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6-09 10:08 수정 | 2020-06-09 10:10
원 구성 법정시한 못 지킨 국회…특위 구성만 처리
21대 국회가 결국 원구성 법정 시한을 넘기고 말았습니다.
사실상 상원 노릇을 해온 법제사법위원회의 위원장을 어느 정당이 가져갈 지를 두고 여야는 한치의 양보 없이 맞서 왔는데요. 법정 시한인 8일, 본회의에서 통과된 안건은 상임위원회의 위원수 개정을 논의하는 특별위원회 구성 안건 뿐이었습니다.
이 특별위원회는 각 상임위원회에 소속될 위원의 수를 20대 국회와는 달리 21대 국회에선 몇 명씩 늘이고 줄일지를 논의하는 한시적 기구입니다.
′반장 뽑자더니 반 배정 하자는 격′
쉽게 말하면 ′각 반의 반장을 뽑기로 했는데, 갑자기 각 반을 몇 명씩 배정할 지 다시 논의하자′며 조직을 뒤늦게 만든 셈인데요, 시한을 넘기지 않도록 일찌감치 만들었어야 한다는 지적에 여야 원내지도부는 할 말이 없게 됐습니다.
사실 반장 선거에 앞서 반 배정이 먼저 됐어야 하는게 맞는 절차이긴 합니다. 그런데 원 구성 협상이 파행을 거듭하면서 일 처리가 뒤죽박죽 됐던거죠.
앞선 국회들을 살펴봐도 반장 선거보다 반 배정이 먼저 진행됐었습니다. 4년 전인 20대 국회에서는 2016년 6월 9일에 반 배정 논의가 먼저 있었고요. 나흘 뒤인 6월 13일에 반장 선거가 있었습니다. 8년 전 19대 국회에서는 2012년 7월 2일 반 배정 논의가 진행됐고, 일주일 뒤인 7월 9일 반장을 뽑았었습니다.
어찌보면 이제야 절차를 바로 잡은 것이긴 한데, 순서가 뒤바뀌면서, 21대 국회는 처음부터 국회와 국민의 시간을 허무하게 흘려버리게 됐습니다.
이유야 어찌됐든, 국회가 이번에도 원구성 법정 시한을 지키지 못했다는 비난은 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반장 경쟁만 쫓아 다니며, ′반 배정도 안하고 무슨 반장을 뽑냐′는 지적 한 번 내놓지 못한 언론도 잘 한 것 없다는 ′반성문′을 스스로 제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 ″시간끌기 아니냐″ vs. 야 ″반 배정 않는 게 꼼수″
당초 이같은 반 배정 제안은 여당인 민주당이 지난 5월 25일 먼저 했습니다. 당시엔 통합당 측에서 수용하지 않다가 이번에 다시 통합당이 역으로 제안해온 건데요.
그렇다보니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로서는 통합당의 의도가 순수해 보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김 원내대표는 8일 박병석 국회의장이 보는 앞에서 주 원내대표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 때는 거절 하셨는데 오늘 이 제안이 시간끌기를 위한 그런 제안이 아니기를 바랍니다″라고 말이죠.
김 원내대표가 대놓고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은건데, 주호영 원내대표도 가만히 있진 않았습니다. 주 원내대표는 ″상임위에 새로운 위원 정수를 확정하지 않고 20대 국회 기준으로 하겠다는 건 꼼수중 꼼수″라며 원칙론으로 맞받아쳤습니다.
이처럼 통합당의 특위 구성 제안이 시간끌기라는 의심을 사고는 있지만, 10일 오후 반 배정을 확정하기 위한 본회의를 열기로 한 만큼 시간끌기(?)는 길어야 이틀에 그칠 전망입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도 ″통합당이 시간을 벌어봐야 하루 이틀″이라면서, ″이후에도 통합당이 상임위 구성을 미루려고 한다면, 앞서 민주당이 특위 구성을 받아준 점이 명분이 될 것 ″이라고 말했습니다.
12일(금) 오후 본회의 예고…원 구성 마무리?
이런 가운데 상임위원장 선출과 원 구성 시한은 오는 12일 금요일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오는 12일 오전까지 상임위 명단을 제출해달라″며 ″12일 오후 2시 본회의를 열겠다″고 밝힌데 따른 건데요.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10일 오후 본회의에서 상임위별로 인원수가 확정되고, 이후 각 당이 12일 오전까지 상임위원들의 명단을 제출하면, 12일 오후 본회의에서 원구성이 마무리됩니다.
실제로 박 의장은 8일 본회의를 마치기 전 ″국회법이 정한 원구성을 마치는 날이지만 지키지 못했다″며 ″21대 국회에 대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송구스럽다″고 말했습니다.
박 의장은 정무위원장이던 시절, 모든 회의를 정시에 시작한 점을 상기시키며, ″국가적 위기, 민생의 절박함에 국회가 능동적으로 적극적으로 응답해야 한다″고도 강조했습니다. 또 ″원구성의 문제는 더 이상 논점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과 결단의 문제″라며 여야에 결단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박 의장의 이같은 표현들을 곰곰히 살펴보니, 3차 추경을 이달 안에 처리하기 위해선 이번 주에 원 구성을 마쳐야 한다는 민주당의 시한 못박기는 단순한 엄포 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주호영 원내대표의 의미심장한 발언
거대여당의 연이은 강공에 소수 야당의 한계를 절감한 걸까요? 주호영 원내대표는 국회의장 주재로 여야 협상을 하는 자리에서, 이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습니다.
″여당이 일방적으로 하겠다 말씀하셨는데 일방적으로 하는걸 저희가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다만 일방적으로 하려면 법 지키고 해라, 그래서 저희들이 국회 상임위원회 정수 표결에 관한 법 만들어달라 했는데... (중략) 의장님이 수용하셨고 그 절차가 진행될 듯 하니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발언을 놓고, 국회의장과 여당이 상임위 구성과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하더라도 물리적으로 저지하지 않겠다는 암시 아니겠냐는 해석이 여권 일각에서 나왔습니다.
이제 시간은 점점 정점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국회의 각 반을 대표할 반장 선출이 늦어지긴 했지만, 반 배정과 반장 선출이 제대로 되는지 같이 지켜보시죠. 이번에 뽑힌 반장은 앞으로 2년간 반을 위해 일하게 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