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의료 현장을 지켜온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이 ′폐과 선언′과 함께 간판을 떼고 있다. 저출생에 따른 인구감소로 어린이 환자가 끊기고 있기 때문이다. ″사명감만으로 버티는 것도 이젠 한계를 넘었어요″. 이들이 눈을 돌린 곳은 피부와 비만, 당뇨 치료 등 성인 진료 과목이다. 이런 분야를 가르치는 ′의사 직무 전환 교육′에는 병원 경영이 어려운 의사들이 몰려든다. 의대생들이 선호하는 진료 분야도 수입이 좋은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다. 원하는 분야를 전공하려고 학원까지 다니며 의사 국가시험을 준비하는 의대생들도 적지 않다.
생명과 직결되는 외과와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 분야 의사들의 이탈 현상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전문의가 없거나 병상이 없어 환자들이 병원을 헤매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끝에 목숨을 잃는 사건도 속출한다. 특히 의료 취약 지역에서 환자들의 마지막 버팀목인 지역 공공병원에선 전문의를 구하지 못해 일부 과목의 진료를 중단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병원이 수억 원의 연봉을 제시해도, 문의조차 없는 극심한 ′의사 구인난′은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현재 의대 정원은 18년째 3058명에 머물고 있다. ′필수 의료 공백′을 우려한 역대 정부가 정원을 늘리려 했지만, 의사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2020년에는 정부가 증원 방침을 내놓자, 의사들이 파업과 집단 휴진으로 맞서기도 했다. 최근 정부와 의사단체가 논의에 착수했지만 과연 증원이 가능할지, 규모는 얼마나 될지 미지수다.
′아프면 치료받고, 치료할 수 있다′는 환자들과 의사들의 믿음은 지켜질 수 있을까. 이번 주 <스트레이트>는 전국의 지역 의료 현장을 누비며 환자와 의료진을 만났다. 오랜 논쟁이 이어졌던 의대 정원 확대 문제도 쟁점별로 따져봤다. 공공의료 최후 방어선에서 분투하는 공공병원들의 위기와 그 해법도 심층 취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