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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수
[경제쏙] 사상 최대 개인정보 털린 쿠팡 사태‥김범석은 침묵 중
입력 | 2025-12-04 15:39 수정 | 2025-12-04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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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경제쏙′ 시간입니다. 이지수, 김민형 기자와 함께합니다.
우리나라 성인 4명 중 3명에 해당하는 3천37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 파장이 커지고 있지만, 쿠팡의 안이한 대응, 특히 사실상 총수인 창업주 김범석 의장은 사과는커녕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부터 먼저 산업팀 이지수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이 기자, 일단 정보유출 사건의 내용부터 다시 한번 정리해보고 얘기 시작해 볼까요?
◀ 기자 ▶
네, 사상 유례없는 3370만 명, 우리나라 성인 4명 중 3명에 해당하는 인원의 개인정보가 쿠팡에서 유출됐습니다.
당초 쿠팡은 ″4천5백 명 개인정보가 노출됐다″, 유출이 아닌 노출이란 표현을 쓰며 정부, KISA에 피해 사실을 보고했지만, 정부와 합동조사 결과 불과 열하루 만에 수천 배인 역대 최대 규모 보안사고 발생 사실이 확인된 겁니다.
국회의 긴급 현안질의에선 정부는 지난 6월부터 11월까지 지속적으로 쿠팡의 외부 접속이 있었던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 앵커 ▶
애초에 4천 명이라고 했는데, 알고 보니 3천만 명이 넘는다, 쿠팡의 초기 대응이 부실했다는 비판은 이 지점에서부터 피하기 어려워보이네요.
◀ 기자 ▶
네, 더구나 피해사실을 공지하면서도 피해를 축소하기 급급했다, 비판을 자초하고 있습니다.
애초 공지하면서 ″유출″이 아니라 ″노출″이란 표현을 쓴 게 대표적입니다.
누군가 해킹으로 빼간 게 아니라 중국인 전 직원이 접속해서 본 거란 건데, ′유출′은 법적 책임이 엄중한 반면, ′단순 노출′은 그렇지 않다는 점을 알고 사태를 축소한 거란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또, 쿠팡은 이메일과 전화번호, 배송지 주소, 최근 주문내역이 유출됐다고 공지하면서, 비밀번호나 결제정보는 유출되지 않아서 고객이 별다른 조치를 취할 게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무단 접속이나 무단결제 등 2차 피해 가능성이 낮다는 듯한 취지인데요.
전문가들은 정반대로 유출된 정보 중 배송지 정보와 주문 내역은 매우 예민해서, 2차 범죄 피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합니다.
누군지 개인을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고, 무얼 샀는지 내역으로 협박을 하거나, 또는 여러 곳의 개인정보들과 결합해 구체적인 생활 패턴을 파악해 보이스피싱 등 맞춤형 사기 범죄에 쓰기 좋은 재료라는 겁니다.
◀ 앵커 ▶
쿠팡의 대응이 부실하다면, 정부가 나서서 조치를 취해야 되겠죠.
곧바로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조치를 취했던데, 이 내용도 정리해주시죠.
◀ 기자 ▶
네, 결국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어제 긴급 회의를 열고 쿠팡에 대한 조치를 의결했습니다.
일단 노출이란 표현을 모두 유출로 바꿔 다시 제대로 공지하고, 또 배송지 정보 이렇게 뭉뚱그려 제대로 알리지 않았던 정보도, 공동주택 현관 비밀번호 같은 정보가 유출됐다고 제대로 알리라고 요구했습니다.
홈페이지 첫 화면에 내걸었던 사과문도 단 이틀 만에 화면 구석 접속자가 클릭해야 보이는 곳으로 옮겼는데, 이것도 제대로 다시 사과문을 올리라고 요구하고, 고객들이 후속 조치를 취할 것도 제대로 알리라고 통보했습니다.
◀ 앵커 ▶
국민 기업 수준의 업체에서 역대 최대 규모 보안 사고가 발생했다면, 총수가 당장 나서 사과라도 할 법 한데요.
쿠팡하면 창업주인 김범석 의장이 가장 먼저 떠오르잖아요.
전혀 움직임이 없는 것 같습니다.
◀ 기자 ▶
네, 맞습니다. 그제는 국회 과기정위가, 어제는 정무위가 이틀 연속 긴급 현안질의를 열었는데, 불려나온 건 국내 법인 박대준 대표였습니다.
박 대표는 거듭 사과를 하면서도, ″국내에서 발생한 일이라 자신이 책임자″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미국 법인 의장인 창업주 김범석 의장이 책임질 일이 아니라고 선을 그은 겁니다.
하지만, 유통업계에선 모든 주요 의사결정은 미국법인 김범석 의장이 한다고 알려져있고요.
국내 쿠팡의 지분 100%는 뉴욕증시에 상장된 미국법인이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미국법인 의결권 지분의 73%를 바로 김 의장이 갖고 있습니다.
누가 봐도 지배구조의 최정상에는 김범석 의장이 있는데, 침묵하고 있는 겁니다.
◀ 앵커 ▶
지금 이 기자의 얘기에 따르면 쿠팡은 미국 증시에 상장이 돼 있고 미국에 있는 쿠팡이 한국 쿠팡에 대한 의결권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 벌어진 일이니까 책임은 지지 않겠다, 이게 어떻게 가능합니까?
◀ 기자 ▶
네, 쿠팡 창업주 김 의장은 지난 2021년 쿠팡이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할 때 개장벨을 울렸을 정도로, 쿠팡의 얼굴이자 상징인데요.
공교롭게 상장 석달 뒤, 경기도 이천 쿠팡 물류센터에서 대형 화재가 났습니다.
기억들 하실 텐데, 물건 배송에 막대한 차질을 빚었고, 김 의장은 이때 ″화재에 책임지겠다″는 명분으로 국내 의장직에서 물러났습니다.
김 의장이 어려서부터 미국으로 이민 간 미국 시민권자이기도 하고요.
이렇게 국내 직위를 내려놓은 미국인 신분을 내세워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집단 총수 등 여러 규제에서 벗어나 있는 겁니다.
지난해 말에는 미국 법인 주식 일부를 팔아 4천 8백억원을 현금화했습니다.
◀ 앵커 ▶
기업들의 개인정보 유출은 반복되고 있고, 특히 쿠팡의 경우 실질적인 총수가 월급 사장 뒤에 숨어있는 상황인데, 법적, 제도적 보완이 필요해 보입니다.
◀ 기자 ▶
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국무회의에서 쿠팡 사태를 거론할 정도입니다.
이 대통령은 ″피해 규모도 방대하지만 수개월간 쿠팡이 유출 자체를 몰랐다는 게 참 놀랍다″면서, 원인 파악과 대책 마련을 주문했습니다.
대책 중에선 구체적으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언급했습니다.
″해외 사례들을 참고해서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도 현실화하라″는 겁니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말 그대로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하는데, 손해와 위자료 정도 배상하는 게 아니라, 훨씬 더 큰 금액을 배상하도록 만들어, 사실상 징벌을 내리자는 취지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제조물책임법처럼, 일부 공산품에는 적용되기도 하지만, 개인정보 유출에는 아직 제도가 없습니다.
과징금의 경우 현재 매출의 3%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돼 있는데, 이 부분도 10%까지 징벌적 과징금으로 강화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럴 경우 작년 매출 41조원인 쿠팡은, 최대 4조원대 과징금이 가능해집니다.
◀ 앵커 ▶
이제야 법제도를 정비한다면, 이미 사고가 터진 쿠팡에 바로 적용해 제대로 조치가 이뤄질지도 지켜봐야겠네요.
소비자들도 직접 손해배상 소송에 나서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드렸는데, 현재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요?
◀ 기자 ▶
네, 지난 1일부터 한 법무법인이 쿠팡 이용자 14명을 대리해 1인 당 20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진행하기로 했는데, 소송에 참가하는 피해자 규모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소송 참여의사를 밝힌 고객은 1만 명으로 추산되고요.
최소 10곳에 이르는 온라인 카페에서 소송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들 카페 가입자만 약 50만 명 정도고, 모두 집단 소송 동참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역대 최대 규모 보안사고인만큼, 파장과 후폭풍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고요.
반복되는 보안 사고를 어떻게 막을지, 우리 사회에 남겨진 과제를 푸는 것도 쉽지만은 않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