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11-19 11:29 수정 | 2021-11-19 14:47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현금 이제 그만 쓸 때 안 됐어요?…디지털 화폐의 탄생</strong>
어릴 적 우리는 친구들과 소꿉놀이를 하며 근처에서 주운 조약돌이나 삐뚤빼뚤 잘라 쓴 종이를 돈이라며 주거니 받거니 하곤 했습니다. 그런 돈을 부모님이나 친구들한테 줄 순 있어도, 사회에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이유경 어린이가 발행한 돈의 가치는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원화 현금은 한국은행이 발행한 법화입니다. 아예 법으로 보장된 ′법화′입니다. 어떤 거래에서든 그 가치가 인정되고, 강제통용력을 갖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조개에서 디지털 화폐까지…화폐 변천사</strong>
상품 거래의 수단인 화폐는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해왔습니다. 고대엔 조개와 쌀이 화폐의 역할을 했습니다. 그 뒤 주조 기술이 개발되면서 청동과 구리, 금·은화가 화폐로 쓰였고, 종이 인쇄기술이 발전되자 종이 지폐가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화폐는 디지털 화폐로 다시 한번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중앙은행이 발행한 디지털 화폐, 이른바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입니다.
최근 CBDC 도입 여부가 전세계 중앙은행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CBDC는 기존에 종이, 주화로 만들던 법화를 디지털 화폐로 바꿔 발행하는 것입니다. 현금 사용이 점점 줄어들고,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어제 한국은행에서도 CBDC를 주제로 온라인 화상 컨퍼런스를 진행했습니다. CBDC의 개념과 주요 이슈, 과제를 다룬 첫번째 컨퍼런스였는데요. 한국은행 역시 올해부터 모의 실험에 들어갔고, 내년 6월 그 결과가 나온다고 합니다.
그럼 CBDC란 정확히 무엇이고, 암호화폐랑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요? 또 CBDC가 도입되면 우리 일상은 어떻게 바뀔까요? 오늘 그 궁금증을 다뤄보고자 합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CBDC를 도입하려는 이유, ′현금 없는 사회′</strong>
최근 현금 결제 비율이 크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가계별 신용/체크카드 결제 비율은 52%로 현금 결제 비율(32.1%)을 크게 앞섰습니다. 2015년엔 현금 결제 비율이 38.8%, 카드가 37.4%였는데, 이젠 카드 결제 비율이 역전한 것입니다.
이런 흐름은 전세계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스웨덴, 영국, 뉴질랜드는 2000년 이후 현금 사용이 감소하면서 비현금 지급수단 사용 비율이 90%가 넘는 ′현금 없는 사회′가 됐습니다. 우리나라도 현금을 받지 않는 점포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현금 없는 사회′가 머지않은 미래인 것입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암호화폐·페이 시스템과 다른 점? ′중앙은행 보증′</strong>
그렇다면 CBDC는 기존 디지털 화폐인 암호화폐, 네이버·카카오페이 등에서 넣어 쓰는 적립금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일단, 중앙은행이 발행한 CBDC는 화폐로서 통용되고 그 가치를 인정받은 디지털 돈입니다. 일반 가게에선 비트코인으로 물건을 사려 해도, 가게 주인이 비트코인을 잘 모른다면 이를 거부할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 수만 개를 가졌더라도, 가게 주인 한 명이 부인하면 그 가치는 컴퓨터 속 0과 1에 불과한 것입니다. 하지만 CBDC는 기존의 화폐를 디지털화한 것이기 때문에 가게 주인이 부인한다고 한들 가치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게다가 CBDC는 가격 변동이 심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암호화폐와 달리, 액면 가격이 바뀌지 않습니다. 이 점에서 스테이블 코인과 비슷해보입니다. 스테이블 코인은 기존 화폐 가치에 연동된 암호화폐입니다. 대표적인 스테이블 코인 ′테더′는 늘 가격이 1달러입니다. 나날이 가격이 바뀌어서 실제 사용이 어려운 암호화폐의 단점을 없애고, 결제와 송금이 빠르고 편리하다는 장점만 채택한 것입니다.
하지만 스테이블 코인은 100% 안정성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발행 주체가 개별 사업자이기 때문입니다. 스테이블 코인의 가치는 발행 주체가 가지고 있는 지급 준비금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실제로 발행 주체가 지급 준비금을 보유했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따라서 스테이블 코인인 테더와 리브라 모두 이런 지급준비금의 보유 여부를 두고 많은 설왕설래가 오갑니다. 반면에 CBDC는 이미 그 자체로 가치가 입증된 화폐이기 때문에 지급준비금이 필요 없고, 중앙은행이 보장하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네이버·카카오페이 같은 ′전자화폐′와의 차이, 통용성</strong>
네이버·카카오페이, 스타벅스처럼 온라인 서비스에 적립해서 사용하는 결제 시스템은 전자 화폐로 분류됩니다. 전자금융법에 근거해 화폐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유사 화폐이자 지급결제 수단입니다. 따라서 전자화폐는 언제든지 현금, 화폐로 환금 돼야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사용처도 가맹점으로 제한돼있습니다. 하지만 CBDC는 화폐로 환금돼야하는 의무가 없습니다. 사용처도 현금처럼 어디서든 통용이 가능합니다.
민간에서 만든 암호화폐, 페이 시스템, 적립금 시스템 등 다양한 디지털 결제수단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디지털 지급결제 수단에 문제가 발생하면 소비자 피해가 생깁니다. 갑작스럽게 환불이 중단된 ′머지포인트 사태′나, 하루 만에 가격이 급락한 ′오징어코인′이나 ′진도코인′이 그런 사례입니다. 새로운 서비스가 많아질수록 소비자들은 더 많은 위험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한 CBDC는 이런 위험을 줄인, 안정적인 결제수단을 만들려는 시도이기도 합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디지털 화폐 도입 후 바뀐 일상…′사생활 보호′ 문제</strong>
CBDC가 도입되면 우리 일상은 어떻게 바뀔까요? 전문가들은 CBDC가 기존의 화폐과 비슷한 방식으로 발행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중앙은행이 은행·금융기관에, 은행·금융기관이 개인에게 화폐를 유통하는 2단계 구조입니다. 여기서 지폐, 주화가 아닌 디지털 화폐를 유통한다는 점만 다릅니다. 개인은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등을 이용해 CBDC가 들어있는 계정 또는 별도 디지털 지갑을 이용해 현금을 거래하면 됩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color:#144db2; font-family:initial;″>[뉴스데스크] 스마트폰 안의 진짜 돈…′디지털 위안화′ 달러에 도전 </str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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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DC 도입은 결제시스템의 변혁을 의미합니다. 이제 굳이 은행에 예금을 넣지 않아도 디지털상에서 거래가 가능해집니다. 이자도 지급됩니다. 따라서 은행은 예금이 줄어드는 걸 막기 위해 CBDC보다 더 많은 이자를 줘야 합니다. 중앙은행이 정한 CBDC 금리가 은행 예금·대출 금리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려도 많습니다. 특히 사생활 침해가 문제입니다. 카드 결제와 달리, 현금 결제는 사용 기록이 남지 않습니다. 만약 현금을 CBDC로 바꾼다면, 이제 정부가 개인의 현금 거래 기록도 알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중앙은행이나 은행이 보관한 개인정보가 해킹으로 유출된다면 전국민이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를 잘 활용하면 세금탈루나 자금세탁 등 불법 거래를 막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보안 문제도 중요합니다. 지금의 화폐 거래처럼 안전해야 합니다. 그런데 보안을 지나치게 중시하는 바람에 공인인증서처럼 복잡한 인증 절차를 거쳐야 사용할 수 있다면 CBDC는 외면받게 될 것입니다. 안전하면서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는 게 중요합니다.
CBDC를 사용할 줄 모르는 금융소외계층도 생길 수 있습니다. 당장 시범사업을 진행하는 중국의 경우 스마트폰을 이용해 CBDC 거래를 합니다. 하지만 우리 주변엔 스마트폰 사용이 어려운 디지털 소외계층이 많습니다.디지털 기술이 익숙하지 않아 CBDC를 사용할 수 없는 계층은 지폐, 주화로 거래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CBDC가 도입되면, 지금처럼 현금 없는 점포들은 더욱 늘 것입니다. 어느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CBDC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한국은행 내년 6월 모의 실험 발표…다른 나라는?</strong>
가장 먼저 개개인의 일상에서 CBDC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은 나라는 스웨덴과 중국입니다. e-크로나를 개발한 스웨덴은 지난해 2월부터, 디지털 위안화를 개발한 중국은 지난해 4월부터 시범 사업에 들어갔습니다.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 거래액은 이미 10조를 넘겼다고 합니다.
한국은행의 CBDC 모의 실험 결과는 내년 6월에 나올 예정입니다. CBDC의 실제 도입 여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다만 현금이 사라지고 거래가 쉬운 암호화폐가 각광받는 요즘, CBDC가 화폐의 다음 진화 단계라는 사실은 더욱 명확해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