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여가부 사무관 경징계‥제식구 감싸기?

입력 | 2023-11-02 06:42   수정 | 2023-11-02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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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정부 부처의 한 남성 사무관이 여성 직원을 ′스토킹′한 혐의로 징계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그런데 이 공무원은 스토킹이나 성폭력 피해자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해야 할 여성가족부 소속이었습니다.

장슬기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지난 3월, 여성가족부에 근무하는 A 씨는 자신이 스토킹을 당하고 있다며 한 남자 사무관을 내부 신고했습니다.

거부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혔는데도 휴대전화와 사내 메신저를 통해 지속적으로 연락을 해왔다는 겁니다.

A씨는 경찰에도 신고했고, 가해자인 남자 사무관은 검찰로 넘겨졌습니다.

여가부 자체 조사에선 스토킹 과정에서 성희롱도 함께 벌어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가 공무원 징계 규칙을 보면, 성희롱은 비위 수준과 고의성에 따라 최고 정직에서 파면까지 중징계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9월 가해자에겐 감봉 3개월의 가벼운 징계가 내려졌습니다.

여성가족부는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 A씨가 가해자와 합의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스토킹 범죄의 경우,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처벌할 수 없다는 당시 법 규정을 징계에도 적용했다는 겁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 (음성 변조)]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에 따라서 엄정하게 처리했다고 하고요, 2차 피해 우려가 심각해서‥″

그 결과, 가해자인 남성 사무관은 여성가족부에서 그대로 근무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피해자가 원치 않아도 처벌이 가능한 새로운 ′스토킹 처벌법′은 지난 7월부터 시행됐습니다.

[양이원영/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여전히 재발 방지 대책을 내고 있지 않는 이런 부분은 스토킹 피해자를 보호하는 주무 부처로서의 여성가족부가 성인지 감수성이 굉장히 떨어지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보도자료를 내고 스토킹 범죄자의 공직 임용을 제한하거나 퇴직시킬 수 있도록 공무원법을 개정했다는 걸 업무 성과로 내세우기도 했습니다.

MBC뉴스 장슬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