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류현준

[기후위기 목격자들⑦] 가을에 새잎 틔운 노거수‥기후변화에 병드는 나무들

입력 | 2023-11-18 20:18   수정 | 2023-11-18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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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

나무는 탄소를 흡수해 기후위기 대응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온과 강수량이 극단적으로 달라지면서 시름시름 앓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요.

기후위기는 오랜 세월 사계절에 적응해 온 나무들도 감당하기 힘든 변화입니다.

나무를 통해 기후위기를 목격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 리포트 ▶

한적한 국도변에 우뚝 서있는 아름드리 거목, 40년전 보호수로 지정된 수령 5백살 푸조나무로 쓰러지지 않도록 돌탑에 몸을 기대고 있습니다.

속이 썩어 비어버린 몸통에 백년 전쯤 느티나무가 싹을 틔우면서 지금은 마치 한몸처럼 가지를 뻗고 있습니다.

30년 동안 노거수 보호 활동을 해온 62살 박정기 씨.

매년 관찰해온 이 보호수에서 올가을 이상 현상을 목격했습니다.

11월 중순이면 연노랑으로 물들던 잎이 예년보다 두 달이나 일찍 모두 떨어졌고, 빈 가지에선 얼마전부터 난데없이 새 잎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박정기 / 노거수를 찾는 사람들 대표]
″극한적이고 불규칙한 기후, 이런 게 계속되면 나무는 한계를 잃고 생리적 기작(작동 원리)에 혼란을 일으켜...″

갈수록 심해지는 기후변화에, 올해는 폭우와 이상고온이 유독 심했던 게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박정기 / 노거수를 찾는 사람들 대표]
″건강함을 유지하는 노거수는 생각보다 찾아보기 힘든 그런 지경입니다. 예전만 한 모습을 갖고 있지 않을 때 안타까움이 더하죠. 아주 쓰리죠.″

도시에 사는 나무들은 건강이 더 안좋습니다.

건강한 솔잎의 수명은 2-3년인데, 최근에는 1년이 갓 지난 잎들이 갈색으로 변하는 모습이 자주 나타나고 있습니다.

[김철응 / 나무의사]
″3년째까지 있어야 될 잎들이 올해 2년째 이렇게 갈변되면서 조기 낙엽되는..″

원인은 높아진 평균 기온입니다.

나무는 광합성으로 양분을 만들어 성장하는데, 기온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광합성 양은 줄고 호흡하면서 에너지를 더 많이 쓰기 때문에 잎을 유지하기 어려운 겁니다.

기온이 높아지면서 늘어난 해충도 위협입니다.

잎 곳곳에 구멍이 선명한 참나무, 밑동 주변을 살펴보자 애벌레가 보입니다.

미국흰불나방 유충입니다.

보통 한해 두 번 부화하는데, 올해는 초가을 고온현상 때문에 세번째로 부화하면서 피해가 커졌습니다.

최근 10년 새 발생 밀도가 가장 높아 월동을 거쳐 내년에는 대발생마저 우려됩니다.

[김철응 / 나무의사]
″11월달에 애벌레가 있다는 자체가 사실은 우리나라에서 기후상으로는 거의 말이 안 돼요. 그만큼 온도가 높다라는 것 외에는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기후의 변화는 나무에겐 서식환경의 변화이고 생존 자체를 위협할 수 있습니다.

[김철응 / 나무의사]
″살릴 수 없을 때의 저희 한계점을 엄청나게 많이 느끼죠. 조금 더 오랫동안 지속시킬 수 있도록 하는 그러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데서 위안을 삼고 있습니다.″

MBC뉴스 류현준입니다.

영상취재 : 김승우, 임지수/영상편집 : 최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