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조효정

[외통방통] 일거에 끊긴 남북연락채널…남북관계 긴 겨울 맞나

입력 | 2020-06-09 15:35   수정 | 2020-06-09 16:24
북한이 남한과의 모든 상시 소통 채널을 한꺼번에 단절했습니다.

남북연락사무소에서 우리측이 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받지 않았고, 어제까지 정상 운영됐던 군 통신선 연락도 북측은 모두 거부했습니다. 군 통신선이 단절된 것은 지난 2018년 통신선이 복구된 이후 2년 만입니다.

2년전 설치 된 청와대와 북한 국무위원회를 연결하는 핫라인, 직통 연락선 역시 제대로 사용해보지도 못한 채 끊겼습니다.

남북간 전화통지문을 주고받던 판문점 통신선도 두절됐습니다. 판문점 채널이 단절된 건 이번이 7번째입니다.
정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정부 관계자들은 ″상황을 보면서 대응하겠다″는 답변만 되풀이했습니다. 오죽하면 국방부는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답변만 13번 내놨습니다.

통일부는 ″남북간 통신선은 소통을 위한 기본수단″이라며 ″납북간 합의에 따라 유지되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과거에도 남북관계 고비마다 시작은 연락 채널 차단이었습니다. 오늘 낮 12시에도 남북연락사무소에서 통신을 시도했지만, 북측은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판문점 선언 이전으로 돌아간 남북관계

북한이 일거에 끊어버린 상시통신선들은 모두 지난 2018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이에 이뤄진 판문점 선언의 산물입니다.

북한의 연락 채널 단절로, 남북 관계는 판문점 선언 이전으로 돌아간 셈입니다.

더 심각한 건 ″대남사업을 철저히 대적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한 점입니다.
북한은 어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김영철 당 중앙위 부위원장이 참석한 회의에서 ″배신자들이 저지른 죗값을 정확히 계산해야 한다″고 했는데요. 남한을 적으로 규정하고 ′단계별 대적사업′을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앞서 북한은 연락사무소 폐쇄와 개성공업지구 완전 철거, 9·19 군사합의 파기 등을 거론한 바 있습니다. 결국 남북간 연락채널 두절에 이은 다음 조치는 개성공단 철거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대체 북한은 왜?

북한이 이렇게 반발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일부 탈북민들의 대북전단 살포입니다.
북한은 군사분계선 상의 적대 행위를 하지 않기로 약속해 놓고, 남한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며 분노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진정한 불만은 다른 데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북미정상회의를 두 차례나 하고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는 전혀 해제될 기미가 없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19와 11월 대선 때문에 북한엔 신경쓸 여유가 없는 듯 합니다.

남한 정부는 개별관광이나 철도 연결 등 할 수 있는 걸 먼저 추진하겠다고 말은 꺼내놓은 상태지만 북한 입장에선 그 정도 제안은 성이 차지 않았을 겁니다.

결국 북한이 현 상황의 출구가 없다고 판단하고 다시 예의 ′벼랑끝전술′을 꺼내들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군사분계선상의 국지적 도발이나 잠수함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으로 이목을 끌거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무엇을 할 수 있나?

흔히 미국과 유엔의 대북제재하에서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긴 어렵다고 말합니다.

북미 대화가 되지 않는 상황을 탓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외부 환경을 핑계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통일부장관을 지낸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오늘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북전단은 군을 동원해서라도 막아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미국의 눈치만 보는 통일부가 문제라며 남한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국정원과 북한 통일전선부의 핫라인이 남북관계의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습니다.

남북관계는 연락채널 단절로 다시 불통시대에 들어섰습니다.

남북 긴장이 고조될 때면 북측은 우선 통신을 먼저 단절했습니다. 남북관계가 다시 겨울로 들어섰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긴 겨울이 되지 않도록, 남북간 대화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