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김정인
직계혈족이면 누구나 가족관계증명서를 청구해 개인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 법 조항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습니다.
헌재는 오늘 가정폭력 피해자 A씨가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14조가 개인정보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직계 혈족이더라도 가정폭력 가해자라면 가족관계증명서류 발급을 제한해 가족의 개인정보 접근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입니다.
배우자의 폭력에 시달리다 이혼한 A씨는 전 배우자가 접근 금지 명령을 지키지 않고 협박을 계속하자 자신의 주소를 알 수 없도록 이름을 바꾸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개명을 해도 전 배우자가 자녀 명의로 가족관계증명서를 떼 양육자인 자신의 개인정보를 알아낼 수 있는 것은 부당하다며 헌법소원을 냈습니다.
이에 따라 헌재는 관련 법 조항이 가정폭력 피해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별도의 조치를 하지 않은 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가정폭력 가해자라고 해도 자녀 본인의 사전 동의를 받으면 발급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 대안 조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헌재는 즉시 효력이 발생하는 ′위헌′ 결정이 내려지면 가정폭력 가해자가 아닌 직계혈족도 당장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받지 못하는 만큼, ′헌법불합치′ 결정을 통해 내년 12월 31일까지 법률을 개정하도록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