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공윤선

대법 "성범죄 손해배상 시효는 병원 진단일부터 적용 가능"

입력 | 2021-08-19 17:51   수정 | 2021-08-19 17:52
성폭력을 당한 지 20년이 지났더라도, 해당 피해와 관련된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장애 진단을 받은 시점부터 계산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3부는 ′체육계 미투 1호′로 알려진 전 테니스 선수 김은희 씨가 성폭력 가해자인 테니스 코치 A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김 씨에게 1억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습니다.

김씨는 초등학생 때인 2001년쯤 A씨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었는데, 15년 뒤인 2016년 A씨와 우연히 마주치며 수면장애, 불안 등의 증세가 나타났습니다.

이에 김씨는 그해 병원에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았고, A씨를 성폭력 혐의로 고소하는 한편 1심 승소 뒤 A씨를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도 청구했습니다.

1심은 A씨가 재판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김씨의 손을 들어줬지만, 재판에 진 A씨는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권이 인정되는 소멸시효가 지났다며 항소했습니다.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권이 인정되는 기간은, 길게는 ′불법 행위를 한 날′부터 10년까지로 보는데, 마지막 성폭력 시점이 2002년인만큼 배상 청구 시효가 지났다는 겁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소멸시효 시작일은 손해 발생이 현실적인 것이 됐을 때를 의미한다″며 ″원고의 손해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진단받은 2016년 6월에 현실화했다고 봐야 한다″며 김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대법원 역시 ″손해 배상 소멸시효의 시작 시점을 일률적으로 성범죄 발생 시점만으로 봐서는 안된다″며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