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4-17 13:29 수정 | 2021-04-17 16:01
지난주 금융시장에서 주목할 사건 가운데 하나는 <코인베이스>라는 가상화폐 거래소의 주식시장 상장입니다. 비트코인, 가상자산에 대한 시각이 그러하듯, 거래소에 대해서도 ″투기판이다″, ″새로운 자산 거래시장이다″ 극단적으로 평가가 엇갈리는 것은 여전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시점에서 암호화폐 생태계를 살펴볼 이유는 만들어줬다고 생각합니다. 설사 “역사적 이정표”라는 판단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말이죠.
<b style=″font-family:none;″>70조원을 넘는 시가총액…비트코인 가격은 왜?</b>
또다른 논쟁의 계기를 제공한 <코인베이스>는 미국에서 가장 큰 암호화폐 거래소입니다. 2년 전만 해도 적자에 시달렸지만, 올해는 1분기, 3달 동안 매출, 이익이 지난 한 해 매출과 이익을 넘어설 만큼 급반전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투자자, 거래량이 늘고, 가격도 크게 올랐습니다. 이 모든 것이 암호화폐 거래 수수료를 주된 수입원으로 하는 기업 <코인베이스>의 실적에 반영된 것입니다.
지난 14일 상장한 <코인베이스>는 기준 가격 250달러보다 30% 넘게 오른 가격(328달러)에 나스닥 시장 첫 거래를 마쳤습니다. 한 때 70% 오른 가격(429달러)까지 갔다 몇 시간만에 40% 떨어질 만큼(310달러) 하루 내내 롤러코스터를 타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첫날 종가를 기준으로 따져본 시가총액은 70조원을 훌쩍 넘습니다. 하는 일은 다르지만, 금융회사라고 생각하고 비교를 해볼까요? 골드만삭스 (120조), 시티그룹(165조)보다는 작지만, 유럽의 대표적 전통 금융회사- BNP 파리바(80조), UBS (60조) 등-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큽니다.
주가는 <코인베이스>를 성장하는 기업으로 평가한 결과입니다. 그 거래소에서 사고 파는 비트코인의 가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죠. 마치 증권거래소가 상장을 해 기업가치가 수십조원이 되더라도, 그 안에서 거래하는 삼성전자, 현대차 같은 기업의 주가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과 같은 논리입니다.(우리나라 증권거래소는 공공기관이라 주식시장에 상장할 가능성도낮습니다만)
그런데도, 지난주 비트코인 가격은 코인 베이스 상장을 재료로 사상 최고치로 뛰어올랐습니다. 이유는 무엇일까요? 짐작해보면, 암호화폐가 제도권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 생태계의 일부인 거래소가 제도권에 진입했다는 의미를 읽어낸 것 아닐까요. 약효를 인정받지 못한 신약이 있는데, 그 약을 파는 약국,약사가 자격을 인정받은 상황이라 할까. 적확한 비유인지 모르겠으나, 기성 금융시장의 한복판인 주식시장, 그것도 나스닥 시장에 주식을 거래했다는 사실은 적어도 암호화폐 생태계 일부가 ‘존재’를 인정받은 것이 분명합니다. 암호화폐가 ‘그들만의 리그’를 벗어나는 계기가 될 거라 기대할 수 있겠죠.
<b style=″font-family:none;″>훌쩍 커버린 암호화폐 그리고 ‘생태계’ </b>
그래서, 지금 시점에서 관심을 둘 것은 <코인베이스> 주가 자체보다는 <코인베이스>를 품고 있는 암호화폐의 생태계입니다. 거래소는 일부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수천만의 투자자, 대형 투자자, 거래와 보관를 위한 기반 기술, 전문 운용사인 투자 상품들까지..다른 자산 시장처럼 (독립적이라는 점이 특이하지만) 인프라가 속속 구축되고 있습니다. 유명 금융회사, 기업들까지 시장에 진입하는 것도 이런 기반이 충분하고, 정교해져야 가능할 겁니다.
금과 은, 농산물까지도 투자의 대상이 되는 금융 환경에서, ′암호화폐′가 (이름과 달리 ′돈′으로 쓰이지 못하더라도) ″투자용 자산이 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진다면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요? 암호화폐 시가 총액이 2조달러 수준을 넘어서, 은(silver) 의 수준을 뛰어넘고 금(gold) 시가총액의 20% 수준을 넘어섰다, 전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인 애플의 시가총액을 넘어섰다는 식의 평가를 자주 접하는 것도 이미 ′잠재력′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일론 머스크 같은 유명인의 트윗에 가격이 오르고 누구의 말 한마디에 가격이 급락하는 변동성이 여전하고, 그것이 가진 위험성도 분명해 보입니다. 그렇다고 위험성이 지금까지 구축된 현실을 없앨 수는 없습니다. 비트코인 ′가격의 상승′은 분명 지금의 넘치는 유동성, 불안한 현실에 기댄 이상현상이지만, 거품이 꺼지기 전에 생태계가 구축된다면 그건 ′엄연한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속도의 싸움일 수 있다는 말입니다.
<b style=″font-family:none;″>″튤립 투기″…″거래소 폐쇄해야″?</b>
<코인베이스>와 같은 역할을 하는 우리나라의 몇몇 거래소가 비슷한 길을 쫓아가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실적이 급격히 회복됐고, 주식 시장 상장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올해 1조원을 넘는 이익, 기업 가치로 최소 수조원을 자신하고, 많게는 20조원을 기대하기도 합니다. 3년 전 법무부 장관이 나서 ″폐쇄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던 바로 그 거래소 중 하나입니다. 거래소들이 뉴욕 증권거래소에 주식을 상장하겠다고 하는 것이 반드시 그 위협 때문은 아니겠지만, 만약 그렇다 하더라도 잘못된 일이라고 그 결정을 비난할 수 없어 보입니다. ″튤립 투기를 연상하게 한다″던 투기적 성격이나 한국 시장 가격이 해외 시장보다 더 높은 ′김치 프리미엄′은 지금이나 그 때나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가즈아′라는 구호가 기억에서 사라진 사이, 세상은 빠르게 변했습니다.
(글을 쓰고 올리는 사이 가상화폐 중 하나인 ″도지코인 가격이 24시간 사이 3배 올라 시장가치를 50조를 넘었다″는 기사를 확인했습니다. 도지코인은 미국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장난삼아 만든 코인입니다. 다시 한번 확인하지만, 코인이 자산으로 의미를 가진다고 하더라도 그 말이 곧 지금 가격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무 가치를 갖지 않은 ′쓰레기′로 보지않는다고 해서 코인의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제도권에 자리를 잡는다는 것은 결국 어떤 자산의 가격이 얼마쯤 될 것이라는 측정을 할 수 있는 도구를 다수의 투자자가 합의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