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양소연

납북됐다 간첩으로 몰려…49년 만에 누명 벗었지만 이미 고인

입력 | 2021-05-30 11:28   수정 | 2021-05-30 11:28
조업 중 납북됐다가 풀려난 뒤 간첩으로 몰려 수감생활을 한 어민이 재심을 통해 49년 만에 누명을 벗었습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0부는 간첩 혐의 등으로 1972년 재판에 넘겨져 유죄로 확정된 故 김 모 씨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1968년 5월, 서해에서 조업을 하다 북한 경비정에 납치된 김 씨는 그 해 12월 남한으로 돌아왔지만, 이후 경찰에 체포돼 고문 등을 당한 뒤 ′북한에서 노동당에 입당해 충성을 맹세했고 공작원으로 투입됐다′는 취지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1972년 10월,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징역 15년과 자격정지 15년으로 형이 줄었고, 대법원에서 확정됐습니다.

30여 년 뒤인 2015년 7월, 김 씨는 수사 당시 불법 구금과 가혹행위를 당했다며 서울고법에 재심을 청구했지만 재판부는 불법 구금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19년 4월, 재심사유가 있다며 서울고법의 결정을 파기했고 같은 해 9월 재심을 연 서울고법은 ″김 씨는 경찰에 불법 체포, 감금돼 심리적, 정신적으로 강압된 상태에서 자백한 것″이고, ″사건의 압수물이나 압수조서는 위법한 증거″라고 판단했습니다.

사형 선고 49년 만에 무죄가 선고됐지만, 재심이 결정된지 2달 만인 2019년 11월 세상을 떠난 김 씨는 이 결과를 지켜보지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