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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지
[현실이 된 기후재난] 석굴암 앞까지 들이닥친 산사태‥곳곳 비상인데 관련 기관 파악도 못 해
입력 | 2024-05-13 20:23 수정 | 2024-05-14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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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경주 토함산에 있는 국보 석굴암과 불국사, 재작년 가을 10명 넘는 희생자를 냈던 태풍 힌남노는 천년고도에 있는 이들 문화유산에도 피해를 줬는데요.
2년이 지난 지금도 제대로 복구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기후변화로 올해 더 강력한 바람과 폭우가 예고된 만큼 대비가 시급합니다.
김현지 기자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2년 전 태풍 힌남노가 할퀴고 간 경북 경주.
보물로 지정된 굴불사지 석조사면불상은 토사에 파묻혔고, 불국사와 석굴암 등도 피해를 봤습니다.
2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지 토함산을 올라가봤습니다.
15분 정도 오르자 굴러 내려온 암석 더미와 쓰러진 나무 등 산사태 흔적들이 그대로 방치돼 있습니다.
등산로를 걸으면서도 곳곳에서 산사태 흔적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토함산에 발생한 산사태만 스무 곳이 넘는다고 합니다.
석굴암에서 불과 150미터 위.
산사태로 움푹 패인 골짜기가 석굴암 인근까지 길게 이어집니다.
당시 뿌리째 뽑힌 나무와 바윗덩어리는 석굴암 스님들 거처 앞까지 쏟아졌는데, 설치된 거라곤 얇은 철제망이 전붑니다.
[정규원/산림기술사]
″집중호우가 또 내리면 그 부토들과 돌멩이들이 석굴암 쪽으로 일시에 쏠릴 위험성이 있습니다.″
토함산 정상부로 가봤습니다.
마치 운석과 충돌한 듯 움푹 패여있는데, 규모가 6천 제곱미터에 달합니다.
아직도 흙과 암석들이 섞여 흐르는 진행 중인 산사태인데요.
이렇게 보시면 바윗덩어리도 위태롭게 노출돼 있습니다.
토함산은 특히 정상으로 갈수록 가팔라져, 암석들이 아래로 빠르게 쏟아질 수 있습니다.
산사태 발생 2년이 다 되도록 복구는 왜 안되고 있는걸까?
토함산은 경주국립공원에 포함돼 있습니다.
국립공원공단과 경주시는 힌남노 발생당시 파악된 산사태 지역은 10개소였다며 석굴암 근처 산사태 등 24개소에 이르는 전체 피해 규모는 파악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문화재청도 지난 3월에서야 피해사실을 전달받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지난 9일 유관기관들은 복구작업을 위한 첫 합동회의를 가졌습니다.
늦은 파악과 더딘 복구 속에 당장 올여름 집중호우가 쏟아진다면 더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서재철/녹색연합 전문위원]
″나무와 풀과 관목 이런 것들이 네트(그물망) 역할을 해서 뿌리가 고정 역할을 하잖아요. 저건 없어서 비가 오면 그렇게 위험하다.″
특히 기후변화로 자연재해의 규모와 횟수가 커지고 있는 점은 더욱 우려스럽습니다.
지난 10년간(2012년~2022년) 발생한 전체 국가유산 풍수해 피해 (616건) 중 46%인 289건이 최근 3년 동안 발생했고, 재작년엔 148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백민호/문화재방재학회 회장]
″우리나라 문화유산 중에 상당수가 산중에 있는 사찰 문화재가 많이 있습니다. 기후변화에 의해서 점점 피해의 형태가 커지고 있기 때문에 문화재를 어떻게 유지 보호 관리할 것인가.″
급격한 기후변화 앞에서 천 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우리 문화유산들이 위태로운 만큼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시급합니다.
MBC뉴스 김현지입니다.
영상취재: 전인제 / 영상편집: 고무근 / 영상제공: 녹색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