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곽동건

[조국·정경심 재판 LIVE㉖] 이번엔 정경심 반격…"검찰 시연 표창장, 실물과 달라"

입력 | 2020-10-30 16:32   수정 | 2020-10-30 18:53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정경심 동양대 교수 33차 공판]
2020.10.29</strong>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정 교수의 미소…′회심의 반격′ 노렸나</strong>

막바지로 치닫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의 33번째 공판.

재판 시작 전에 법정에 출석하는 정 교수를 만나 변론을 어떻게 준비했는지 물어봤습니다.

정 교수는 평소처럼 질문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건강 문제를 호소했던 최근 재판 때와는 달리 법원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지지자들을 향해서 옅은 미소를 짓기도 했습니다.

지난 32차 공판 소식을 전해드리면서 이번 재판은 온전히 ′변호인의 시간′이 될 거라 예고해 드렸는데요.

이날 정 교수의 표정에선 그동안 준비한 변론에 대한 자신감이 엿보이는 듯했습니다.

앞서 지난 32번째 공판에서 검찰이 이른바 ′표창장 위조 시연′을 보여주면서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당시 변호인 측도 법정에서 ′반대 시연′을 해보이겠다며 정면 대결을 예고하기도 했죠.

예상대로 이번 공판에선 시작과 동시에 논란의 ′동양대 표창장 위조 의혹′과 관련한 적극적인 반론이 펼쳐졌습니다.

변호인은 대체로 ′사모펀드 의혹′보다는 ′입시 비리 의혹′ 방어에 화력을 집중하는 모양새였는데요.

그럼 이번에도 가장 많은 관심이 쏠렸던 ′동양대 표창장′ 관련 변호인의 논리를 자세하게 정리해보겠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위법 수집 증거…대검 분석 보고서는 허위″</strong>

변호인의 반론은 지난번 정리해드린 ′표창장 위조′와 관련한 세 가지 쟁점의 순서를 그대로 따라서 진행됐습니다.

가장 먼저, 표창장 위조 의혹을 뒷받침하는 디지털 증거들이 다수 발견된 동양대 강사 휴게실 PC를 검찰이 확보하는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게 근본적인 쟁점이죠.

이른바 ′위법수집 증거′이기 때문에 증거로서의 능력이 없다는 겁니다.

변호인 측은 증거의 소유자·소지자·보관자가 아닌 동양대 조교에게 PC를 임의로 제출받은 것 자체가 문제라는 기존 주장을 강조했습니다.

또 다른 절차상 문제들도 몇 가지 제기됐는데요.

검찰이 당시 이 PC에 들어 있는 이른바 ′조국 폴더′를 발견했는데, 해당 폴더 속 파일들이 조 전 장관 가족들의 것임을 알고도 정 교수 측에 증거 분석에 참관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는 겁니다.

게다가 PC를 입수한 뒤 반드시 당사자에게 줘야 하는 ′전자정보 상세목록′조차 교부하지 않다가, 변호인이 항의하자 입수 후 5개월이 지난 시점인 지난 2월에야 동양대 조교에게 목록을 보냈다는 점도 절차상 하자로 지적됐습니다.

그런데, 뒤늦게 제공한 이 ′파일 목록′엔 검찰이 분석 근거로 활용한 시스템 정보, 레지스트리 정보 등이 담긴 파일의 이름은 포함돼 있지 않았는데요.

변호인은 ″이 목록에 들어있지 않은 파일은 삭제 또는 폐기해야 하는데, 목록 외의 파일을 분석해 나온 결과물 역시 증거능력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지는 두 번째 쟁점.

바로 해당 PC가 검찰 공소장에 적힌 것처럼 ′2013년 6월에 정 교수의 방배동 자택에서 사용된 것이 정말 확실하냐′는 겁니다.

변호인은 대검 포렌식 분석관이 쓴 보고서에서 해당 PC가 방배동에 있었다는 근거로 활용된 두 가지 축인 ①′IP주소′와 ②′MAC주소′로는 당시 PC의 지리적 위치를 특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검찰은 문제의 강사휴게실 PC에서 접속 기록이 발견되는 IP주소 숫자 묶음 세 번째 자리가 ′123′으로 방배동에서 사용된 다른 PC와 같기 때문에 당시 방배동 자택에서 위조가 이뤄진 거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변호인은 추가적인 현장 조사 결과 동양대 건물 곳곳에서 ′LG U+′에서 설치한 유·무선 공유기가 발견됐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공유기로 인터넷에 연결하면 검찰이 말하는 ′123′ 숫자의 IP주소가 동일하게 부여된다는 것도 확인됐다는 건데요.

이를 통해 해당 PC가 방배동이 아닌 동양대에서도 공유기를 통해 인터넷에 연결됐다면, 언제든 ′123′ IP주소가 기록에 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니까 단순히 IP주소만 봐서는 해당 PC의 당시 위치를 장담할 수 없고, 동양대 또는 제3의 장소에서 인터넷에 접속했을 가능성이 남는다는 겁니다.

또, 앞서 검찰이 PC에서 나온 네트워크 카드 MAC주소 앞자리가 방배동 자택의 다른 PC와 일치한다며 내놓은 분석 결과도 반박했습니다.

검찰이 제시한 이 MAC주소는 PC의 위치에 따라 부여되는 게 아니라 부품 자체의 고유번호일 뿐이란 거죠.

이를테면 서울에 있든 부산에 있든 바뀌지 않는 차량 번호판 숫자를 가지고 특정 시점의 지리적 위치를 특정한다는 건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라는 겁니다.

이 같은 분석을 수행한 대검찰청의 포렌식 분석 담당관의 보고서는 ′허위공문서′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10월 29일, 정경심 33차 공판 中]
변호인 : ″(대검의) 해당 보고서는 피고인의 유죄 판단을 예정하고, 그것의 입증을 위해 도움이 되려는 의도 하에서 노골적으로 작성된 문서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중략) 저희는 허위공문서 작성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있고,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면서 논의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두 번째 쟁점에서의 변호인 주장은 만약 검찰 말대로 위조 작업이 이뤄졌다 해도 ′그 작업을 한 사람이 정 교수가 확실하냐′는 의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검찰 시연 표창장, 실물과 현저한 차이″</strong>

마지막, 세 번째 쟁점이 바로 지난번 검찰이 이른바 ′위조 시연′을 보인 것을 변호인이 반박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지난 공판에서 검찰은 스캔된 아들 상장 하단의 직인 부분을 오려내 아래한글 상장 서식 파일에 붙여넣고, 그대로 출력하는 것을 보여줬는데요.

이렇게 출력된 ′검찰 시연본′ 표창장 한 부를 변호인 측에도 배부했다고 전해드렸죠.

변호인은 이렇게 검찰이 시연하며 만든 표창장을 살펴보니 실제로 입시에 제출된 표창장과는 육안으로 봐도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고 주장했습니다.
지난번 검찰이 만들어낸 표창장은 본문 글씨체가 굵고, ′동양대학교 총장 최성해′라고 쓰인 직인 부분보다 진한데, 실제로 대학에서 압수된 표창장 사본의 경우 이와 반대로 본문 글씨체가 가늘고, 직인 부분이 굵게 돼있다는 겁니다.

이는 한글 파일을 PDF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일종의 오류 때문에 글씨 굵기가 바뀌는데, 검찰이 시연에선 PDF 변환 없이 한글 파일로 바로 출력을 하며 생긴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단지 한글 파일을 PDF로 변환하는 과정을 검찰이 편의상 생략했기 때문에 결과물이 달라진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드는데요.

이날 법정에선 검찰이 ′위조 증거′라며 제출한 ′표창장 최종 PDF파일′을 프린터로 출력해 보여주는 ′반대 시연′도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한글′이 아닌 ′PDF′로 프린트했더니 표창장 일련번호 부분이 상장용지의 동양대 로고와 겹치고, 총장 직인 부분도 은박에 걸려 완전히 다른 모양으로 출력됐습니다.

실물 ′표창장 사본′과 같이 출력하기 위해선 문서 여백 등을 조절해야만 하는데, PDF 프로그램에는 그런 조절 기능이 제공되지 않는다고 변호인은 덧붙였습니다.

그러니까 PC에서 발견된 위조의 최종 결과물이라는 ′한글′ 파일과 ′PDF′ 파일 어느 쪽을 사용하더라도 실물과 같은 출력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위조 작업의 중간 산물로 보이는 파일들은 하나하나 발견이 됐는데, 정작 최종 결과물 파일은 어디에도 없다는 주장입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표창장 위조′ 놓고 갈등 격화…재판부 진화</strong>

오전 공판에서 이 같은 주장이 이어지자 검찰 측도 가만히 있지 않았는데요.

특히 대검 분석관이 허위공문서를 작성했다는 변호인 주장에 강력히 반발했습니다.

검사는 ″(변호인이) 문해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고 다소 과격한 비난을 하기도 했는데요.

즉각 재판장이 나서 ″그런 표현은 하지 말라, 검사에게 주의를 드리는 것″이라고 제지했을 정도입니다.

변호인 역시 표창장 출력 방식을 두고 양측의 갈등이 격화한 상황에서 ″검사님 맞습니까″라고 맞받아쳤습니다.
이날 검찰은 변호인 측의 ′시연 출력본이 실물과 현저히 다르다′는 주장에는 ″프린터 상태에 따라 잉크 분사 등 결과물이 달라질 수 있다″고 반박했고, ′사본과 비교해서 차이가 난 것′이라며 ″정확히 비교하려면 정 교수가 보관하고 있을 걸로 추정되는 원본을 가져오라″며 역공을 펼쳤습니다.

또, ′최종 PDF 파일로는 제대로 된 인쇄가 불가능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PDF도 일부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여백 조절이 가능하다″며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결국 ′표창장 위조′와 관련해 검찰과 변호인 양측은 비유를 들어가며 서로의 주장을 요약했는데요.

이 같은 비유가 양측이 생각하는 이번 사건의 성격을 가장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 잠시 소개합니다.

[10월 29일, 정경심 33차 공판 中]
검사 : ″교통사고가 났는데 그걸 처음부터 미세한 긁힘까지 똑같이 만들어야만 입증이 되는 것이라고 하는 겁니다.″
변호인 : ″살인 사건에서 흉기가 압수됐는데 실제 사체에 난 자국과 압수된 흉기가 다르다면 어떻겠습니까? 입증 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입니다.″

양측 갈등이 점점 거세지자 결국 재판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더이상 논쟁하지 말라′며 중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재판장은 ″양측이 모두 기술적인 주장을 하고 있는데, 진짜 전문가들이 보면 웃을 수도 있다″며 ″양측 모두 제3의 전문가에게 의뢰해 확인서를 받아 제출해달라″고 했습니다.

평행선을 달리는 ′위조 의혹′에 대한 재판부 최종 판단은 앞으로 제출될 전문가들의 확인서를 바탕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다음주 결심, 12월 중 1심 선고 예상</strong>

1년 가까이 30차례가 넘는 공판을 이어온 정경심 교수 사건의 1심도 이제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바로 다음 주 목요일인 5일 결심공판에선 검찰이 재판부에 선고 형량을 요청하는 구형 절차가 예정돼 있고요.

이날 변호인 측의 최종 변론과 함께 정 교수에게 최후 진술 기회도 주어집니다.

이후 재판부는 그동안 진행된 증인 신문 내용과 증거들을 검토해 이르면 12월 초쯤 1심 선고를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음 공판은 세간의 관심이 뜨거운 만큼 방청권도 추첨을 거쳐 나눠주기로 했는데요.

방청권 당첨 여부와 상관없이 다음 결심공판에서도 자세한 소식을 꼭 전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