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이준희

[골든타임] "아이 키우기 힘들다"고 하는데‥지자체는 '커플매칭'에 예산 펑펑

입력 | 2025-08-18 20:31   수정 | 2025-08-18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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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5명, OECD 국가 중 꼴찌입니다.

뉴스데스크는 대한민국의 시급한 과제인 저출생의 원인을 짚어보고, 해법을 찾아보려 합니다.

먼저 왜 아이를 낳지 않는지, 답은 간단했습니다.

′아이를 키울 상황이 아니′라는 것.

낳는다고 끝이 아니라 키워야 하는데, 바로 이 ′돌봄′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건데요.

이준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미용실에서 일하는 노 모 씨.

퇴근 시간인 9시가 되면, 초등학교 3학년 딸을 키우는 노 씨의 마음이 급해집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다녀오셨습니까.>″

남편은 지방 근무가 잦아, 육아는 온전히 노 씨의 일입니다.

그동안 정부의 돌봄 서비스를 이용했는데, 돌보미가 그만둔다고 하면서 비상이 걸렸습니다.

[노 모 씨]
″당장 연계될 사람이 없다. 얼마나 기다려야 될지 모른다…″

아이 돌봄 이용자는 5만 9천 가구, 대기도 9천5백 가구에 달합니다.

[서울시 소재 가족센터]
″4시부터 8시는 가장 대기가 많은 시간대라서 6개월 이상 소요되고 계세요.″

수요는 폭발하는데, 정부는 돌봄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여성가족부 돌봄 서비스에 배정된 작년 예산 4천7백억 원도 다 쓰지 못해, 거의 1천억 원이 그대로 남았습니다.

올 1월 한 초등학교 가정통신문.

늦은 시간까지 아이를 맡아주는 돌봄 교실을 추첨한다고 돼 있습니다.

이 학교 37명 맞벌이 부부 자녀 중 22명만 돌봄 교실에 들어갔습니다.

[경기 지역 학부모 (음성변조)]
″이거는 말도 안 되는 거죠. 나라에서는 솔직히 그러잖아요. ′애 낳으면은 나라에서 다 키워주겠다 마음 놓고 일하세요.′ 지금 거기 떨어진 모든 아이들이 다 학원 뺑뺑이하고 있어요.″

정부의 저출생 예산은 올해에만 28조 6천억 원입니다.

수십조 예산이 대체 어디에 쓰이고 있는 걸까요?

지난 7월 26일, 경북 예천군의 한 사찰.

1박 2일 ′매칭 캠프′에 청춘 남녀들이 모였습니다.

예천군은 6천만 원을 들여 미팅을 지원했습니다.

[사찰 관계자]
″여자분 15분, 남자분 15분. 둘러앉아서 자기들끼리 얘기하고‥″

결혼을 시키면 아이를 낳을 것이라는 발상.

이 같은 결혼 장려 사업에 전국 자자체에서 지난 5년 동안 53억 원을 썼습니다.

1천286쌍을 주선했는데, 결혼한 건 고작 41쌍뿐입니다.

결혼만 하면 현금을 준다는 결혼 장려금도 올해에만 598억 원이 책정됐습니다.

[이연희 의원/국회 여성가족위]
″결혼 장려 예산과 같은 단기성 이벤트성 행사에 예산을 투입하면서 전혀 국민들은 체감하지 못하는‥″

형편상 일을 그만둘 수 없는 노 씨는 돌보미를 못 구하면 어린 딸을 집에 혼자 둬야 하는 처지입니다.

[노 모 씨]
″뭐에다 쓰시는 건지 싶네요. 뭐에다 쓰는 건지 그 예산을. 사실 필요한 건 아이 돌봄 선생님이잖아요.″

한국 여성의 출산 의향은 5점 만점 중 1.58점으로 UN 주요국 가운데 최저 수준입니다.

MBC뉴스 이준희입니다.

영상취재: 한재훈 / 영상편집: 김은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