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류현준

반지하 떠나지 못한 사람들‥"다음 여름이 걱정"

입력 | 2023-01-05 20:28   수정 | 2023-01-05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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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지난 여름, 서울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면서, 반지하에 살던 일가족이 목숨을 잃었고, 수천 세대가 피해를 입었습니다.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과 함께 반지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여러 가지 대책도 나왔는데요.

다섯 달이 흐른 지금 피해를 입은 주민들은 정부, 지자체의 대책으로 반지하를 벗어날 수 있었을지, 류현준 기자가 현장에 다시 가봤습니다.

◀ 리포트 ▶

지난여름, 수천 세대의 반지하가 물에 잠겼던 서울 관악구.

이곳에도 겨울이 찾아왔습니다.

5개월 전 반지하 집이 침수된 유순애 씨 부부.

17년 만에 처음으로 반지하를 벗어나 지상층으로 옮겼습니다.

[유순애/반지하 침수 피해 주민]
″이제는 뭐 물 들어올 그런 걱정은 안 하고 살지요.″

새집은 공공임대주택 지상 2층입니다.

창문을 열자 반지하에선 볼 수 없었던 햇살이 집 안 구석구석을 비춥니다.

[유순애/반지하 침수 피해 주민]
″침수 피해 나고부터는 매일 날씨를 확인했는데 지금은 이제 날씨 확인 안 해도 되겠다는‥″

유 씨가 반지하를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침수 우려 반지하 가구에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하는 제도가 확대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난여름 침수된 수천 세대의 반지하 가구 중 지금까지 단 10세대 만이 입주 계약을 맺었습니다.

월세가 높다, 방이 좁다 등의 이유로 포기한 가구가 많습니다.

월세 34만 원.

기초생활수급자인 유 씨 부부는 월세를 지원받지만 10만 원대의 월세를 내는 다른 반지하 거주민들에게는 적지 않은 돈입니다.

김용천 씨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김 씨는 아직도 물에 잠겼던 바로 그 집에서 그대로 살고 있습니다.

반지하는 겨울에도 결코 살기 좋은 곳이 아닙니다.

[김용천/반지하 주민]
″(바닥에서) 물이 나오죠. 손이 다 젖잖아요. 이렇게.″

지원금 2백만 원으로는 피해를 복구하기도 부족했습니다.

김 씨에게 반 층 위 지상은 여전히 높습니다.

[김용천/반지하 주민]
″가격 차가 커요. 여긴 좀 가격이 싸니까‥가격 차는 반 넘게 날 것 같아요.″

서울시가 지상으로 이주하는 주민에게 월 20만 원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지원기간이 2년이라 선뜻 이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지난달 말부터 지원이 시작됐는데 6만이 넘는 지원 대상 중 백 가구 가량만 지원을 신청했습니다.

[최종관/반지하 주민]
″지상층으로 이주한다 하더라도 결국 2년 뒤에는 원래 값을 내야 되는 것이고‥″

국가인권위원회는 최근 기후위기로 침해되는 생명권, 주거권 등 기본권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라는 의견을 냈습니다.

하지만 신사동 반지하 주민들에게 국가는 아직 멀리 있습니다.

[최은영/한국도시연구소 소장]
″집이 사람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라는 걸 또다시 보여줬잖아요. (침수) 주기가 짧아질 가능성이 큰 상태에서 지하들에 관해서는 신속하게 대응이 필요할 것이고요.″

누군가는 떠났지만, 아직 남은 사람이 더 많습니다.

여전히 60만 가까이 되는 반지하 거주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다가올 여름, 비가 많이 오지 않길 바라는 것 뿐입니다.

[최종관/반지하 주민]
″점점 더 기후가 불안정해지고 있는 게 느껴지니까요. 그냥 비가 왔을 때 최대한 물건들을 피신시킬 수 있어야겠다. 이 정도의 생각만 갖고 있습니다. ″

MBC뉴스 류현준입니다.

영상취재 : 김준형 / 영상편집 : 고무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