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조효정

[팩트체크①] "블링컨이 종전선언 부정했다"?

입력 | 2021-03-12 14:24   수정 | 2021-03-12 17:22
* 다른 정부부처에 비해 대언론 설명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외교부가 이번주부터 새로운 브리핑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정례적으로 있었던 대변인실의 브리핑에 특정 사안을 담당하는 당국자들이 직접 참여해 기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로 한 것인데요. 일종의 ′펙트체크′ 서비스입니다.

중요한 내용은 뉴스 리포트로도 전하겠지만, 외통방통으로도 종종 전달하겠습니다.

<b style=″font-family:none;″> 블링컨 미 국무 ″북과 종전선언에 앞서 안보평가 선행돼야″??</b>

오늘 한 조간신문에 실린 기사의 제목입니다.

안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지난 10일 미 하원 외교위원회에 출석해 한국계인 앤디 김 하원의원의 질문에 답한 내용인데요. 이 신문은 ″블링컨 장관이 한국의 ′先종전선언 後비핵화′ 구상에 선을 그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오간 대화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앤디 김: (전쟁이 끝난 지) 70년이 지났는데, 한국전쟁을 공식적으로 끝낼 때가 됐다고 보느냐?
블링컨 장관: 우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과 일본 등 동맹 및 파트너들의 안보를 증진하기 위해 한반도의 비핵화 노력과 함께 우리 안보 자산을 고려하면서 모든 조치를 취한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다. 이러한 중대한 사안과 관련해 우리가 가장 우선시해야하는 것은 내가 말한 것들을 증진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우리의 판단을 평가하고, 한국 등 파트너들과 긴밀한 협의를 하는 것이다.

질문에 나왔던 종전선언에 대한 답변이라고 보기엔 직접적인 언급도 없었고, 장황해서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다보니 해설에 따라 블링컨 장관이 종전선언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이해될 수도 있는데요. 설명에 나선 외교부 당국자는 블링컨 장관의 답변에 대해 ″미국 측이 현재 대북 정책을 검토 중에 있고, 그 과정에서 동맹국인 한국 정부와 긴밀하게 협의해나가겠다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미국 측이 종전선언과 같은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예단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다만, 한국 정부가 바이든 정부에 종전선언을 제안하고 있는지와 관련해선 ″종전선언은 비핵화 과정상에 있다. 또 정치적 행위이기 때문에 상호 신뢰구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다. 종전선언의 유용성과 전략적 활용성은 미국과 계속 얘기해왔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자들은 우리 정부가 미국 측에 2018년 6.12 싱가포르 합의를 계승하자는 입장을 전달했는지에 대해서도 물었습니다.

당국자는 ″그간 있어왔던 한미·북미간의 일정 성과를 인정하는 것이 (향후) 협상에서도 좋지 않겠느냐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만 답했습니다.

한마디로 <b style=″font-family:none;″>″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고, 우리 정부와 함께 협의 중이며, 우리 정부는 종전선언과 싱가포르 합의의 유용성을 바이든 정부에 설득하고 있다″</b>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b style=″font-family:none;″>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검토 완성은 언제쯤?</b>

당국자의 설명처럼 미국 측은 아직 대북정책에 관한 검토를 끝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부 외신에서 미 정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다음 달쯤 마무리된다는 보도가 나오기는 했지만, 정확한 시점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미 백악관은 지난 3일에 공개한 ′국가안보전략 중간 지침′에서 ″북한의 커지는 핵·미사일 프로그램이 제기한 위협을 감소시키도록 노력하기 위해 한국, 일본과 어깨를 맞대고 서서 우리의 외교관에게 권한을 부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군사적 압박보다는 외교적 관여(engagement)를 통한 문제 해결을 우선시할 것이며, 그 방식은 상향식(보텀업)이 될 것이라는 기본 입장을 밝힌 것입니다.

우리로서는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을 기본 내용으로 하는 싱가포르 합의의 계승을 미국 정부가 천명해준다면 가장 좋겠지만, 실현 가능성이 높지는 않습니다.

트럼프식 정상 외교가 북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판단하는 바이든 정부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을 계승하리라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또 현재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북핵 문제가 중국과 이란 등에 비해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우리 정부는 ″한·미가 가급적 조속히 포괄적인 대북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미국 측에 반복해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스티븐 비건 전 국무부 부장관이 겸했던 대북특별대표가 바이든 정권에서도 임명될지, 그게 누구일지도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미국 측이 북핵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록 북미대화와 남북대화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오는 17일에 방한할 블링컨 미 국무·오스틴 국방장관과의 회담에서도 이같은 대북정책검토가 중요한 의제에 포함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