간 것으로 보입니다.
인근 농장에서도 필리핀에서 온 계절근로자 5명이 월급날을 앞두고 한꺼번에 사라졌습니다.
[원종석/전북 완주 농장주]
″(5명이 받아 가야 할 월급이) 1천만 원이 넘어요. 그런데 (월급날까지) 3일 남겨놓고 돈도 안 받고 그냥 나갔다는 거죠.″
전북 완주군이 올해 처음으로 유치한 필리핀인 계절근로자 28명 중 17명이, 고창에선 네팔인 계절근로자 250여 명 중 150명 넘게 달아났습니다.
농장에서 도망치면 불법체류자 신분이 되지만, 공장 같은 곳에서 일하면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계절근로자는 농장주에게는 감사하지만, ′급여′ 때문에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는 편지를 남겼습니다.
이들의 한 달 월급은 국내 최저임금인 190여만 원 정도.
하지만 실제 손에 쥔 돈은 70~80만 원에 불과했습니다.
[완주지역 농장주]
″월급 줄 때마다 불만이었고, ′계절근로자들이 언젠가 가겠구나′ 그게 다 보이더라고요.″
배경엔 브로커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사실상 자치단체를 대신해 해외에선 계절근로자들을 모집하고, 국내에선 인력관리까지 도맡고 있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한 브로커는 계절근로자들의 월급에서 숙식비를 뗀 약 160만 원 가운데 절반가량을 수수료로 가져간다고 인정했습니다.
[계절근로 브로커]
″저희가 통장 관리를 하자고 했어요. 왜 그러냐. 외국인등록증, 여권까지 다 줬는데 통장까지 주면 월급 들어오면 다 갖고 도망갈 거 아닙니까?″
불법이 아니냐는 질문엔, 자신들이 아니면 이 일을 누가 대신하겠냐고 되레 따져 묻습니다.
[계절근로 브로커]
″저는 농가와 근로자와 공무원을 굉장히 자유롭게 해드리기를 원하는 사람이에요. 잘못한 거 있으면 가서 처벌 받고‥″
담당 지자체는 계절근로 사업이 처음이라 현지 업체의 도움을 받았을 뿐, 이런 문제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완주군 관계자]
″근로자 임금을 이용을 좀 하는 것 같아요. 그렇게만 알지, 세부적으로는 저희는 모르잖아요.″
올해 입국한 계절근로자는 7천6백 명이 넘는데, 벌써 10%에 가까운 751명이 이탈했습니다.
법무부는 도망친 계절근로자들의 행방을 뒤쫓는 한편, 브로커들의 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조수영입니다.
영상취재 서정희/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