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12-21 22:43 수정 | 2021-12-21 22:43
21일 밤 PD수첩 <2021 특집 제보자들 2부>에서는 1부에 이어 PD수첩과 함께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에 맞서 싸운 제보자들을 만났다. PD수첩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던 문제들은 과연 어떠한 해답을 찾았을까.
10살 서연이를 학대해 죽음에 이르게 한 일명 ′서연이 사건′은 시청자들의 공분을 일으켰다. PD수첩이 확보한 사망 1시간 전 영상에는 온몸에 멍이 든 서연이가 몸을 가누지 못하고 쓰러지는 장면이 담겨있었다. 서연이 이모 부부는 서연이의 손발을 묶은 채 물고문까지 했고, 결국 서연이는 세상을 떠났다. 1심에서 이모는 징역 30년, 이모부에게는 징역 12년 그리고 서연이 엄마는 아동학대 방조 및 유기 방임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빅보스맨과 치킨맨 일당의 슈퍼카 개인렌트 사기 사건은 한 시민의 제보로 범죄가 드러났다. 이들은 명의만 빌려주면, 대신 렌트카 사업을 해서 생기는 수익을 나눠주겠다고 했다. 처음 몇 달 간은 돈을 보냈지만, 그 후 더 이상 보내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차까지 돌려주지 않는 데 있었다. 피해자들이 차를 찾아오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는 제보자는 ″욕설, 협박 심지어는 미행까지 당했다″라고 말했다. PD수첩 방송 이후, 경찰은 개인렌트 사기 조직 검거에 나섰다. 지금까지 경찰은 16명을 검거했고, 이 중 5명이 구속됐다. 확인된 피해자만 81명, 피해 차량 132대에 이르렀다. 부산경찰청 이완섭 경위는 ″방송으로 인해 수사가 확대됐다. 여러 곳에서 접수된 사건의 윤곽도 드러나고, 결국 수사 일원화까지 이뤄졌다″라고 말했다.
5만명이 넘는 피해자를 만든 브이글로벌 가상화폐 거래소 사기사건. 브이글로벌 측은 600만 원을 투자하면 1800만 원을 준다고 했고, 이는 현금화할 수 있다고 했다. 가상화폐를 내세운 신종 다단계 사기였다. PD수첩 방송 이후, 수사에 속도가 붙었다. 고혁수 경기남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1계장은 ″PD수첩 보도 이후에 권위성 있는 탐사보도 프로그램에서 이를 언급함으로써 피해자들이 직접 문의 전화를 걸어왔다. 그러면서 진술해 주시는 분들이 늘어났다″라고 말했다.
2021년, PD수첩은 여러 편의 검찰 관련 방송을 통해 특히 ′검찰 권력′에 주목했다. 방송 뒤에는 용기 있는 제보자들이 있었다.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을 폭로한 공익신고자 조성은 씨. 조성은 씨와 김웅 당시 미래통합당 후보의 통화 녹음 파일이 PD수첩에서 최초로 공개됐다. 검찰총장의 직속 기구인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을 통해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PD수첩 방송 이후 다시 만난 제보자 조성은 씨는 ″제가 너무 정의롭거나 투철한 마음으로 한 것이 아니라 최소한 절대 하지 말아야 된다고 규정된 것을 발견한 이상, 이건 아니지 않냐고 이야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PD수첩을 찾아와 검찰의 내부 비리와 제 식구 감싸기 의혹을 폭로한 임은정 부장검사. 임은정 부장검사는 ″언론이 그늘지고 썩은 부위에 조명을 비추지 않으면 검찰은 못 본 척 없는 척한다. 없는 척하면 사람들은 없는 줄 안다″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내부 고발자의 역할을 하겠다며, ″내부 고발자들이 조금씩 생기고 틈이 벌어지면서, 사람들이 검찰 안을 엿보기 시작했다. 처벌받는 사례들이 조금씩 늘어나면 징검다리가 굳건하게 놓이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PD수첩은 우리 사회에서 10년 넘게 첨예한 정쟁의 대상이 되어온 사안에 대해서도 취재했다.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과 생존 장병들이 PD수첩에 출연해 천안함 사건의 비극적 현장에 대해 증언했다. 군 수뇌부는 북한군의 침투 징후 첩보를 무시했고, 천안함 장병들은 비극적 상황을 맞이했다.
방송 이후 다시 만난 생존 장병은 ″저희도 의심하고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듣던 내용도 취재해주셔서 어느 정도 해소도 됐다″라고 말했다. 지난 11월에 열린 천안함 진수식을 통해, 천안함은 새로 태어났다. 하지만, 천안함을 이용하려 하는 현실에 장병들의 아픔은 계속되고 있다.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은 ″천안함을 지역감정, 진영논리로 이용한다는 것이 가장 이해가 안 되고, 그 부분에 대해 화가 많이 난다″라고 밝혔다.
PD수첩은 10년 넘게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끈질기게 취재했고, 올해에는 4대강의 녹조 문제에 대해 심층 취재했다. 녹조는 심해졌지만, 환경부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4대강의 녹조 경보는 대부분 미발령이었다. 환경부 조사를 동행 취재하는 과정에서 환경부의 채수 지점이 취수구 앞이 아닌 상류 지점에서 채수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녹조의 독성이 농작물에 악영향을 주는 것은 아닐까. 고령에서 농사를 짓는 곽상수 씨는 600 ppb의 녹조 독성이 함유된 낙동강 강물로 상추를 키우는 실험을 진행했다. 녹조의 독성이 농작물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주장과는 달리, 상추 1kg 당 마이크로시스틴 67.8ppb가 검출됐다. 방송 이후 환경부 장관은 녹조 채수 지점과 독성 실험 방법을 개선하겠다고 답변했지만, 전문가들의 자문을 거쳐 제도 개선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PD수첩이 ′시대의 정직한 목격자′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었던 것은 시청자들의 제보 덕분이었다. PD수첩은 시민의 권리를 지키고, 부정과 비리에 눈감지 않기 위해 2022년에도 정직한 목격자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