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스트레이트팀

[스트레이트] 가라앉은 5백억 원의 행방과 펜션 수영장의 비밀

입력 | 2021-10-10 21:30   수정 | 2021-10-11 17:00
MBC 시사보도프로그램 <탐사기획 스트레이트>가 지난 2016년 ′정운호 게이트′가 터졌을 당시 함께 수면 위로 올라왔던 ′이숨투자자문′ 사기사건을 심층 보도했다. <스트레이트>는 이 사건에서 사라진 범죄수익 수백억 원의 행방을 추적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이숨투자자문′ 사건의 핵심인물들</strong>

′이숨투자자문′ 사건은 해외선물투자를 통해 매달 2.5%의 수익을 주겠다며 투자자들을 끌어모은 일종의 다단계 사기였다. 피해자는 2,700명. 피해금액은 1,380억 원에 달했다.

<스트레이트>는 이 사건의 핵심 인물로 3명을 꼽았다.

먼저 이 회사의 실질적인 대표 송창수. <스트레이트>는 송창수 대표가 이숨투자자문 사건을 일으키기 전에도 인베스트컴퍼니, 리치파트너 등의 회사를 통해 비슷한 다단계 사기극을 벌였다고 전했다.

다음은 법조브로커 이동찬 씨. 이 씨는 이숨투자자문 이사 직함과 함께 송창수 대표에게 10억 원의 활동비를 받고 로비스트로 일했다.

마지막은 최유정 변호사. 최 변호사는 이동찬 씨의 소개로 송창수 대표의 변호를 맡은 부장판사 출신 전관 변호사였다.

2015년 8월 송창수 대표는 인베스트컴퍼니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상태였다. 이때 이동찬 씨의 소개로 최 변호사를 변호인으로 선임하고 무려 50억 원을 수임료로 지급했다. 단, 조건이 있었다. 보석이나 집행유예로 송 대표를 빼내는 것이었다.

실제로 최유정 변호사는 2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이끌어냈다. 거액 수임료의 효과를 톡톡히 본 송창수 대표가 정운호 대표에게도 최유정 변호사를 연결해줬고, 정 대표도 보석을 조건으로 최 변호사에게 똑같이 50억 원의 수임료를 건넸다. 이 수임료가 후일 우리가 알고 있는 ′정운호 게이트′의 계기가 됐다.

송창수-이동찬-최유정. 이들은 의뢰인과 브로커, 변호인 이상으로 끈끈한 관계였지만 ′정운호 게이트′ 수사의 화살이 자신들을 향하자 결국 서로의 죄를 폭로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는 송창수 대표 징역 17년, 이동찬 씨 징역 11년, 최유정 변호사 징역 5년 6개월로 돌아왔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1,380억 원대 사기‥사라진 돈의 행방은?</strong>

′이숨투자자문′사건의 주범 송창수 대표는 이렇게 형사처벌을 받게 됐지만, 투자자들의 돈 1,380억 원 중 수백억 원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하다.

투자자금은 실제로는 다른 사업 ‘돌려막기’나 송창수 대표의 호화 생활에 쓰였다. 송 대표는 청담동의 최고급 아파트에 살며 벤틀리와 마이바흐 등 수억 원대 외제차 4대를 몰고 다녔다. 투자자 피해 변제에 쓰인 돈은 일부에 불과했다. 피해자들은 이런 상황을 감안해도 최소한 5~6백억 원의 돈이 사라졌다고 말한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펜션 수영장의 비밀</strong>

그런데 <스트레이트>에 이 돈의 행방을 안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바로 송창수 대표와 한때 호형호제했던 법조 브로커 이동찬 씨였다.

이동찬 씨는 송창수 대표가 측근들을 시켜 자금을 먼저 현찰로 세탁했다고 주장했다. 금융정보분석원 FIU에 꼭 통보할 필요없는 고액권인 1억 원권 수표를 인출한 다음 이 수표를 다시 1백만 원권 수표로 바꾸고 상품권 판매점에 가서 수수료를 떼고 현찰로 바꾸는 방식이었다.

이 현찰을 숨긴 장소로 이동찬 씨가 지목한 곳은 충청 지역의 한 펜션. 송창수 대표의 가족 명의로 된 펜션이었다.

이 씨는 송 대표가 ″물 밑에 돈이랑 금이 있다고는 사람들이 생각 못 할 거 아니냐″고 아이디어를 냈다고 말했다. 또 사과박스를 깔며 예행연습을 했다고도 기억했다.

그렇지만 이동찬 씨는 송창수 대표와 완전히 등을 돌린 사이. 그의 말을 무조건 신뢰할 수는 없기에 <스트레이트>는 이 씨의 제보를 검증하기 시작했다.
<스트레이트>는 우선 포털사이트 로드뷰를 확인해봤다. 2015년 당시 증축 공사 중인 펜션의 모습이 찍혀 있었다.

비슷한 시기 송창수 대표와 측근들의 구치소 접견 내용 녹음에서도 여러 차례 수영장 이야기가 오갔다. 송 대표는 가족과 여자친구 등에게 수영장 공사 상황을 자주 확인했다.

최유정 변호사가 송창수 대표를 접견할 때 들고 다닌 노트에서도 은닉 자금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메모가 발견됐다.

′100억. 수표냐 현금이냐. 사과박스 몇 개? 누구에게 전달?′
′펜션은 꼭 3명이 갔음′
′펜션 실소유주 누구냐? 모른다.′
등의 내용이었다.

<스트레이트>는 당시 공사 과정에 참여한 사람들과 관할 구청에도 찾아갔다. 당시 설계에 관여한 건축사들은 모두 수영장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관할구청에 신고된 시설도 아니었다. 이 수영장이 설계한 사람도 모르고 공식 서류에도 존재하지 않는 몰래 지어진 시설이었던 것이다.

<스트레이트>는 모든 정황이 가리키는 장소가 이동찬 씨가 말한 수영장이라고 결론 내렸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컨테이너 창고에도 자금 은닉?</strong>

이동찬 씨는 펜션 말고도 인천 지역의 한 컨테이너 창고에 돈이 숨겨져 있을 거라고 주장했다.

송 대표의 여자친구 신 모 씨가 관리하도록 하고 이숨투자자문의 사무실 집기와 함께 눈에 띄지 않게 현금 2백억 원을 보관해뒀다는 내용이었다.

마찬가지로 송 대표의 접견 녹음에는 컨테이너 이야기가 자주 등장했다. 또 여자친구 신 씨가 자금 관리를 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도 담겨 있었다.

신 씨가 ′이거 이거 어떻게 넣어′라고 남들은 알아듣기 어렵게 ′이거′라고 지칭하며 어떻게 할지 묻자 송 대표는 ″그냥 수표로 넣어″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스트레이트>는 컨테이너 속 범죄수익 은닉 의혹에 대해 묻기 위해 신 씨의 집을 찾았지만 만나지 못했다. 또 송창수 대표는 <스트레이트>의 접견 요청을 거절했다고 한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여전히 먼 피해 복구의 길</strong>

<스트레이트>는 투자자들의 피해 복구는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송창수 대표가 붙잡히고 급하게 돈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엉뚱하게 그 돈을 챙겨가는 사람들까지 등장했다고 지적했다. 직원들은 회사 금고에서 돈을 훔쳐갔고, 홍콩 차명 계좌에 있거나 리조트 인수에 들어간 돈은 어디론가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돈을 인출하는 과정에서 금융권에 로비를 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이동찬 씨는 이숨투자자문 자금 은닉에 대해 지난해 서울 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수사결과는 나오고 있지 않다. <스트레이트>는 검찰에 수사가 지지부진한 것 아닌지 질문했지만 검찰은 ″엄정하게 수사를 진행하였고, 범죄수익환수를 위하여도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는 짤막한 답변만을 보냈다고 한다.

<스트레이트>는 꼭꼭 숨겨 둔 범죄수익을 모두 찾아내 마지막 1원까지 환수해야 단죄가 비로소 완결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방송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