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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구애를 거부해?"…인도서 20대 청년, 이웃 소녀 2명 독살

입력 | 2021-02-20 13:47   수정 | 2021-02-20 13:48
최근 인도에서 하층 계급의 여성 성폭행 등의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한 청년이 구애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이웃 소녀를 독살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타임스오브인디아 등에 따르면 17일 저녁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 운나오지구 농장 인근 들판에서 13세, 15세, 17세 소녀 3명이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습니다.

최하층민인 ′달리트 계급′인 이들 3명은 곧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2명은 숨지고 1명은 중태에 빠졌습니다.

친구 사이인 이들은 집에서 1.5㎞ 떨어진 들판에 소여물을 구하러 나갔다가 이웃 청년이 농약을 타서 건넨 물을 마신 것으로 드러났다고 현지 경찰은 전했습니다.

13세, 15세 소녀는 숨졌고 17세 소녀는 사경을 헤매고 있습니다.

인도에서는 달리트 계급 여성들이 상위 계급 남성들에게 강간 살해당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소녀들의 사망·중태 소식이 전해지자 마을 주민들은 ″범인을 찾아내라″고 거센 시위를 벌였고, 수도 뉴델리에서도 수 십 명의 학생들이 ″달리트 소녀들이 또 공격당했다″며 시위에 나섰습니다.

인도는 전통적으로 브라만, 크샤트리아, 바이샤, 수드라, 달리트로 크게 구분되는 힌두 카스트 기준에 지역과 직업, 성 등에 따라 수천 개의 세부 카스트 구분이 존재합니다.

인도는 카스트에 따른 차별을 1955년 법률로 금지했지만, 하층민 특히 달리트 계급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운나오지구 경찰은 소녀들과 이웃에 사는 25살 비나이 쿠마르를 범인으로 지목해 체포하고, 그를 도운 혐의로 15세 소년을 함께 체포했습니다.

경찰은 이들이 피해자들과 같은 달리트 계급에 속해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비나이가 피해자 가운데 17세 소녀에게 관심을 가지고 전화번호를 물어봤지만 거절당하자 앙심을 품고 물에 농약을 타서 줬다고 자백했다″고 밝혔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내 아들이 이랬을 리 없다″며 경찰이 누명을 씌워 희생양을 만들었다고 주장했고, 비나이를 도운 15세 소년의 아버지 또한 ″내 아들이 이런 범죄에 가담하기에는 너무 어리다. 이번 일은 아이의 능력 밖″이라며 경찰 발표를 의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