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이성일

[뉴스 속 경제] 정부 경고 부른 원화 가치 하락‥원인은?

입력 | 2025-11-17 07:43   수정 | 2025-11-17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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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원·달러 환율이 지난주 한 때, 1,470원을 넘었습니다.

정부와 중앙은행도 이런 분위기에 우려를 나타냈는데요.

환율이 왜 이렇게 뛴 건지, 또 우리 경제엔 어떤 영향이 있는지 이성일 경제전문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환율이 1,500원까지 가까이 올라와 있습니다.

환율이 오른다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겁니까?

◀ 기자 ▶

원·달러 환율, 1달러 사는 데 필요한 원화를 나타내는 숫자가, 아주 잠시지만, 지난 목요일 1473을 넘었습니다.

회의 중이던 구윤철 경제부총리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직접 나서 시장 개입을 경고하고 나서야 상승세가 꺾였습니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이 가장 높았던 지난 4월 초, 이때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를 고율 관세로 위협했던 시기입니다.

1,470원대는 올해 4월 또는 작년 말 계엄 직후 환율에 육박하고 가장 낮았던 7월 초와 비교하면 6% 넘게 오른 수준입니다.

환율 상승은 특히 지난 1달 사이 두드러졌습니다.

확인 차원에서 말씀드리면,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1달러를 사는데 더 많은 원화가 필요해집니다.

그만큼 원화 가치는 떨어진 셈입니다.

◀ 앵커 ▶

원화 가치가 갑자기 떨어진 이유는 어디에 있나요?

◀ 기자 ▶

시장의 단기적 수급을 보면, 해외 특히 미국 주식 투자 열기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지난달, 미국 주식을 투자 목적으로 산 금액, 68억 달러, 10조 원에 육박합니다.

우리가 벌어들이는 달러의 가장 큰 원천, 수출에서 수입을 뺀 무역수지 흑자 60억 달러, 9조 원보다 더 많은 규모입니다.

한국은행 총재가 환율 움직임에 영향을 주는 요인 중 하나로 평가할 정도가 됐습니다.

그런데, 해외 주식 투자 열기만으로 외환 시장 쏠림 현상을 모두 설명할 수 없습니다.

여기에 좀 더 구조적인 변화 원인으로, 한-미 관세 협상 결과, 조선업 투자까지 포함해 3,5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약속이 지목됩니다.

외환보유액을 운영해 매년 200억 달러를 시장 충격 없이 만들 수 있다는 정부 계산이 실현되더라도, 외환 시장 달러 수급에는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미국 투자가 없었다면, 기업이 수출로 해외에서 번 달러, 운영 수익 일부가 원화와 바꾸기 위해 이 시장에 풀렸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 시장에 풀리기 전에, 미국에 곧바로 투자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달러를 원하는 수요가 그대로라면 지금보다 달러가 부족해지고, 그 결과로 달러 값이 오르고 원화 값은 내려가게 되는 겁니다.

우선 이달 들어 외국인 투자자가 우리 주식을 판 금액이 이보다 큰 9조 원에 이릅니다.

이같은 대규모 매도 역시 구조적 변화를 읽고 앞당겨 행동한 투자자, 기업 움직임이 최근 외환시장 변동성을 키웠다는 해석, 설득력이 있습니다.

◀ 앵커 ▶

원화가 싸진 건지 달러가 비싸진 건지, 다른 화폐들하고도 좀 비교를 해 봐야될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 기자 ▶

혹시 최근에 유로화 환전해보셨어요?

지금은 1,700원을 넘었거든요.

그러니까 달러보다 훨씬 더 비싸진셈이죠.

유로화 환율 최근 1,700원을 돌파하기도 했는데, 연초에는 1,500원이었습니다.

달러를 기준으로 연초 가격과 비교하면, 원화는 그대로지만, 유로, 파운드, 위안화 등 다른 주요통화는 강해진 탓입니다.

환전을 해보면, 달러도 비싸지만 다른 외국 돈은 더 비싸진 것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원화보다 지난 6개월 약세를 보인 통화는 일본 엔화 정도입니다.

일본이 우리보다 많은 5,500억 달러 투자를 미국에 관세 협상 조건으로 약속한 데다, 새 내각이 돈을 푸는 경기 부양책을 쓰기로 한 사실이 더해진 결과로 보입니다.

◀ 앵커 ▶

오히려 다른 화폐들은 더 비싸졌군요.

세계적으로 비교를 해봐도 원화가치가 더 하락을 했다는 건데, 우리 경제가 그만큼 안 좋다는 뜻인가요?

◀ 기자 ▶

해외 자본의 움직임, CDS라고 부르는 신용부도 스와프처럼 우리 경제의 불안 정도를 가늠하는 지표를 보면, 당장은 우리 경제에 대한 의심이 커진 상황은 아닙니다.

하지만 긴장 늦추지 못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외환위기 같은 과거 국제 금융시장 불안 과정을 돌아보면, 1,500원에 육박하는 환율은 ′위기의 그림자′ 같은 역할을 했습니다.

해외 자본의 움직임, CDS라고 부르는 신용부도 스와프처럼 우리 경제의 불안 정도를 가늠하는 지표를 보면, 당장은 우리 경제에 대한 의심이 커진 상황은 아닙니다.

하지만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사정은 여럿 있습니다.

주식투자든 기업의 직접 투자든, 해외로 투자가 몰리면 국내 일자리 성장 여력이 줄어드는 것이 분명합니다.

수출하고 해외 공장 짓는 대기업들은 달러로 돈을 버니 타격이 덜하겠지만, 원자재 수입해 국내에 물건 파는 기업이나, 이런 물건 쓰는 소비자에게는 물가 상승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정책을 쓰는 폭이 좁아질 수 있습니다.

지금도 미국보다 정책금리가 낮은데, 경제가 어렵다고 금리를 내리거나, 재정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려는 시도도 이론적으로는 원화 가치 하락을 자극하는 방향이기 때문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