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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나연
[집중취재M] '세상에 없는' 자식 키우는 미혼부들‥"2년 못 기다려요"
입력 | 2023-05-08 20:08 수정 | 2023-05-08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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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세상에 태어나도 출생 신고를 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엄마만 출생 신고를 할 수 있다 보니, 미혼부 들은 출생 신고를 할 수 없었는데요.
지난 2015년, 이를 가능하게 한 개정안이 나왔지만, 적용이 워낙 까다로워서 아직까지도 미혼부가 출생 신고를 하는 게 굉장히 어렵다고 합니다.
결국 지난 3월, 헌법재판소가 관련 조항이 위헌이라고 판단했는데, 법 개정 시한이 아직 2년이나 남았습니다.
구나연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강원도 영월에 사는 9살 준우는 이름도, 국적도, 주민번호도 없이 살다 작년 초가 돼서야 출생 신고를 마쳤습니다.
유령이나 다름 없는 ′미등록 아동′으로 8년을 보낸 겁니다.
예방 접종은 물론, 아파도 병원 접수는커녕 건강보험도 안 됐습니다.
남들 다 가는 어린이집도 못 다녔습니다.
단둘이 함께 사는 아빠가 이른바 ′미혼부′여서 당한 설움이었습니다.
현행법상 ′혼인 외 관계′로 태어난 자녀는 어머니만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준우(가명) 아빠/미혼부]
″어차피 없는 사람인데, 우리 애를 누가 죽였다, 살아도 없는 애고 죽어도 없는 애인데, 이게 살인이 되는 건지 물어보고 싶었거든″
사실 준우 아빠도 더 일찍 출생신고를 할 수 있었습니다.
2015년 개정된 가족관계등록법, 이른바 ′사랑이법′에 따르면 미혼부도 자녀의 출생신고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자녀 생모의 이름, 생모의 등록기준지와 주민번호, 이런 걸 몰라야 합니다.
그런데 이 ′모른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따로 재판까지 받아야 합니다.
게다가 ′하나만′ 몰라도 되는건지, ′세 개 다′ 몰라야 하는 건지 재판부마다 판단이 다릅니다.
이 재판에서 지면, 그 뒤부턴 이름조차 생소한 재판들을 이겨야 아빠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을 다 거치는데 길게는 4~5년이 걸립니다.
[준우(가명) 아빠/미혼부]
″′법원에서 이런 자료 요구한다, 이런 거 써 보내달라, 그날 뭐 필요하다′ 하면 다 만들어주고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보증서 직접 만들어서 보내주기도 하고..4년 넘게 한 거죠.″
[김지환/′사랑이′ 아빠(미혼부)]
″′따질 걸 다 따지고 확인할 걸 확인하고 그러고 나서 아이한테 국적과 기본권을 주겠다′ 순서였어요..일단 아이한테 국적과 기본권을 확보를 먼저 해주고 그 다음에..″
지난 3월 헌법재판소는 혼외자 출생 신고를 어머니만 가능하도록 한 기존 법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허민숙/국회 입법조사관]
″′아이를 지킬 책임을 다하고 싶다′ 말씀하시는 분들이에요. 이런 분들에게 출생 신고할 권리를 부여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국가의 결정..″
하지만 법 개정 시한은 내후년 5월, 아직 2년이나 남았습니다.
그 전에라도 미혼부와 함께 지내는 아이들이 남들처럼 병원이나 학교에 갈 수 있도록, 적극적 조치가 시급해 보입니다.
MBC뉴스 구나연입니다.
영상취재: 서두범, 김승우, 이준하 / 영상편집: 정선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