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엄지인

미국도 중국도 "상대에 베팅 말라"‥시험대 오른 외교정책?

입력 | 2023-06-09 19:47   수정 | 2023-06-09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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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주한 중국대사가 작심하고 공개 발언을 했고, 우리 정부는 그를 불러 엄중 경고를 했습니다.

미 중 패권경쟁 와중에 한-중간에 아슬아슬한 긴장이 조성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외교안보팀 엄지인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자 엄기자, 오늘 상황부터 좀 보죠.

″비상식적이고 도발적인 언행이다″, 싱하이밍 대사 직접 불러들여서 경고를 했는데, 우리 외교부도 상당히 강하게 대응한 거죠?

◀ 기자 ▶

형식과 내용 모두 도를 넘었다는 게 정부의 판단입니다.

싱하이밍 대사가 야당 대표만 참석한 자리를 빌려서 의도적으로 불만을 꺼냈고, 이례적으로 발언 전문도 공개 배포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미국·일본과 손잡고 대중국 봉쇄 전략의 최전선에 서고 있다는 인식이 깔린 건데,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문제를 두고 대외적으로는 일본과 중국이, 국내에선 여야가 대립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이번 발언이 자칫 윤석열 정부의 외교 정책 전반에 대한 갈등과 불신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담긴 걸로 보입니다.

◀ 앵커 ▶

우리 정부가 너무 미국 편만 든다 이런 불만인 것 같은데, ′상대에게 베팅하지 말아라′ 이게 지금 들어본 게 사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자주 썼던 말이잖아요.

그러니까 싱하이밍 대사가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을 그대로 받아서, 비꼰 게 아니냐, 이런 해석도 나오던데요.

◀ 기자 ▶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 시절인 2013년에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게 ″미국의 이익에 반해서 베팅하는 건 좋지 않다″ 이런 말을 했습니다.

지난해 한미정상회담 이후엔 윤 대통령 앞에서도 같은 말을 했는데요.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 (지난해 5월)]
″미국의 반대편에 베팅하는 것은 결코 좋은 베팅이 아닙니다.″

′친중′ 외교에 제동을 걸고 미국 편에 서라는 압박으로 해석되는데요.

공교롭게도 싱하이밍 대사가 발언한 날 바이든 대통령이 월스트리트저널에 글을 썼는데 ″절대 미국 경제에 반해서 베팅하지 말라″는 제목이었습니다.

◀ 앵커 ▶

베팅이라는 말을 바이든 대통령이 먼저 썼군요.

우리로서는 미국과 중국 모두로부터 상대에게 베팅하지 말라는 압박을 받고 있는 셈인데, 이런 식으로 진도가 더 나가면 우리만 그 사이에 끼어서 경제보복이라든지, 피해를 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제대로 좀 관리를 해야 될 것 같습니다.

◀ 기자 ▶

이번 G7 정상회의에서 대중국 전략으로 들고나온 ′디리스킹′이란 말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조금 낯설죠, 쉽게 말하면 중국에 대한 압박 강도를 낮추고 ′위험 요인만 우선적으로 제거한다′는 뜻입니다.

미국과 중국이 현안마다 대립하고는 있지만 결국 ′국익이 우선′이라는 데에선 뜻을 같이 하고 있다는 것도 주목해야 합니다.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곧 중국을 방문하고, 싱하이밍 대사도 비공개 자리에선 ″미국도 물밑에선 실익을 챙긴다″ 이런 취지의 말을 한 걸로 전해졌습니다.

정부도 위험을 줄이고 국익을 최대화하는 쪽으로 위기를 관리할 필요는 있는데요.

다만 싱하이밍 대사의 발언이 외교 관례에 어긋난 것은 사실이고, 한중관계 악화의 책임을 오롯이 우리 정부에게 돌린다거나, 이런 상황이 정쟁에 악용되는 게 한국 중국 어느 쪽에도 도움이 안 된다는 것도 분명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영상편집: 박천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