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양효경
미국 실리콘밸리 역사상 최대 사기극을 벌인 바이오벤처 ′테라노스′의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스가 쓴 메모 중에 ″스티브 잡스가 되기″란 구절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홈스는 실리콘밸리의 총아로 떠올랐던 시절 애플 창업자 故 스티브 잡스와 비교되곤 했는데 본인도 ′잡스처럼 되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입니다.
경제매체 CNBC는 홈스가 의식의 흐름을 보여주는 듯한 일기 형식으로 쓴 10여 쪽 분량의 메모 중 일부를 입수했다고 현지시간 29일 보도했습니다.
메모 가운데 2015년 4월 2일 쓴 내용 중에는 ′스티브 잡스가 되기′(Becoming steve jobs)란 세 단어가 나옵니다.
잡스에 대한 언급은 테라노스의 변호사였던 데이비드 보이스와 대화 중에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CNBC는 전했습니다.
홈스는 이 무렵 언론 노출이 잦았는데, 잡스의 상징적 복장인 검은 터틀넥을 입고 나오곤 했습니다.
또 그녀 자신도 잡스가 우상이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홈스 사무실에서 액자에 넣은 잡스의 사진을 본 적이 있다는 테라노스 전 직원의 증언도 있었습니다.
이 메모를 쓴 다섯 달 뒤 미국 잡지 ′잉크′는 홈스를 ′차세대 스티브 잡스′로 표현한 표지 기사를 썼습니다.
이 기사는 ″엘리자베스 홈스에게서 스티브 잡스를 보지 않으려면 정말 꼼꼼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시작합니다.
둘 모두 대학을 중퇴했다는 공통점이 있고 자수성가해 억만장자가 됐습니다.
홈스는 19살 때 명문 스탠퍼드대학을 관두고 테라노스를 차렸고, 31살이 되던 해 기업가치가 약 10조 원에 달한다는 평가를 받으며, 최연소 여성 억만장자로 기록되기도 했습니다.
이 벤처기업은 손가락 끝에서 채취한 혈액 몇 방울만으로 250여 개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기를 개발했다고 주장해 의료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습니다.
그러나 2015년 10월 월스트리트저널이 테라노스가 가진 진단 기술이 알려진 것처럼 정확하지 않다는 탐사기사 시리즈를 내보냈고, 테라노스의 기업가치는 ′0′으로 추락해 결국 청산됐습니다.
이 보도 2주 뒤 홈스가 남긴 메모에는 ′논점마다 반박 진술′, ′두려움 없는, 투명한, 숨길 건 없다′라고 적혀 있다고 CNBC는 전했습니다.
홈스는 투자자와 환자를 상대로 사기·공모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