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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M부스] 다시 '페북하는 김종인'… 40년 메시지 정치 주목

입력 | 2020-09-03 10:00   수정 | 2020-09-10 09:31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일 밤늦게 SNS에 게시물을 올렸습니다. ′4차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촉구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김 위원장이 SNS를 재개한 건 지난해 6월 이후 1년 3개월 만입니다.

김 위원장은 같은 날 오후, SNS에 한 번 더 글을 올렸습니다. 이번 내용은 새 당명과 정강정책에 대한 포부였습니다.

하루에 2건이나 글을 올리자 김 위원장이 15개월 만에 SNS를 재개한 의도에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는데요.

이미 김 위원장은 지난 2016년 더불어민주당 입당과 2017년 대선 출마 선언, 그리고 안철수 지지 등 굵직한 소식을 SNS로 전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김 위원장의 메시지 정치가 본격화되는 걸까요?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1988년 본회의, 젊은 김종인의 ′사이다′ 발언</strong>

지난 1988년 1월 20일, 국회 본회의장.

대정부질문에 나선 인물은 당시 49세, 여당인 민주정의당 김종인 의원이었습니다.

김 의원은 군사정권의 여당 의원답지 않게, 당시 정부의 경제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고, 김 의원의 발언이 끝나자 의원석 곳곳에서 박수와 함께 ″잘했어!″라는 반응이 연신 터져 나왔습니다.

- ″최근 정부가 하는 것을 보면 눈앞의 현안문제에만 너무 집착하여 근본적인 대책을 소홀히 하고 있는 것 같으며 또 현안문제에 대해서도 신속히 대응하지 못하여 문제를 누적시킴으로써 국민의 눈을 미봉적으로 가리려 하거나.. (중략) 지금까지와 같은 독단적이거나 개인의 경제철학을 관철시키기 위해 경제정책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1988년 1월 20일, 김종인 민주정의당 의원)

김 위원장은 한발 더 나아가 당시 사회문제로 대두했던 정경유착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쏟아냈는데요.

- ″기득권의 인정과 보호 속에서 조화된 사회는 이루어질 수 없으며 나아가 정경유착이라고 하는 불명예스러운 낱말을 우리들은 흔히 듣게 되는데 이를 불식하는 정책운용이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1988년 1월 20일, 김종인 민주정의당 의원)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그러나 부메랑으로 돌아온 사이다 발언</strong>

자신감이 너무 넘쳤던 걸까요?

″정경유착을 불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김 위원장은, 발언 5년 뒤 정작 본인이 은행으로부터 뇌물을 받아 구속됩니다.

바로 동화은행 비자금 조성 사건.

지난 4월 무소속 홍준표 의원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난하며 언급해 유명해진 사건입니다.

김 위원장은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있던 1991년과 1992년 당시 동화은행장 안 모 씨로부터 인사 청탁과 함께 2억여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가 1994년 1월,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됐습니다.

서울구치소를 나오던 김 위원장, 이번엔 기자들에게 또 한 번 이런 명언(?)을 남겼습니다.
- ″소감은 뭐.. 특별한 소감은 없어요. 인생공부 많이 하고 나갑니다.″ (1994년 1월 28일, 김종인 전 수석)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새천년민주당 ▷ 한나라당 ▷ 더불어민주당 ▷ 미래통합당</strong>

이후 김 위원장은 동교동계가 이끌던 새천년민주당과 박근혜 대통령이 이끌던 한나라당, 다시 문재인 대통령이 대표로 있던 더불어민주당을 거쳐, 또다시 민주정의당과 한나라당을 뿌리로 둔 미래통합당에 입당하는 광폭 행보를 이어갑니다.

그때마다 김 위원장이 내놓은 입당의 변은 국민를 위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한 결정이라는 해명이었는데요.

닮은 듯 다른 듯.

요즘 말로 ′복붙′같기도 한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오랜만에 다시 보겠습니다.
- ″누가 말하기를 난파선에 무엇 때문에 타려고 하느냐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우리나라 정당을 볼 적에 그래도 역사와 전통을 갖고 야당으로서 처음으로 이 나라에 정권교체를 이룩함으로써 한국 민주 발전에 큰 족적을 남긴 정당이라고 해서 이 정당을 택했습니다.″ (2004년 3월 30일, 김종인 새천년민주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
- ″흔히 말하기를 하필이면 왜 한나라당 비대위원으로 들어가느냐는 말을 듣고 있습니다. 우리 실정으로 볼 때 한나라당이 정상적인 상황으로 변해야만 국민들이 안정된 바탕에서 자기네들 삶을 향상시킬 수 있지 않겠느냐가 저의 개인적인 소신입니다.″ (2011년 12월 27일, 김종인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
- ″제가 더불어민주당에 참여한 의미는..(중략) 우리나라의 지금까지 전통을 이어온 제1야당이 무너져서 야당이 지리멸렬해졌을 적에 과연 국민을 어떻게 설득해야 할 것이냐, 이것이 경우에 따라선 대한민국에 커다란 비극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심정을 갖고 있습니다.″ (2016년 1월 17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

- ″우리당이 무너지면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민생이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과 절박감을 갖고 올해 6월 저는 비대위원장을 맡았습니다.″ (2020년 9월 2일,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김 위원장은 최근 미래통합당 지방의원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도 자신의 정치 이력을 거듭 해명했는데요.

이번엔 미래통합당의 전신인 민정당과 공화당, 자유당을 치켜세우며 단결을 촉구했습니다.

- ″이 나라를 이끌어온 정당이 우리 미래통합당의 과거 정당들입니다. 자유당, 공화당, 민정당이 이런 것들을 이룩하며 오늘의 성과를 이뤄냈습니다. 물론 그동안 여러 가지 잘못된 점도 있지만, 그것보다 나라를 위해 보다 많은 성과를 낸 게 사실입니다.″ (2020년 8월 18일,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메시지 정치 피로감″… ″독선적 리더십″ 비난도</strong>

이 같은 김 위원장의 ′능수능란′한 메시지 구사에 대해 당내에서도 일부 이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MBC와의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취임 후 쏟아낸 각종 메시지에 대해 ″피로감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각종 이슈를 주도하는 김 위원장의 발언과 변화 노력으로 당의 지지율이 회복하긴 했지만, 그때그때 필요한 말만 하는 메시지 정치는 확장성을 갖기 어렵다″는 겁니다.

사실 김 위원장이 40년 동안 여러 장소에서 많은 메시지를 내다보니 유사성을 트집 잡혀 이른바 ′자기표절′ 의혹을 사기도 했는데요.

실제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김 위원장이 최근 광주에서 낭독한 사과문을 두고, 4년 전 민주당에 있을 때 이미 했던 사과라며 평가절하하기도 했습니다.

공격의 빌미가 된 2개의 사과문도 비교해볼까요?

- ″저의 전문성 때문에 국보위에 참여하게 됐던 건데 지금 광주에 그 당시 상황을 경험하신 분들께서는 부정적인 거라 생각하시기 때문에 국보위 참여 경력이 광주의 여러분들에게 정서적인 문제를 야기시켜서 잘못된 걸 왜 잘못했다고 고백하지 않느냐 하는 이런 일에 대해서는 광주분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2016년 1월 27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 ″신군부가 만든 국보위에 저는 재무분과위원으로 참여했습니다. 그동안 여러 기회를 통해 과정과 배경을 말씀드리며 용서를 구했지만, 결과적으로 그것이 상심에 빠진 광주시민과 군사정권에 반대했던 국민들에게 쉽게 용납할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다시 한번 이에 사죄 말씀드립니다.″ (2020년 8월 20일,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 역시 ″한계가 드러났다″며 김 위원장을 공개 비난했습니다.

장 의원은 자신의 SNS에 ″기본소득제, 전일보육제, 약자와의 동행, 호남 끌어안기 등 화려한 구호 속에 단 한 가지도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 구체화된 정책은 없다″며 ″김 위원장이 화려한 이슈를 제시했지만, 해법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국민들에게 얻어야 하는 신뢰는 말이 아니라 내용에서, 또 독선이 아니라 민주적인 열린 의사결정에서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비슷한 시간 김 위원장이 SNS를 통해 밝힌 ″당명과 정강정책 개정은 국민의 신뢰와 당의 집권역량을 되찾는데 큰 기둥으로 세워질 것″이라는 메시지와 사뭇 대조되는 평가인데요.

소속 의원들의 반응도 엇갈렸습니다.

김 위원장의 글에는 국민의힘 김재섭 비대위원과 조수진 의원 등이 ′좋아요′를 누르고 호응한 반면, ′김 위원장을 비난한′ 장 의원의 글에는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이 ′좋아요′를 누르고 공개적으로 공감을 표해 이목을 끌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