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4-11 11:56 수정 | 2021-04-11 11:56
′위안부 왜곡′ 논문으로 파문을 일으킨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미쓰비씨 교수′라는 직함 이상으로 일본 우익의 핵심세력에 닿아 있다는 사실이 얼마 전 공개됐다.
MBC 뉴스데스크 4월 6일 보도
<a href=″https://imnews.imbc.com/replay/2021/nwdesk/article/6141429_34936.html″ target=″_blank″><b>https://imnews.imbc.com/replay/2021/nwdesk/article/6141429_34936.html</b></a>
그가 임원을 맡은 연구단체에 ′모랄로지′라는 재단이 돈을 댔는데, 그들의 지원 활동 전반을 살펴보면, 램지어의 역사 왜곡 논문이 어떤 체계 속에서 생산됐고 그런 일이 앞으로 또 일어날 수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모랄로지′, 위안부 부정하는 우익 언론인 지원</strong>
모랄로지(Moralogy) 재단은 1926년 세워졌다. 윤리와 도덕에 관한 연구 증진을 표방하나, 유사종교적인 보수 성향 싱크탱크로 평가받는다. 연구 지원을 많이 해왔는데, 그 수혜자가 어떤 이들인지 보면 성격이 뚜렷하다.
재단의 2019-2020년 사회교육조성금 보고에는 ′국가기본문제연구소′의 강연회를 지원했다고 나온다. 이 연구소의 이사장은 사쿠라이 요시코라는 여성 언론인이다.
지난 1월 스가 요시히데 총리와 신년 대담을 가질 정도로 영향력 있는 우익 논객으로, 현재 산케이 신문 1면에 정기적으로 칼럼을 쓴다.
그는 위안부 문제를 처음 보도했던 우에무라 다카시 전 아사히신문 기자를 상대로 사실을 왜곡했다며 인신 공격의 선봉에 선 바 있다. 강제징용과 관련해서는 지난해 9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한국측 원고들이 돈 때문에 거짓말을 한다″고 주장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아베, 스가와 연결되는 ′역사연구′ 단체</strong>
모랄로지는 사학 재단으로서 치바현에 있는 레이타쿠 대학을 운영한다. 이 대학의 역사연구실은 일본의 역사 인식이 이웃 국가들의 부당한 간섭을 받는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재단의 역사연구실장은 일본 우익에서 유명한 니시오카 쓰토무. 그는 지난 2월 램지어의 논문이 실린 학술지 측에 논문을 철회하지 말라고 서한을 보냈다. 지난해 재단 홈페이지에 올린 기고문에서는 한국의 이영훈 교수 등 ′반일종족주의′ 저자들의 투쟁을 응원한다고 선언했다.
그의 입김은 일본 정가에도 만만치 않은데, 도쿄신문에 따르면 아베 전 총리에 조언하는 브레인 중 한 사람으로 통했다. 지난 7일엔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 가족들과 함께 스가 총리를 만나 미일 정상회담에서 납북자문제를 거론해 달라고 건의했다.
이런 니시오카 쓰토무가 관장하는 레이타쿠 대학의 단체가 ′일본문명연구 포럼′이고, 램지어는 그곳의 외국인 임원이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자민당 정권까지 이어지는 다단계 연결 고리</strong>
모랄로지 재단은 교육과 학술 지원만 하는 게 아니다. 현실 정치와도 연결된다.
재단은 1997년 일본 보수세력을 하나로 규합하며 결성된 ′일본회의′에서도 중추적 역할을 한다. 2014년 당시 아베 내각의 각료 19명 중 15명이 일본회의 소속이었는데, 아베 전 총리와 스가 총리도 회원이다.
재단의 2019년 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역사왜곡 교과서 편찬을 위해 일본회의에 예산을 지원했다. 그 전에도 일본회의의 창립 기념사업과 교과서 보급 활동을 재정적으로 뒷받침했다.
결국 우익의 빅 텐트인 ′일본회의′는 ′모랄로지 재단′의 후원을 받고, 재단은 레이타쿠 대학의 ′일본문명연구 포럼′을 통해 역사인식을 강화하며, 그 연결 고리 끝에 램지어 교수가 위치한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램지어의 ′선배′도 있었고 ′후배′도 나올 수 있어</strong>
이러니 램지어 한 사람에게만 초점을 맞춘다면 큰 그림을 놓칠 수 있다. 램지어 같은 사람은 전에도 있었다.
램지어와 함께 일본문명연구 포럼에 임원으로 등재된 케빈 독 조지타운대 교수가 대표적이다. 그는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기미가요 등을 적극 옹호해 극우단체로부터 일본연구 공헌자로 상을 받기도 했다.
모랄로지 재단의 객원교수로서 왕성한 학술 활동을 벌여 왔고, 그 덕분에 정치적. 경제적 이득을 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램지어가 가려는 길을 미리 앞서 간 ′선배′인 셈이다.
′선배′만 있을까. 코네티컷대 알렉시스 더든 교수(역사학)가 지난 달 화상 인터뷰에서 ″(램지어가) 신통치 않으면 ′그들′은 더 잘 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을 고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스턴 일리노이대 이진희 교수(역사학)는 정부 차원의 지원을 지적했다. 그는 ″2015년부터 일본 정부의 역사전쟁을 위한 ′전략적 대외발신′ 예산이 급증했고, 스가 총리도 이미 위안부와 영토 문제 등 역사전쟁 관련 정책을 집중 지원하겠다고 발표해 친일파.지일파 학자 육성 노력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