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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환경 리포트] 초고속 봄꽃 개화의 앞날은? 벚꽃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입력 | 2023-04-03 07:42   수정 | 2023-04-06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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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벚꽃 명소인 진해 여좌천이 환해졌습니다.

벚꽃을 보러 나온 시민들이 줄을 지어 걸어갑니다.

만개한 벚꽃은 벌써 하나둘씩 꽃잎을 흩날리기 시작합니다.

봄바람에 날리는 꽃잎이 눈처럼 땅으로 떨어집니다.

진해의 또 다른 벚꽃 명소인 경화역 주변에도 벚꽃이 활짝 폈습니다.

이제는 기차가 다니지 않는 철도를 거닐며 사람들은 봄 햇살과 벚꽃에 빠졌습니다.

올해 진해의 벚꽃은 3월 21일 꽃망울을 터뜨렸고, 6일 뒤인 27일에는 절정에 달했습니다.

벚꽃은 하루에 50~60km씩 북상해 사흘 만에 청주와 충청에 꽃을 피웠습니다.

대전 카이스트에 핀 벚꽃 아래서 시민들이 봄을 만끽합니다.

벚꽃이 만든 화사한 꽃길이 사람들의 발길을 유혹합니다.

올해 벚꽃은 더 일찍 찾아왔습니다.

부산에서는 관측 사상 가장 빨리 벚꽃이 폈습니다.

부산기상관측소에서 벚꽃 개화일을 관측하기 시작한 건 지난 1921년.

올해는 3월 19일에 벚꽃이 폈는데 102년 만에 처음 보는 현상입니다.

3월 25일 서울에서는 관측 이후 두 번째로 일찍 벚꽃이 폈습니다.

서울 벚꽃 개화의 기준인 종로구 서울기상관측소의 왕벚나무입니다.

지금까지 역대 조기 개화 신기록인 2021년의 3월 24일보다 하루 늦었습니다.

여의도 윤중로의 벚꽃은 그보다 하루 뒤인 3월 26일 꽃을 피웠습니다.

벚꽃이 빨리 핀 건 우리나라만 그런 게 아닙니다.

이곳은 일본의 대표적인 벚꽃 명소인 도쿄 우에노 공원입니다.

벚꽃을 즐기기 위해 공원에는 많은 시민이 자리를 깔고 앉았습니다.

올해 도쿄의 벚꽃은 3월 14일 피기 시작했습니다.

도쿄에서 벚꽃 관측을 시작한 건 1953년인데요.

3월 14일에 꽃이 핀 건 지금까지 3번 있었고 올해가 그중 하나입니다.

올해 주요 벚꽃 명소의 개화일은 예상 개화일보다 5일에서 9일이나 일렀습니다.

진해 여좌천과 하동 쌍계사 벚꽃은 7일, 청주 무심천은 8일, 서울 윤중로는 9일이나 이렇게 빨랐습니다.

벚꽃을 보기 위해 미리 계획을 세웠던 사람들은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서두르지 않으면 벚꽃이 질 수도 있으니까요.

예년 이맘때보다 일주일 이상 벚꽃이 빨리 핀 이유는 따뜻한 날씨 때문입니다.

이것은 3월 기온이 예년보다 얼마나 높은지 보여주는 지도입니다.

붉은색이 짙을수록 예년보다 기온이 높은 건데요.

아시아 동쪽부터 유럽까지 대륙 전체가 이상고온으로 달아올랐습니다.

우리나라와 일본도 기온이 높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광범위한 지역이 동시에 뜨거워지는 건 이례적인 일인데요.

아시아를 달군 이상고온의 원인이 뭔지 물어봤습니다.

[예상욱/한양대 해양융합공학과 교수]
″유라시아 지역 서쪽부터 중앙 지역까지 눈이 평년보다 매우 적게 왔어요. 지표면이 흡수하는 태양 복사 에너지가 많아서 유라시아 지역의 지표면 온도 상승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고.″

벚꽃뿐 아니라 개나리와 진달래 등 봄꽃들의 개화 시기도 앞당겨졌습니다.

국립수목원과 서울대 환경대학원이 지난 10년간 개화 시기를 분석한 자료입니다.

기온이 1도 오를 때마다 진달래와 철쭉의 개화 시기는 6일 일찍, 왕벚나무와 개나리, 아까시나무는 4일 일찍 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갈수록 일찍 찾아오는 봄꽃, 괜찮을까요.

예년보다 너무 일찍 피는 봄꽃은 꿀벌 등 생태계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야생벌은 땅속에서 겨울을 나는데 땅속은 바깥보다 늦게 데워집니다.

[정철의/안동대 식물의학과 교수]
″야생 벌들이 출현 시기가 꽃 피는 시기와 안 맞을 가능성도 있어요.″

개화 시기와 꿀벌 활동 시기가 어긋나면 과실수의 수정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양봉 농가도 타격을 받습니다.

양봉 농가의 경우 아까시나무가 남쪽에서 북쪽으로 순차적으로 펴야 차례차례 수확합니다.

그러나 아까시나무가 한꺼번에 확 피면 꿀을 수확할 수 있는 시기가 절반으로 짧아집니다.

기후변화가 멈추지 않으면, 이번 세기 후반에는 2월에 봄꽃들이 만개할 수 있습니다.

기온이 더 높아지면 제주도나 일본 규슈 같은 지역에서는 벚꽃이 안 필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봄꽃만 문제가 아닙니다.

아열대가 된 한반도는 지금보다 극단적인 폭우와 가뭄, 태풍, 해수면 상승에 직면할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쯤 막 펴야 할 벚꽃이 이미 만개한 뒤 눈꽃을 흩날리고 있는 2023년 봄.

서둘러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는 봄꽃들을 가벼운 마음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입니다.

기후환경 리포트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