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변윤재

[집중취재M] '중대시민재해' 혐의 적용만?‥지자체장 책임 묻기는 먼 길

입력 | 2024-04-24 20:20   수정 | 2024-04-24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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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지난해 다리의 인도 부분이 무너져 행인 1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친 분당 정자교 붕괴 사고, 기억하실 텐데요.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적용 대상이 된 첫 사례였습니다.

중대시민재해는 공중이용시설에서 난 중대사고의 책임을 해당 지자체장에게 물을 수 있도록 한 것이지만, 사고 1년이 지난 지금까지 관리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할지, 경찰은 결론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떤 이유 때문인지, 변윤재 기자가 집중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해 4월 5일 오전 9시 45분, 탄천을 가로지르는 정자교 인도 부분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습니다.

붕괴 사고가 난 지 1년여가 흐른 분당 정자교입니다. 이곳은 여전히 이렇게 철제 펜스가 설치돼 통제된 상태인데요.

바로 옆엔 정자교의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란 문구와 함께, 올 4월 말에야 잔재물을 처리할 예정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당시 누나를 잃은 김도엽 씨는 이곳을 찾을 때마다 불안감을 떨칠 수 없습니다.

[김도엽]
″누나를 추모하고자 와서 여기 왔었고…임시 보행로를 활용해서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 걸 보고 추가적으로 사고가 나지 않을까 저는 내심 불안한 거죠.″

정자교 붕괴사고는 2021년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된 이후 중대시민재해로 기록된 첫 사례입니다.

공중이용시설에서 1명 이상 숨지거나 중상자가 10명 이상 발생하면 중대시민재해로 판단하고, 법적책임은 시설을 총괄하는 지자체장에게 물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지난 9월에야 신상진 성남시장을 중대시민재해 혐의로 입건했고 최근엔 신 시장에게 책임이 없다는 취지의 잠정 결론을 내린 걸로 알려졌습니다.

취임 후 1년이 되기 전 발생한 데다 교량 점검의 책임은 성남시보다 분당구에 있다는 겁니다.

은수미 전 시장에 대해선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입건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논리라면, 14명이 숨진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서도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청주시와 충청북도의 책임도 종국에는 묻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습니다.

[손익찬 변호사]
″처벌에 예외를 두는 경우들이 너무 많아졌습니다. 중대산업재해랑은 다르게 정작 아직까지 기소된 건수도 지금 한 건도 없는 거죠.″

법은 지자체장이 참사를 막을 시스템을 평소 챙기고 관리감독을 했는지 묻도록 돼 있지만, 적용은 입법 취지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유족들도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관리 책임을 분명히 물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지만, 경찰은 아직 법리를 검토 중이라며 최종 결론을 낸 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변윤재입니다.

영상취재: 정지호 / 영상편집: 조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