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김정우, 김상훈

[단독] "의원님 살려주세요"‥강선우-김병기 대화서 드러난 '1억 원' 수수 의혹

입력 | 2025-12-29 20:12   수정 | 2025-12-29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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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3년 전, 지방선거 당시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이었던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국회의원이 자신의 보좌관이 1억 원을 전달받은 정황을 토로하는 녹취 파일을 MBC가 입수했습니다.

함께 대응책을 논의한 인물은, 당시 공천관리위원회 간사였던 김병기 원내대표였습니다.

MBC는 녹취파일과 취재를 통해 강 의원에게 금품을 건넨 인물이 누군지, 왜 금품이 오갔는지를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김정우 기자의 단독보도입니다.

◀ 리포트 ▶

제8회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의 기초·광역의원 후보 3차 공천 결과가 나오기 전날인 2022년 4월 21일.

당시 공천관리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던 김병기 의원과 공관위원이었던 강선우 의원이 모여 1억 원에 대한 대화를 나눕니다.

[김병기/당시 민주당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회 간사 - 강선우/당시 민주당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 (2022년 4월 21일 오전)]
″어쨌건 1억, 이렇게 뭐 그 돈을 갖다가 받은 걸 사무국장이 보관하고 있었다는 거 아닙니까. 일반인들이 이해하긴 쉽지 않은 얘기들이거든요. <그렇죠 그렇죠. 정말 그냥 아무 생각이 없었던 거죠 정말로.>″

강선우 의원의 보좌관이 당시 강 의원 지역구에 서울시의원 출마를 준비 중이던 김경 시의원으로부터 1억 원을 받아 보관 중이라며, 강 의원이 김병기 의원에게 도움을 요청한 겁니다.

[김병기/당시 민주당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회 간사 - 강선우/당시 민주당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 (2022년 4월 21일 오전)]
″우리가 공관위원이기 때문에 이거는 아흐… 어떻게 하다가 그러셨어요 이게. <제가 어떻게 하면 될까요.>″

그러자 김병기 의원은 도와줄 수 없다고 말했고, 강선우 의원은 ″살려달라″고 호소합니다.

[김병기/당시 민주당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회 간사 - 강선우/당시 민주당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 (2022년 4월 21일 오전)]
″돈에 대한 얘기를 들은 이상은 제가 도와드려서도 안 되지만, 정말 일이 커집니다. 법적인 책임뿐만이 아니고… 어쩌자고 저한테 그걸 상의하셔 가지고 진짜. <의원님 저 좀 살려주세요.>″

강 의원은 김경 시의원으로부터 연락받은 내용을 김병기 의원에게 설명하며, 당시 공천 문제와 1억 원이 연관되어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강선우/당시 민주당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 (2022년 4월 21일 오전)]
″딱 ′결과′가 나자마자, 그렇게 하겠다 하자마자 그게 실시간으로 다 전달이 되고. 김경이 OOO(보좌관)한테 전화 와가지고 그렇게 얘기를 한 거예요.″

실제로 당시 민주당 공관위원을 지낸 인사는 MBC에 다주택자였던 김경 시의원에 대한 논란이 공관위 내부에서 있었다고 증언했습니다.

강선우 의원은 또, 김병기 의원에게 상대방이 돈을 돌려받지 않으면 어떡하냐는 취지로도 물었습니다.

[강선우/당시 민주당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 - 김병기/당시 민주당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회 간사 (2022년 4월 21일 오전)]
″만약에 안 받는다고 하면 <그거는 뭐 의원님이 보셔가지고 던져놓고 나오든지 어떻든지 하셔야 되는 거지. 그거는 뭐 의원님께서 해결해야 될 문제입니다.>″

강 의원의 눈물 섞인 발언이 계속되며 28분 56초 분량의 녹취는 마무리됐습니다.

[강선우/당시 민주당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 - 김병기/당시 민주당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회 간사 (2022년 4월 21일 오전)]
″제가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예 이게> 정말 이런… 이런 사람이 아닌데. 하 진짜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이에 대한 MBC 질의에 강선우 의원 측은 ″현금이 전달된 사실을 인지하고 놀랐다″며 ″보고 후 처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그 즉시 공관위 간사에게 보고했고, 다음 날 재차 보고 후 곧바로 반환을 지시했다″는 입장을 보내왔습니다.

녹취에서 1억 원을 보관 중인 걸로 지목된 강 의원의 전직 보좌관은 ″답변드릴 게 없다, 모르는 일″이라고 답했고, 김경 시의원도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밝혀 왔습니다.

MBC뉴스 김정우입니다.

영상편집: 임혜민

◀ 앵커 ▶

지금 보신 것처럼 강선우 의원은 김경 시의원이 자신의 보좌관에게 1억 원을 보내온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그런데 이튿날, 김경 시의원은 강서구 지역구 시의원 후보로 단수공천됐습니다.

1억 원이 오간 정황이 뚜렷한데도, 공천 배제를 하지 못했는데요.

이어서 김상훈 기자 단독 보도입니다.

◀ 리포트 ▶

김병기 의원은 난처하다는 듯 ′못들은 걸로 하겠다′며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김병기-강선우]
″안 들은 걸로 하겠습니다… 합당한 이유가 없다면 통과시킬 수 없다. 왜냐면 이거에 대해서 안 이상은 내가 어떤 행동을 취하더라도 묵인하는 거 아니겠어요?″

30분간 대화에서 김병기 의원은 ′사실상 자신을 끌어들인거다′라면서도, ′알게 된 이상 묵인할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김병기-강선우]
″일이 정말 커집니다. 저랑 의원님 공관위원이에요. 이거 법적인 책임뿐만 아니고…″

하지만 이 대화 다음날 발표된 공천 결과, 김경 시의원은 단수공천을 받았고 이후 당선됐습니다.

김병기 의원의 단호한 말과 달리 공관위원인 강 의원 측이 돈을 받은 걸 알고도 공천을 준 겁니다.

강 의원 측에 따르면, 강 의원은 ″당시 공관위 의제 선정에는 관여하지 않았고 부의된 의제를 논의했을 뿐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관위에서 금품을 전달 받은 사실을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김병기 의원도 간사로서 다른 공관위원들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리지도 않은 걸로 파악됐습니다.

당시 공관위원들은 ″김경 시의원의 다주택 문제로 언급이 있었지만, 김병기·강선우 두 의원이 별도로 컷오프를 언급한 기억은 없다″며, ″돈이 오갔다는 말도 전혀 들은 바 없다″고 말했습니다.

만약 공천을 대가로 돈이 건네졌다면 정치자금법과 뇌물, 배임수재 등 혐의가 적용됩니다.

[양홍석/변호사]
″형사법적인 문제가 당연히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그냥 단순히 이제 나중에 돌려줬다. 이것만으로는 사실은 이렇게 면책이 된다라고 보긴 어렵고…″

당시 서울시당 공관위는 15명으로 외부 교수가 위원장을 맡아, 사실상 간사의 영향력이 큰 구조였습니다.

이를 알고도 묵인했다면 김병기 의원의 말처럼 수사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에 대해 김병기 원내대표는 아무런 해명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MBC뉴스 김상훈입니다.

영상편집 : 윤치영

◀ 앵커 ▶

계속해서 정치팀 김정우 기자와 좀 더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김 기자, 지금 보니까요.

두 의원 간에 은밀하게 이루어진 대화를 누가 녹음을 했는지 그게 우선 궁금합니다.

◀ 기자 ▶

이 대화 녹취는, 김병기 원내대표 본인으로부터 나왔습니다.

김 원내대표가 강선우 의원을 불러 대화를 나누면서 내용을 녹취하고 있었던 겁니다.

이후에 김병기 의원이 이 녹취 파일을 제3자에게 공유를 했고요.

제보자 보호를 위해 구체적인 경로를 밝히긴 곤란하나, 이 과정에서 저희도 제3자로부터 녹취를 최종 입수하게 된 겁니다.

해당 파일이 생성된 시점은 제8회 전국지방선거를 앞둔 2022년 4월 21일, 오전 9시 39분이었습니다.

서울시당 3차 공천이 이뤄지기 딱 하루 전이었는데요.

김병기 당시 공관위 간사가 이른 아침부터 강선우 의원을 본인의 의원실로 불렀고, 앞선 리포트에서 보신 것처럼 강 의원 측이 받았다는 ′1억 원′에 대한 논의가 오갔습니다.

각별히 보안에 신경 쓴 듯한 부분도 눈에 띄는데 대화 중간에 보좌진이 들어오려고 하자, 김병기 의원이 ′들어오지 말라′며 막는 대목도 녹취에 담겼습니다.

◀ 앵커 ▶

그렇군요.

김병기 의원이 녹음한 파일이고, 그렇다면 또 궁금한 것들이 생깁니다.

강선우 의원은 1억 원을 어떻게 전달받은 건지 그리고 이 둘의 대화가 이루어진 이후에 과연 1억 원을 돌려준 게 맞는지.

또 공천은 왜 그대로 이루어진 건지.

이런 것에 대한 해명이 필요한 부분이겠죠.

◀ 기자 ▶

네, 우선 강 의원 측은 MBC에 대해, 본인이 아니라 보좌진에게 현금이 전달됐다고 했습니다.

본인은 현금을 전달된 사실을 인지하고 매우 놀랐다고도 했는데요.

공관위 간사였던 김병기 의원에게 즉시 보고한 뒤 처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일단 보고부터 했고, 녹취가 이뤄진 다음 날 아침에도 본인은 재차 보고를 했다, 곧바로 반환을 지시했다는 게 강 의원의 해명입니다.

다만, 실제로 반환이 이뤄졌는지는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반환 여부를 묻는 MBC 질문에 강 의원의 지역구를 관리하던 보좌관은 ″모르는 일″이라고 선을 긋기도 했는데요.

일단 강 의원의 해명 속에 ′현금 전달′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만큼, 금품 수수는 현찰로 이뤄졌을 걸로 보입니다.

거기다 해당 대화가 오간 바로 다음 날, 김경 시의원은 단수 공천을 받았잖아요.

여기서 김병기 의원의 태도도 논란이 될 거 같은데요.

김경 시의원 쪽에서 현금을 전달한 사실을 알고도 김병기 당시 공관위 간사는 공천 과정에서 이를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김병기 원내대표 측은 별다른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현금이 오갔는지는 추후 밝혀져야 할 사안으로 보입니다.

◀ 앵커 ▶

이 사안에 대해서 밝히려면 수사가 불가피해 보이는데요.

◀ 기자 ▶

그렇습니다.

만약 공천을 대가로 돈을 건넸다면,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고요.

실제로 돈을 받은 것이 공천에 영향을 줬다면 배임수재 등 혐의까지 적용됩니다.

문제가 된 걸 인지하고 돌려줬을 경우에도 경우에 따라 죄가 될 수 있습니다.

김경 의원이 돈을 전달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공천을 줘서는 안 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야 하는 사안이거든요.

그걸 알면서도 당시 공관위 간사였던 김병기 의원이 묵인했다면 정치적·도의적인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지금 강선우 의원은 자신은 정상적으로 김병기 의원에게 즉각 보고를 했다는 입장이고, 김 의원은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데요.

당사자들의 분명한 해명과 명확한 진상조사, 그리고 그에 따른 책임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