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이성일

[뉴스 속 경제] 'EU 과징금 폭탄' 애플‥판결 의미는?

입력 | 2024-09-13 07:41   수정 | 2024-09-13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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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금요일 뉴스 속 경제 시간입니다.

애플이 유럽연합 EU 사법재판소 판결에 따라, 20조 원에 가까운 세금을 뒤늦게 내게 됐습니다.

판결의 이유와 의미, 이성일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정말 금액이 어마어마합니다.

판결부터 자세히 살펴볼까요?

◀ 기자 ▶

애플이 내야 할 세금, 그동안 안 낸 세금이죠.

130억 유로, 우리 돈으로 19조 원에 이른다는 판결입니다.

전세계에서 순이익을 가장 많이 내는 기업으로는 1, 2위 자리를 다투는 애플에게도 올해 한 분기에 낸 수익의 2/3를 넘는 부담스런 규모입니다.

이번 판결 내린 법원은 유럽연합 전체 대법원 격인 유럽 사법재판소이거든요.

유럽연합 정부가 아일랜드 정부에게 내린 명령, 즉, 애플에게 준 특혜성 조세혜택이 불법이라는 최종적인 결정인 셈입니다.

아일랜드가 애플과 협정을 맺고 유럽을 총괄하는 자회사를 세우도록 한 시점이 1991년인데요.

아일랜드가 낮은 세율을 이유로 여러 다국적 기업의 유럽 허브, EU 내 본사를 유치한 초기 성과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이후 유럽에서는 미국 기업들이 세금을 거의 내지 않고 이익을 쓸어간다, 또 아일랜드 제외한 국가 정부가 걷어야 할 세금을 가로챈다는 불만이 높았고요.

이를 반영해 EU 집행부는 애플에 세금을 부과하라고 명령했지만, 아일랜드 정부가 반발해서 소송을 걸었습니다.

소송 결과, 패소한 아일랜드 정부가 오히려 올해 예상되는 재정흑자의 2배에 가까운 엄청난 조세 수입이 생기게 되는 역설적 결과가 나오게 된거죠.

아일랜드 정치권에서 이 돈을 어디에 쓰느냐가 최대 정치 쟁점이 됐습니다.

◀ 앵커 ▶

이게 애플이 소송을 건 게 아니라, 아일랜드 정부가 ′우리는 안 걷겠다.′ 이렇게 낸 소송인 거잖아요.

되게 이례적입니다.

원인이 애플의 절세 전략에서 출발했다는 이런 얘기가 있습니다.

◀ 기자 ▶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에 본사를 둔 애플은 아일랜드에 서류상 회사를 여럿 설립했는데요.

이 중 일부가 프랑스·독일과 같은 유럽 다른 나라에서 스마트폰과 앱을 팔아서 올린 매출·수익을 관리했습니다.

돈을 번 나라에는 형식적 세금을 낸 뒤에 남는 대부분의 이익을 아일랜드 회사로 옮겼는데, 그 이유는 아일랜드가 조세회피처를 활용한 애플의 세금회피 방안을 인정해왔기 때문입니다.

판결문에는 유럽에서 번 수익의 1~2%를 세금으로 내던 애플이 2014년에는 0.005% 세율, 1억 수익에 5천 원꼴로 세금을 냈다고 적시를 했거든요.

유럽 국가 대부분 법인세율 2~30% 수준인 걸 보면 엄청나게 낮은 수준이죠.

여러 나라에서 사업을 하는 다국적 기업이 여러 나라에 중복된 세금을 요구받는 불이익을 막기 위한 조치를 악용해서 애플은 절세라는 표현이 너무 점잖은, 어떤 나라에도 세금을 내지 않는 구조를 완성한 것입니다.

◀ 앵커 ▶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문제로 지적받지 않았습니까?

◀ 기자 ▶

그렇습니다. 2년 전에 애플 코리아는 매출 7조 원 정도 올렸는데 600억 원 세금을 냈거든요.

유럽보다 낫다고 할지 몰라도, 여전히 형식적 수준에 불과하죠.

방법은 싱가포르에 있는 회사에서 스마트폰을 비싼 값으로 사와서 애플 코리아에는 수익을 줄였고요.

또 남은 이익은 아일랜드에 있는 모회사로 보냈습니다.

작년에는 싱가포르에서 사오는 아이폰 값을 전부 싸게 사와서 매출은 비슷했지만 한국에서 수익을 올리고 수익도 2000억 원 정도를 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애플의 앱스토어, 아이튠즈에서 판매한 디지털 상품 매출은 포함되지 않았고요.

업계에서는 3~4조 원으로 추산하지만, 국내에서는 매출을 잡는 회사가 없기 때문에 얼마를 팔았든지 정확한 매출을 알기 어렵고, 세금 걷기는 더 난감한 상황입니다.

◀ 앵커 ▶

과도한 세금 줄이기, 절세라고 표현을 일단 하겠습니다.

비단 애플만의 문제는 아닌 거잖아요.

◀ 기자 ▶

애플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아마존 구글처럼 세계 여러 나라에서 물건과 서비스를 파는 미국계 기술 기업들이 조세 회피처를 활용하고 이전 가격을 조정해 적절한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비판은 국제적으로 공감을 샀습니다.

최소한의 세금을 내도록 만든 이른바 디지털 세금이라는 제도가 만들어진 국제적 공감의 배경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유럽을 제외하면 미국 기업을 상대로 정면 대응할 정부가 많지 않은 게 현실이고요.

유럽연합에서도, 애플에게는 세금을 부과하는 결정을 내렸지만, 비슷한 구조로 세금을 줄여 온 온라인 유통업체 아마존과 룩셈부르크에 대한 소송에서는 법원이 기업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애플 판결이 다른 미국계 기술 기업에 무조건 확장 적용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 앵커 ▶

이성일 기자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