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김세영

개똥 치우고 잔디 깎고‥"지옥 벗어나고 싶어"

입력 | 2022-07-05 06:39   수정 | 2022-07-05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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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2주 전 한국농수산대학교 학생이 실습을 하다 기계에 끼어 목숨을 잃었습니다

많은 학생이 열악한 실습환경에 처해 있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김세영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지난달 말, 전남 지역의 한 당근밭입니다.

두 명의 젊은 남성이 날카로운 날이 돌아가는 기계를 들고 잡초를 깎고 있습니다.

현장실습 중인 한국농수산대 학생들입니다.

예초기를 쓰려면 반드시 얼굴과 무릎 등의 부상을 막는 보호장구를 착용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보호장구가 지급되지 않아, 학생들은 매번 풀을 벨 때마다 위험에 노출돼 있습니다.

실습을 지도하는 사람도 보이지 않습니다.

앞서 지난달 20일, 화훼학과 학생이 실습 도중 기계에 끼어 숨지자 학교 측은 이틀 뒤 학생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실습현장을 점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마침 이 현장에도 교수가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학생들이 묵는 숙소에 가서 면담만 하고, 차로 20분 거리인 실습 현장은 들르지도 않고 떠납니다.

전화만 돌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실습생들은 농장주의 주말 체험농장 프로그램에 동원되는가 하면, 부모의 묘지 벌초, 대리운전, 밥짓기 등 온갖 잡일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합니다.

[한국농수산대 축산학부 2학년]
″별의별 일을 다 시켜요. 개 배설물 치워라. (외국인 노동자에게) 계란 삶아줘라. 빵 데워줘라.″

학교의 입장은 어떨까, 찾아가서 물어봤습니다.

[한국농수산대 관계자]
″이렇게 제보를 할 수는 있는데 당당하게 교수님 앞에서 얘기를 못하는 거야.″
(왜 그러겠어요?)
″모르겠어요.″

학생들로선 문제를 제기했다간 불이익만 받을 거라는 두려움이 큽니다.

실제로 지난 5월, 익명 설문조사에서 ′1점′을 주며 개선을 요구한 학생들은 ″교수가 전화를 달라고 한다″는 요구를 받았습니다.

[한국농수산대 축산학부 2학년]
″설문조사를 했을 때 ′1점′ 주고 안 좋은 말들을 썼단 말이에요. 근데 ′불만인 사람 자기한테 전화해달라′‥ (그러면서) 더 힘든 목장이 있거든요? ′네가 거기를 가고 싶어하는구나.′″

문제를 제기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겁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열악한 실습실태에 대한 대책을 묻는 취재팀의 질문에 ″학습 중심의 현장실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습니다.

바로간다, 김세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