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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리스트' 만들었지만‥위험도 '낮음'

입력 | 2023-05-30 06:45   수정 | 2023-05-30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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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교제폭력 사건은 신고 전에 피해가 시작됐을 가능성이 높고, 보복범죄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에, 신고 이후의 대처가 중요합니다.

경찰이 새로 체크리스트까지 만들었지만 이번 사건의 위험도는 낮음으로 평가됐습니다.

윤상문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지난해 9월, 스토킹 혐의로 불구속 재판을 받던 중, 지하철역 화장실에서 피해 여성을 살해한 전주환.

수사 과정에서 전주환의 ′보복 범행′ 가능성은 가장 낮은 등급인 ′없음 또는 낮음′으로 평가됐습니다.

교제 폭력 등의 피해자가 추가 범행에 노출될 가능성을 진단하는 경찰의 이른바 ′체크리스트′.

이게 제 구실을 못했다는 ′무용론′이 불거지자, 경찰청은 연구용역을 거쳐 개선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질문 수를 16개에서 28개로 늘리고, 가정폭력, 교제폭력 등 이른바 ′관계성 범죄′ 관련 항목을 추가한 겁니다.

새로 마련된 체크리스트가 일선에 배포된 건 지난 22일.

하지만 불과 나흘 만에 전형적인 ′보복 범죄′ 성격인 금천구 교제 살인 사건이 발생한 겁니다.

피해자 진술에만 의존하는 체크리스트의 설계 자체가, 가해자의 폭력 위험성을 미리 짚어내기 어렵다는 구조적 결함이 지적됩니다.

실제로 경찰은 금천구 사건 피해자가 조사 당시 ′가해자를 처벌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데다, 스마트워치 같은 보호조치도 거부한 탓에, 더 이상의 안전 조치를 시행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교제 폭력처럼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나는 범죄는, 반복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신고 이후엔 보복 범죄 같은 2차 가해 발생 우려마저 커집니다.

[승재현/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나의 집, 우리 부모, 나의 직장, 나의 학교를 다 알고 있는 거예요. 2차 가해가 분명히 발생할 수 있어요.″

′경미한 폭행′ 사건으로 조사받은 가해자 김 씨는, 피해자가 지구대를 나온 지 겨우 10분 만에 끔찍한 보복 살인을 감행했습니다.

MBC뉴스 윤상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