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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빈
독성물질 유출에 대피했는데 중징계?‥대법 "작업중지권 정당"
입력 | 2023-11-09 20:41 수정 | 2023-11-09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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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공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근처에 있는 다른 공장에서 유독가스가 유출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져서 일하던 작업자들이 긴급 대피를 했는데 회사 측이 이걸 무단이탈이라고 징계하면서, 7년간 법정 다툼이 이어졌습니다.
대법원이 위험한 상황에서는 근로자 스스로 작업을 멈출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고 징계가 부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
정상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방독면을 쓴 구급대원들이 노란 연기가 자욱한 공장으로 들어갑니다.
지난 2016년, 세종시의 한 렌즈공장에서 유출된 화학물질 ′티오비스′ 3백 리터가 공기에 노출되면서, 유독가스가 나온 겁니다.
[인근 공장 직원 (사고 당일)]
″점점 하수도 냄새가 지독하게 많이 났어요. 머리 아프고 배 아프고 구토가 나오고…″
사고가 난 공장뿐 아니라, 근처 공장 근로자들까지 30명이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1킬로미터까지는 창문을 닫고 외출하지 말라는 안내 방송도 울렸습니다.
2백 미터 옆 자동차부품 공장 직원 29명은 공장을 나와 대피했습니다.
그런데 회사는 큰 위험이 없었는데도 무단이탈을 주도했다며, 노동조합 지회장에게 정직 2개월 중징계를 내렸습니다.
[조남덕/해당 공장 노조 지회장]
″회사는 ′기다려라′, ′기다려라′ 계속 그 얘기만 해서… 한 2시간 정도 계속 실랑이했고…″
징계가 정당하지 여부를 두고 벌어진 소송.
1심과 2심은 ″큰 위험이 없었다″며 회사 편을 들었지만 7년 만에 대법원이 이 판단을 뒤집었습니다.
″소방본부의 대피명령을 확인했고, 근로감독관도 대피를 권유했다″며 ″위험하다 믿을만한 근거가 있었으면, 작업을 중지할 수 있다″고 판결한 겁니다.
더 멀리 떨어진 공장에서 구토·두통 피해자가 나온 점도 근거가 됐습니다.
[조남덕/해당 공장 노조 지회장]
″′작업중지권′이라는 게 노동자들한테 아주 기본적인 권리이고 보편적인 권리라는 게 확인되고 그렇게 좀 활용되거나 이용되었으면 좋겠다.″
산업재해 위험이 예상되면 작업을 멈출 수 있는 ′작업중지권′은 1996년 명문화됐지만, 대법원 판단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전국금속노조는 작업중지권을 협소하게 본 1·2심 판결을, 대법원이 바로잡았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MBC뉴스 정상빈입니다.
영상편집: 김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