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강나림

[알려줘! 경제] "고통 분담"한다더니… 코로나에도 총수 연봉은 올랐다

입력 | 2020-09-09 14:47   수정 | 2020-09-09 16:45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월급 자진해서 깎겠다″ 총수들 앞다퉈 ′고통 분담 선언′</strong>

너나 할 것 없이 유례 없는 ′코로나19 위기′앞에 휘청이던 3월, 대기업 총수들이 ″코로나19 고통을 분담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자신이 받는 월급을 자진해서 반납하겠다고 한 건데요.

대한항공 조원태 회장, 현대차 정의선 수석부회장, 롯데 신동빈 회장.. 재벌 그룹의 수장들이 앞다퉈서 ″절반을 받겠다″, ″20%는 반납하겠다″고 선포했고, 이들의 반납 선언은 언론을 통해 떠들썩하게 알려졌습니다.

그래서 월급 반납했다는 총수들의 상반기 연봉을 살펴봤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조원태 회장 올해 상반기 총 연봉 13억8천 만 원‥최소 +38%</strong>

3월 대한항공이 낸 보도자료 내용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악화에 따라 4월부터 경영이 정상화될 때까지 부사장급은 월급의 절반을, 전무급은 40%, 상무급은 30%를 자진 반납한다″

이에 따르면 4월부터 조원태 회장은 월급 절반을 반납하고 있습니다.

대한항공 올 상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조원태 회장이 올 초부터 지난 6월까지 대한항공에서 받은 보수는 8억6천만 원. 대표이사로 있는 한진칼에서는 5억1천5백만 원을 받아 총수 연봉으로 총 13억8천만 원을 받았습니다.

작년 상반기엔 조 회장이 대한항공과 한진칼에서 받은 연봉이 각각 5억 미만이라 공시가 안 됐으니 올해 최소
38% 넘게 오른 셈입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조원태 회장이 약속대로 기본급 절반을 반납하고 있다″면서, ″다만 작년 4월 조양호 전 회장 별세 이후 회장으로 승격하면서, 총 연봉이 오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대한항공 직원들 급여도 올랐을까?

직원의 70%가 순환 휴직 중인 대한항공의 상반기 평균 직원 급여는 3천 5백만원. 1년 전 4천4백만 원에 비해 20%가 줄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현대차 정의선 수석부회장 상반기 연봉 15억8천만 원..+12.5%</strong>

코로나 여파로 올 2분기 영업이익이 52% 급감한 현대차 역시 지난 4월 전 계열사 임원 연봉을 20% 반납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상반기 연봉을 봤더니, 현대차에서 15억 7천 5백만 원, 현대모비스에서 6억 8백만 원으로, 1년전보다 각각 12.4%와 1.5% 올랐습니다.

현대차 측은 ″정 수석부회장이 4월부터 지금까지 월급 20%를 반납하고 있지만, 그룹 내 역할이 늘면서 급여가 올라 총 연봉이 상승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대한항공과 현대차 모두 총수들이 월급을 반납하긴 했지만, 반납분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연봉을 올린 겁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롯데 신동빈 회장 상반기 연봉 62억8천만 원.. 작년보다 -21%</strong>

코로나 직격탄을 맞아, 쇼핑과 호텔 등의 매출이 급감한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도 ″4월부터 6월까지 월급의 절반만 받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상반기 신 회장이 롯데지주와 쇼핑 등 6개 계열사로부터 받은 연봉은 총 62억8천만원. 작년 상반기엔 총 79억3천만 원을 받았습니다. 올해 급여 절반을 내놓고도 결과적으로 감소한 연봉은 21%에 그친 겁니다.

특히 롯데지주에서 받은 연봉은 17억 6천여 만원으로 65%나 늘었는데, 롯데는 ″재작년 신회장 구속 기간에 대한 성과급이 없다가 다시 지급되면서 연봉 상승률이 높아졌다″고 설명했습니다.

같은 기간 롯데지주의 직원 연봉은 18 % 줄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LG 구광모 회장 +81% 직원 -18%
포스코 최정우 회장 +49% 직원 +2%</strong>

LG 구광모 회장의 올 상반기 연봉은 58억2천4백만 원. 작년 32억1천2백만 원에서 81%가 올랐습니다. LG측은 ″2018년 회장 취임 이후 작년 성과에 대한 상여가 크게 늘어나면서 연봉이 올랐다″고 설명했습니다. 같은 기간 LG 직원 상반기 연봉은 작년 1억6백만 원에서 8천7백만 원으로 18% 줄었습니다.

포스코 역시 올 상반기 직원 급여가 2% 오르는 사이 최정우 회장의 보수는 12억1500만 원으로 작년 상반기보다 49% 인상됐습니다. 포스코 측은 ″지난 3년 간의 장기 인센티브가 올 상반기에 반영돼 코로나19 상황과는 관계 없이 연봉이 올랐다″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재벌 그룹을 확인한 결과,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대한항공 조원태 회장, 현대차 정의선 수석 부회장,
LG 구광모 회장, LS구자열 회장, 포스코 최정우 회장은 올해 상반기 연봉이 올랐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전례 없는 ′월급 반납′ 선언..궁금해서 봤더니 ″반납하고도 남을 만큼 올랐다″</strong>

사실 총수들의 상반기 연봉은 평소 그다지 이슈가 되지 않습니다. 각종 배당금, 전체 상여 등등이 전부 반영된 한해 총 연봉이 바로 일반인에게는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느껴지는 진짜 소득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상반기 연봉을 들여다본 건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앞다퉈서 ″월급 스스로 반납하겠다″고 선언하길래, 진짜로 덜 받았는지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각 그룹에서는 ″선언한대로 월급을 깎았다″고 했고, 실제로 총수들이 기본급을 삭감한 것도 사실입니다. 직급이 상승하고, 코로나와 상관 없는 시기의 인센티브가 반영됐고, 그룹에서 역할이 늘었고.. 이런 저런 설명이 붙었지만 공감이 가지 않는 이유는 결국 ″깎겠다″고 했지만 깎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다만 공시 보고서가 보여준 건 떠들썩하게 월급 반납을 선언한 총수가 아니라 직원들만 허리띠를 졸라맸다는 사실입니다. ″고통을 분담하겠다″던 선언이 무색하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