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주현정

증거 진술 모두 조작한 검찰‥아무 처벌도 못 한다

입력 | 2025-10-29 22:42   수정 | 2025-10-29 22:51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video.

◀ 앵커 ▶

16년 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이 결국 검찰의 조작 사건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는데요.

누명을 쓴 부녀는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검찰은 아직 공식 사과도 책임자 처벌도 하지 않았습니다.

검찰의 황당한 범인 만들기의 전모를 주현정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 리포트 ▶

지난 2009년 전남 순천의 한 마을에서 독극물을 탄 막걸리를 마시고 2명이 숨졌습니다.

검찰은 부적절한 관계였던 부녀가 공모해 엄마와 이웃 주민들을 살해했다고 밝혔습니다.

[김회재/차장검사 (2009년, 시사매거진 2580)]
″증거가 다 있습니다. 본인이 자백을 하고 있고 막걸리를 팔았다는 식당, 그 소재가 확인되고 있고‥″

그러나 핵심 증거들은 검찰의 조작으로 이미 오염 되어있었습니다.

먼저 범행 도구로 제시했던 막걸리 750ml‥ 실제 해당식당에서 팔지 않는 술이었습니다.

[국밥집 주인 (2009년, 시사매거진 2580)]
″<750ml 막걸리 팝니까?> 안 팔아. 어느 날 (막걸리 공장에서) 큰 병을 만들어 오더라고. 그때부터 우리는 거의 큰 병밖에 안 썼어.″

또 부녀가 오이농사에 쓰기 위해 보관하고 있던 청산가리를 범행에 이용했다고 했지만 ′오이농사′에 청산가리를 쓰지 않는다는 주변 농민들의 진술은 재판부에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허술한 증거로 1심에서 무죄가 났지만 2심에선 피고인들의 핵심 증언들이 일치한다며 아버지에겐 무기징역, 딸에겐 20년형이 선고됐습니다.

그런데 그 진술마저 이번 재심결과 상당수 조작됐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특히 부녀간 패륜을 감추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던 검찰은 딸이 다른 남성의 아이를 출산한 사실을 파악하고도, 아이 생부가 자신의 아버지란 억지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당시 검찰 조사영상]
″야 똑바로 앉아봐, 똑바로 말이라고 나오는 게 아니고 좀 생각을 해서‥″

도움없이 제대로 된 답을 하기 힘든 딸의 경계성 지능을 이용해 사실상 범인을 만들어낸 겁니다.

[박준영 변호사/재심 법률대리인]
″증거력을 인위적으로 높인 이 조작은 결국 당시 판사를 속였고, 대법원까지 속였고‥″

사건 담당인 당시 강모 검사는 지난 2013년 비리 혐의로 면직됐는데 이번 재심 법정에 나와 공소장 허위 작성 사실을 인정했지만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은 어렵습니다

MBC뉴스 주현정입니다.

영상취재 : 임원후 (광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