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수칙을 어긴 집단 모임으로 신천지 내에서 대규모 감염이 잇따랐고, 1차 확산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국민적 지탄이 쏟아졌습니다.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는 경기도 과천의 신천지 총회를 폐쇄하는 행정명령을 내리며 강경 대응했습니다.
[이재명/당시 경기도지사(2020년 3월 2일)]
″지금까지 불응하고 이렇게 혼란을 끼친 점에 대해서 어떻게 책임을 물을지 그 부분은 추후에 저희가 논의해서 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반면 당시 문재인 정부와 대립하던 윤석열 검찰총장은 신천지를 압수수색하라는 여론과,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지시에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윤석열/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2022년 2월 11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압수수색 지시는요. 그건 완전히 쇼입니다. 왜냐하면 압수수색 지시를 언론에 공개하면서 하는… 기자들이 다 그때 웃었습니다.″
국민적 지탄을 받은 데다, 수사까지 받게 되자 교주 이만희 총회장은 이듬해 대선 경선에서 윤석열 후보를 적극 지원하기로 결심했다고 합니다.
[최OO/전 신천지 간부]
″그 당시에 또 ′윤석열 검찰총장이 신천지 압수수색을 또 두 번이나 막았다′라는 얘기를 듣고서 ′윤석열 후보한테 은혜를 갚아야 되겠다′라는 생각으로…″
[이OO/전 신천지 간부]
″′이재명 그때 당시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신천지에 굉장히 큰 위기가 있을 수 있다′라는 이제 의식이 팽배했기 때문에 신천지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반대로 찍어야지 우리가 살 수 있다.″
곧바로 2021년 대선 경선 국면에서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기 위한 신천지 신도들의 국민의힘 입당이 잇따랐습니다.
[이OO/전 신천지 간부]
″(2022년 대선) 그때에도 저한테도 권유가 왔었죠. ′당원 가입을 해라′. <이미 가입이 돼 있었고?> 그렇죠. 이미 가입을 한 상태였기 때문에 저는 이미 가입이 되어 있는 상태라고 보고를 했었고요. 그리고 이제 대통령 선거에도 이제 ′누구를 뽑아야 되는지′에 대해서도 알려줬던 거죠.″
그리고 대선 경선 기간, 누가 가입했는지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당시 국민의힘에는 19만 명의 당원이 새로 가입한 걸로 확인됐습니다.
[권성동/국민의힘 의원(CBS ′김현정의 뉴스쇼′, 2021년 11월 4일)]
″19만 명의 당원이 새로 가입을 했어요. <새로 가입. 그렇죠.> ′그분들은 거의 투표를 한다′라고 저희들은 보여지는데″
국민의힘은 물론 윤석열 후보 측과 접촉하는 계획도 실행됐습니다.
신천지 관계자들은 그 연결고리로 한국근우회 이희자 회장을 지목했습니다.
이 회장은 우리나라 최초 여성단체인 근우회를 40년 넘게 이끌며 정치권과 폭넓은 인맥을 맺어 왔습니다.
공식적으로 인정하진 않았지만 이만희 총회장의 총애를 받으며 신천지 활동을 해온 걸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희자/한국근우회 회장(신천지 간부 통화 녹취, 2022년 3월 5일)]
″′(이만희) 선생님, 제가 근우회랑 노벨재단 끌고 가야되니까 제가 신천지 식구로 나타나 버리면 안 됩니다. 근데 제가 식구입니까 아닙니까? ′ 그랬더니 ′식구지, 식구. 내 식구지′ 그러더라고″
지난 2023년 근우회 창립 96주년 기념행사장.
[이희자/한국근우회 회장(한국근우회 창립 96주년 기념행사, 2023년 12월 6일)]
″새로운 땅! 새로운 하늘! 새로운 문화! 새로운 세상을 여러분과 제가 만들어 나갑시다.″
이 자리엔 권성동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전, 현직 의원 다수가 참석하기도 했습니다.
스트레이트가 만난 복수의 신천지 관계자들은 대선 두 달 전이던 지난 2022년 1월경.
이희자 회장이 보수 원로인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이만희 총회장의 만남을 주선했고, 김 전 대표가 윤석열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이만희 회장과 통화시켜 줬다고 말했습니다.
스트레이트가 확보한 당시 신천지 2인자 고 모 총회 총무의 통화 녹취에도 이런 내용이 언급됐습니다.
[고OO/당시 신천지 총회 총무-당시 신천지 간부(2022년 1월 28일 통화)]
″며칠 전에 이희자 회장님 통해서 (제가) 김무성 씨 만났잖아요. 그리고 이제 이 사람이 본격적으로 일을 하자라고 연락이 왔어요. (이만희 총회장이) 윤OO하고도 통화도 하셨더라고요. 실제로″
<그건 누가 주선했는데?>
″김무O.″
<아, 김무O이. 그거는 가능하지. 잘못하면 이 나라가 뒤집어져.>
″그럼요.″
<조심해야된다. 지금은.>
통화 녹취에는 또 권성동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의 이름이 등장합니다.
[고OO/당시 신천지 총회 총무(신천지 간부와의 통화 내용, 2022년 1월 18일)]
″주호영부터 해서 권성동, 박성중, 다 이렇게 모일 듯이 하더라고요.
[고OO/당시 신천지 총회 총무(신천지 간부와의 통화 내용, 2022년 1월 28일)]
″권성동 그쪽하고 해가지고 진짜 이게 좀 될 만한가 봐요.″
김 전 대표와 이만희 총회장을 연결시켜줬다는 한국근우회 이희자 회장은 의혹을 모두 부인했습니다.
[☎ 이희자/한국근우회 회장]
<김무성 대표님이랑 이만희 씨를 혹시 연결하신 게 이희자 회장님이라는 얘기가 있어서…>
″저는 그거 한 적이 없습니다.″
<그래요?>
″전부 가짜 뉴스예요.″
<근우회 행사 때 신천지의 많은 신도들이 행사에 동원…>
″그건 지금 말씀드릴 수 없다고 했잖아요.″
그리고 본인의 휴대전화로 이만희 교주와 윤석열 후보의 통화를 주선했다고 지목된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스트레이트는 김 전 대표에게 연락했지만 자세한 답변 없이 전화를 끊었습니다.
[☎ 김무성/전 새누리당 대표]
<과거에 이희자 선생님이랑 같이 신천지 관련해서 있었던…>
″아이고 그런 건 전혀, 전혀 모릅니다.″
<고OO 총무님은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모릅니다.″
<신천지 쪽이랑 이만희 회장…>
″……″
현행법상 신천지에서 조직적인 당원 가입 지시가 있었다면 정당법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10만 명이 입당해 윤석열 후보를 지지했다는 주장에 대해 신천지 측은 ″조직적으로 어느 특정 당의 당원 가입을 권유한 적 없다″며 ″성도들의 자발적인 선택에 의해 정치활동을 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 신준명 기자 ▶
신천지 신도들이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했던 건 윤석열 후보를 지원했던 지난 2022년 대선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그 이전에도, 그리고 그 이후에도 당원으로 가입하거나 유력 정당의 당직을 맡거나 또는 지방의회에 진출하면서 늘 정치권, 특히 보수정당 주변에 발을 디디고 있었습니다.
신천지는 왜 정치권과 거리를 두지 못하는 걸까요.
그리고 보수정당과 신천지는 왜 일종의 공생관계를 유지해 온 걸까요.
그 내막을 취재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민주주의 위협하는 ′공생′</strong>
윤석열 정부 시절이던 지난 2023년 10월 신천지 과천교회 간부들에게 텔레그램으로 배포된 영상입니다.
″한 정당에 가입하는 것은 국민으로서 주권을 행사하는 것입니다.″
정당 활동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내용인데 회원들에게 영상을 보여주라고 권유합니다.
두 달 뒤, 텔레그램 창에 ′필라테스 보고′를 받겠다는 공지가 내려집니다.
′필라테스 보고′는 도대체 뭘까.
자세히 보니 지역과 생년월일, 이름이 적힌 명단이 차례차례 올라옵니다.
′필라테스′란 이름은 정체를 감추기 위한 일종의 암호일 뿐, 그 실체는 신천지 신도들의 국민의힘 당원 가입 결과를 보고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이OO/전 신천지 간부]
″당시 청년들을 대상으로 국민의힘 당원 가입을 시키는 어떤 하나의 프로젝트였거든요. 문제의 심각성을 알기 때문에 마치 필라테스 동아리 회원을 모집하는 것 같은 동아리 활동 명단인 것처럼 자기네들끼리 이렇게 명칭을 붙인 거죠.″
정치권과 일종의 끈을 유지하려고 했던 신천지의 시도는 20여 년 전에도 확인됩니다.
2002년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 후보 캠프에 몸담고, 새누리당 부대변인까지 맡았었던 차 모 씨.
그는 이만희 총회장의 양아들이라고까지 불리던 최측근 신도였습니다.
그는 자신의 정치활동은 모두 이만희 총회장의 뜻에 따른 것이었다고 털어놨습니다.
[☎ 차OO/전 신천지 간부, 전 새누리당 부대변인]
″이만희 총회장님이 ′이회창 후보가 당선이 된다′라고 강하게 얘기를 하셨어요. 제가 이제 대표성을 띠었다고 해야 되나? 소소한 민원을 해결하기 위한 그런 차원에서 활동이 됐다라고 보시면 될 것 같고요.″
그리고 지난 2007년 대선.
신천지에서 신도 1만여 명을 한나라당 당원으로 가입시키려 한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실제 신천지가 작성한 문건에는 한나라당 특별당원 가입을 추진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신천지 관계자들은 신천지가 당원 가입뿐만 아니라 정당의 당원인 신도들을 지방선거에 지속적으로 출마시키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 권OO/전 신천지 신도]
″신천지 사람으로 이제 시의원을 후보로 내가지고 이제 뭐 선거 운동에도 이제 교인들을 동원하고…″
신천지 특정지역 교회 명단에서 확인한 한 인물은 현재 그 지역 시의회 의장이었습니다.
[☎ A 씨/ㅁㅁ 시의회 의장]
″저는 절에 다닙니다.″
<신천지 OO교회 명부에 의장님 성함이 있더라고요.>
″그런 말씀이라면 제가 답변할 이유 없다고 생각하고요.″
또 신천지 신도로 지목된 한 현직 시의원은 ″과거의 일이었을 뿐″ 현재는 신천지와 관계가 없다고 했습니다.
[B 씨/OO시의원]
″ ′나쁜 짓을 했다′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이렇게 했는데 이상한 데라 해가지고 그렇게 나온 건데 그걸 가지고 옛날 일을 가지고 자꾸 이렇게 들춰내는 거는 솔직히 저는 마음에 안 들어요.″
신천지가 끊임없이 정치권에 발을 담그려 하는 이유는 우선 그들의 숙원사업 성취를 위해서라고 합니다.
신천지 교단은 오랫동안 과천과 부평의 성전 건설, 그리고 이만희 총회장 사후 그 시신을 보존하기 위한 박물관 건립 등을 추진해 왔습니다.
[☎ 차OO/전 신천지 간부·전 새누리당 부대변인]
″롤 모델을 통일교로 삼은 거예요. 그러니까 이제 죽고 나서도 문선명 총재 시신 보관하듯이 그런 생각까지도 하셨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런 사업 대부분은 지역주민들의 반대가 심해 정치권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는 교세 확장을 위해서라고 합니다.
실제 신천지는 좋지 않은 이미지 탓에 공개적인 포교활동도 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최OO/전 신천지 간부]
″사회에 신천지라는 곳이 정체가 많이 드러났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전도가 많이 안 되죠. 안 되다 보니까 오히려 (코로나19 사태) 전보다도 더 나름대로 모략 전도라고 그 모략 전도가 더 성행을 하고…″
모략전도, 또는 위장포교.
즉 자신들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포교방식을 말하는데, 신천지의 이런 포교는 실제로 자주 목격되고 있습니다.
서울 홍대 거리에 마련된 무대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대학생들.
지난 6월 서울시 예산 5천만 원이 투입된 청년문화쇼케이스 행사지만 실상은 신천지의 포교행사나 다름없었습니다.
[이석훈/전 신천지 신도]
<혹시 이분도?>
″잠시만 얼굴을 제가… 저분은 신천지 맞아요.″
<여기에 신천지 신도 아는 분이 있어요?>
″사실 다 압니다.″
<다 알아요?>
″다 신천지라고 보시면 될 것 같고 저기 과 잠바 입으신 분 같은 경우에는 대학부에서 부장 역할을 하시는 분이고…″
대학생 커뮤니티에서 탁구 연합동아리라고 소개된 곳에 가입했더니 신천지 포교단체였고,
[노OO(신천지 ′위장 포교′ 경험)]
″그렇게 만난 사람들은 이제 제 말을 좀 잘 들어주고 이해해 주고 그러다 보니까 좀 더 많이 가까워지고 그래서 마음을 열었던 것 같습니다.″
<그게 의지가 되거나 좀 위로가 돼요?>
″솔직히 좀 많이 됐었습니다.″
젊은 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러닝 대회를 열어 포교하기도 하고, 상담을 가장해 접근하기도 합니다.
[이OO(신천지 ′위장 포교′ 경험)]
″제 심리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좀 교묘하게 파고들었어요. 당연히 배신감 느꼈죠. 정말 간절한 사람을, 간절한 건데 그 심리를 이용해서 포교를 한 거잖아요.″
이렇게 제대로 된 포교활동도 못 하는 상황을 타개하고 교세를 넓히기 위해 항상 정치권의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겁니다.
[☎ 차OO/전 신천지 간부·전 새누리당 부대변인]
″당원 가입을 시켜서 국민의힘을, 이제 보수 정당을 숙주 삼아서 계속해서 이제 영향력을 확대하고 또 지속적인 어떤 이제 행사를 하기 위해서 들어간 거기 때문에…″
여기에, 민주적 절차에 의한 경쟁보다는 당장 조직력을 이용해 쉽게 표를 얻으려는 정치세력은 신천지 같은 단체의 손길을 거절하기 어렵습니다.
일종의 공생관계가 형성되는 겁니다.
[김디모데/평화나무 기독교회복센터 목사]
″(종교 집단은) 자신들한테 유리한 권력이 선출되기를 원하는 욕망이 있는 것이고요. 그리고 정치인들, 그리고 정당 입장에서는 한 표라도 더 얻어야 되는 입장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권력 쟁취를 위해서 서로에게 이용 가치가 있는…″
통일교에 이어 신천지까지.
종교단체가 얽힌 비리 또는 경선 개입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지만 이른바 ′윤 어게인′ 세력이 장악한 국민의힘은 모든 의혹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장동혁/국민의힘 대표(BBS ′금태섭의 아침저널′, 7월 28일)]
″(신천지 신도) 그분들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정치 활동을 할 수 있고요.″
<신천지에 속해 있던…>
″어느 정당을 지지할 수도 있습니다. 어느 종교 단체든 어느 종교인이든 누구도 본인들의 정치적 의사를 충분히 표현할 수 있지 않습니까?″
정치권의 힘이 절실했던 종교, 종교의 조직력을 이용하고 싶었던 정치, 문제는 이런 공생관계가 궁극적으로 민주주의의 후퇴를 가져온다는 점입니다.
[성해영/서울대 종교학과 교수]
″민주화가 충분히 많이 진행된 나라인 거잖아요. 그런 상태에서는 종교가 정치에 개입해야될 이유가 크지 않은 거죠. 그런 의미에서 보면 양자가 뒤섞이는 것 자체가 어쨌든 우리 사회의 정상적이지 않은 그런 상태를 드러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