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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선
참사 1년, 유족들의 시간은 멈췄다‥"바라는 건 진상조사뿐"
입력 | 2025-12-29 20:30 수정 | 2025-12-29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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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1년 전 참사의 원인은 아직도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제주항공은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았고, 처벌된 사람도 없습니다.
그저 텅 빈 무안공항에는 그날의 진실을 알고 싶은 유족들이 남아 있을 뿐입니다.
이해선 기자가 유족들을 만나봤습니다.
◀ 리포트 ▶
[(지난해 12월 28일)〈고 김유찬 씨 여행 영상 〉]
″생일 축하합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김영헌 씨는 아내, 두 아들과 함께 태국으로 여행을 갔습니다.
인도에서 회사를 다니던 김 씨는 일 때문에 하루 먼저 돌아왔습니다.
그게 마지막이었습니다.
[김영헌/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
″(형님한테 전화가 와서) ′니네 식구들 들어오는 거 맞냐?′, 아 맞는데 왜? 그랬더니 ′비행기 사고 났다′ 아무것도 못 하고 그 자리에서 소리도 못 내겠고 그냥 그 자리에서 펄쩍펄쩍 뛰다가…″
사고 닷새 만에 시신을 찾았습니다.
주변에선 시신 확인을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막내아들은 뭘 막으려고 했던 건지, 팔로 얼굴을 가린 모습이었습니다.
김 씨의 시간은 그때부터 무너져 있습니다.
일도 그만두고 매일 아침, 사고 사진이 붙여진 선전 트럭을 몰고 거리로 나갑니다.
[김영헌/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
″지금 1년이 다 돼 가는데 아무것도 해결된 게 없다, 알려야 되겠다. 유가족이 아직도 이렇게 울고 있다. 이걸 알리고 싶은 거예요.″
1년째 멈춰있는 무안 공항.
아내와 딸, 사위 그리고 두 손주까지 모두 잃은 박인욱 씨는 텐트에서 삽니다.
참사 당일, 박 씨는 가족들의 귀국을 기다리며 식사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집에 돌아갈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박인욱/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
″나는 밥하고 국 끓여 놓고 있는데 전화가 처제한테 전화가 와서. 사고 난 날 여기서 왔다갔다 하고 미쳐서… 나는 집에 두 번씩 갔었어. 막 집에 애들이랑 집사람이 와 있는 것 같고…″
박 씨는 2014년, 해수부 공무원으로 세월호 참사를 수습했습니다.
제주항공 참사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냐고, 홀로 남은 박 씨는 이제 정부에 묻고 있습니다.
[이경임/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
″엄마 좀 잘 봐줘. 꼭. 너희들은 어떻게 갔는지 꼭 알아내고 싶으니까. 진짜 엄마가 너무 보고 싶은데 꿈에도 안 나타나는지 모르겠어. 넌 정말 나쁜 놈이야. 진짜.″
이경임 씨의 아들은 코레일 직원이었습니다.
입사하고 그렇게 좋아했는데, 아들은 이제 세상에 없습니다.
[고 손창국 씨〈코레일 입사 준비 영상 〉]
″<입사지원 동기를 말해보세요.> 제가 지원하게 된 동기는 한국철도공사의 인재상 중 하나인 사람 지향 소통인과 가장 부합하기 때문입니다.″
1년이 지났지만, 원인조차 공식적으로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처벌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고 누구도 재판에 넘겨지지 않았습니다.
[이경임/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
″무정부 상태였기 때문에 더욱 우리의 참사는 잊혀져 버려서… 사실 저희 지인들도 아직 해결 안 됐냐는 말을 많이 물어보거든요. 그러니까 너무 그게 슬픈 거예요.″
179명은 1013개의 조각으로 흩어졌습니다.
남은 유족들은 고통 속에서 호소합니다.
바라는 건 제대로 된 진상 조사, 그것 하나입니다.
MBC뉴스 이해선입니다.
영상취재 : 최대환 / 영상편집 : 이유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