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외전김현지

잿더미 덮친 폭설‥"컨테이너라도 살고 싶다"

입력 | 2023-01-27 15:07   수정 | 2023-01-27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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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설 연휴를 하루 앞두고 불타버린 구룡마을.

잿더미 상태에 폭설까지 쏟아졌습니다.

이재민 60여 명은 구청이 마련한 임시 숙소에 머물러 왔지만 그곳도 곧 비워줘야 합니다.

김현지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인적은 거의 없고 새소리만 들리는 구룡마을.

흰 눈이 마을을 뒤덮었지만 화염이 휩쓸고 간 흔적까지 감추진 못했습니다.

발화 지점 근처엔 노란 통제선이 쳐졌습니다.

냄비와 주전자 등 온갖 집기류들이 타 있고, 골라놓은 연탄은 눈에 다 젖어 쓸 수 없게 됐습니다.

타버린 구룡마을의 집들은 대부분 수십 년 된 무허가 건물들이라 다시 지을 수 없습니다.

이재민 60여 명이 돌아올 수 없다는 뜻인데, 구청이 마련한 임시 숙박시설도 2주 안에 비워줘야 합니다.

이어 서울 외곽의 임대주택으로 가야 하지만, 보증금과 월세 부담 등을 생각하면 발걸음이 선뜻 떨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조항춘/구룡마을 이재민]
″딴 데로 가서 뭐 살 만한 형편도 안 되고 그러니까‥임대료가 이제 또 뭐 한 20만 원씩 이상 낸다고 하더라고.″

서울시는 향후 구룡마을 전체를 공공임대주택으로 조성할 예정이고, 앞서 5백여 세대도 임대주택으로 옮긴 만큼 임대주택 입주 외엔 대안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화재 후 한파와 대설이 덮친 구룡마을은 여전히 ′떡솜′으로 불리는 보온재 등에 의지한 채 불에 취약한 모습 그대로입니다.

집집마다 소화기가 비치돼 있긴 하지만 이렇게 먼지가 쌓인 채 사실상 방치가 돼 있고요.

특히 주민 대부분이 고령층이기 때문에 사용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이번엔 화마를 피했지만, 마을에 남아있는 주민들의 속내도 전보다 복잡해졌습니다.

MBC뉴스 김현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