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조민희

다 뚫는 "만능 번호"‥도둑 잡고 보니 도어락 설치 기사

입력 | 2023-08-08 20:30   수정 | 2023-08-08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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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부산 해운대구에 있는 한 식당에 40대 남성이 침입해서 현금을 훔쳐 달아났습니다.

피해 업주가 CCTV를 확인해 봤더니, 범인은 마치 자신의 가게인 것처럼 태연하게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왔는데요.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 했는지, 조민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늦은 밤, 한 중년 남성이 식당 문 앞에 다가섭니다.

태연하게 비밀번호를 누르고 가게 안으로 들어서더니, 곧장 계산대 앞으로 다가갑니다.

누가 봐도 가게 주인 같은 모습.

다음날 아침 진짜 주인이 출근했습니다.

현금을 세어보니 60만 원이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피해 식당 주인 (음성변조)]
″돈통 열어봤을 때 이제 금고함에 돈이 없고 편지 하나만 이렇게 남아있는 상황이었어요.″

도둑이 남긴 편지에는 ′생활고에 어쩔 수 없었다′, ′갚을 테니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내용과 함께 이름과 전화번호까지 남겨 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틀 뒤, 이 도둑이 진짜 제 발로 나타났습니다.

[피해 식당 주인 (음성변조)]
″물어봤죠. 어떻게 열었냐고. 자기가 이제 ′자동문 일을 전에 해서 그 관리자 번호가 있다, 그걸 이제 누르면 열린다.′ 그래서 그걸 저보고 ′바꿔라′까지 이제 이야기를 (했어요.)″

이른바 ′만능 번호′의 존재를 알려준 겁니다.

사용자가 쓰는 비밀번호와 별개로, 긴급 상황에 대비해 만드는 ′관리자비밀번호′는 번호키을 설치할 때 생성됩니다.

초기값에 특정공식을 적용해 만드는데, 주인이 따로 설정하지 않으면 그대로 이어집니다.

번호키 설치 일을 하면서 이 공식을 알고 있던 범인은 피해 가게에 만능 번호를 생성한 뒤 태연하게 누르고 침입한 겁니다.

[피해 식당 주인 (음성변조)]
″저 비밀번호 장치에 대한 신뢰가 없어지니까 저걸 바꿔야 하는데, 바꾸는 것도 또 비용이 들어가고 어떤 걸 (장치를) 신뢰해야 되는지도 아무 정보가 없으니까…″

경찰은 만능 번호를 이용해 부산에서만 10여 건의 절도 행각을 벌인 40대 남성을 구속했습니다.

MBC뉴스 조민희입니다.

영상취재 : 이보문(부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