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이덕영

"물이 가슴까지‥" 위험 보고했지만 "그냥 수색해"

입력 | 2023-07-21 19:46   수정 | 2023-07-21 19:51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video.

◀ 앵커 ▶

故 채수근 상병이 사고를 당한 날 함께 수색에 동원됐던 해병대원들이 ″물이 가슴 높이까지 차오른다″며 여러 차례 위험하다고 호소했지만, 지휘부가 이를 묵살하고 ″그냥 수색을 계속하라″고 지시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엄중한 조사와 문책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먼저 이덕영 기자입니다.

◀ 리포트 ▶

폭우 피해를 입은 경북 예천 내성천에는 해병대 1사단 1천 2백여 명이 투입됐습니다.

폭이 좁고 군데군데 바닥이 깊어지는 곳.

채수근 상병과 함께 있던 한 해병대원은 ″물이 가슴 높이까지 차오를 수 있다″는 현장의 경고가 이미 있었다고 했습니다.

[해병대원 어머니(음성변조)]
″지휘관들이 ′물이 가슴까지 차오른다′고까지 했대요. 지휘관들이 위 본부에다 보고를 했대요. ′(물이) 이렇게 올라옵니다.′″

영상 통화로 보고까지 했지만, 돌아온 답은 ″그냥 수색해″였다고 합니다.

구명조끼는 물론 없었고, 해병대원들의 손엔 삽과 끌개만이 주어졌습니다.

[해병대원 어머니(음성변조)]
″우리 아들 말로는 (현장에서) 영상통화까지 했는데도 불구하고 ′그냥 수색해′라고 했대요. 그러면 얘네들이 뭘 하겠어요, 지휘관들이. 보고를 받았으니까 해야지.″

모두가 알고는 있었던 ′위험′.

수색 작업을 떠나며 ″살아 돌아올게요″라고 했던 해병대 아들은, 채수근 상병의 실종 소식이 전해진 뒤 놀란 어머니에게 이런 문자를 남겼습니다.

″그게 나였을 수도 있었다.″

어머니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해병대가 최소한의 안전조치도 없이 대원들을 사지로 내몰았다″고 분노했습니다.

[해병대원 어머니(음성변조)]
″진짜 말도 못 할 정도로 울었어요. 밤새 울었는데도. 아유‥ 난 밤새 울면 눈물이 안 나오겠지 했는데 목요일에 뉴스 보니까 (눈물이) 또 나오더라고. 또 나와.″

″살았을 때 구명조끼는 입지 못하고 죽고 나서 태극기를 덮으면 뭐하냐″는 해병대 가족의 호소.

누가 무리한 수색을 강행하도록 했는지, 현장의 판단은 왜 무시됐는지, 철저한 수사가 과제로 남았습니다.

MBC뉴스 이덕영입니다.

영상편집: 류다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