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정승혜

박심(朴心)·이심(李心)·윤심(尹心)‥'후진' 정치 혹은 '후진' 마케팅?

입력 | 2022-04-09 07:55   수정 | 2022-04-09 08:59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지방선거 D-53</strong>

6.1 지방선거가 53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관심과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여야 후보들의 경선 대진표와 일정도 속속 확정되고 있는데요, 누구나 꼽는 최대 격전지는 ′대선 연장전′이 펼쳐질 경기도, 그리고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입니다.
대구 시장선거는 초반에는 그다지 주목받지 않았습니다. 국민의힘 텃밭으로 분류돼 누가 후보가 되든 국민의힘이 당선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일찌감치 ′하방(下放)′을 선언한 홍준표 의원이 여러 여론조사에서 앞서 나간 이유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유튜브 영상을 통해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를 지지해달라는 정치적 메시지를 발표하면서 대구 정가가 술렁이고 있습니다. 이른바 박심(朴心)이 대구시장 경선 판세를 어떻게 바꿀지에 전국적인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겁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못다한 꿈 대신 이뤄줄 것″</strong>

5분 정도 길이의 유튜브 영상에서 박 전 대통령이 말한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대구는 선공후사의 도시다. 2) 유영하 후보는 지난 5년간 저(박근혜 전 대통령)의 곁에서 함께 했다. 3) 유영하 후보를 지지해 달라.

1) 2) 3)번이 논리적으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대구 유권자들이 잘 판단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어쨌든 선거의 여왕으로 불렸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실상 대구시장 선거전에 뛰어들자 경쟁 후보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특히 홍준표 의원은 ″대구시장 경선이 전직 대통령 팔이, 대통령 당선자 팔이 선거로 변질됐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반면 일부 친박단체들의 지지선언을 받았던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유영하 지지′를 선언한 박심(朴心)이 김 전 최고위원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경기도는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46만 표 차이로 윤석열 후보를 이긴, 더불어민주당 우세 지역입니다. 그러다보니 민주당 경기도지사 예비후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이심(李心)′ 마케팅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조정식 의원은 ″이재명의 찐 동지″인 자신이 ″이재명 지키기가 걸린 경기도지사 사수를 이뤄내겠다″는 출사표를 던졌고, 안민석 의원도 ″이재명을 지키고 이재명을 계승하겠다″고 나섰습니다. 민주당 후보들이 너나없이 ′이재명 지킴이′를 자처하고 나서자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은 ″이재명의 경기도가 아니라 경기도민의 경기도″라면서 ′이재명 지키기′ 마케팅을 비판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이재명 지키겠다″ vs ″누가 이재명과 더 친하나 내기하는게 아니다″</strong>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이심(李心) 마케팅이 계속되자 민주당 안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박지현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우리는 선거를 하는 것이지 ′이재명과 누가 더 친하나′ 내기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박 위원장은 ″민주당은 어느 개인의 사당(私黨)이 아니고 누구를 지키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정당이 아님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라면서 더 이상 마케팅 전략으로 삼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중요한 건 윤심(尹心) 아닌 민심(民心)″</strong>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심(心) 논란이 있는 건 국민의힘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 경기도는 대선에서도 졌고 2018년 지방선거에서도 참패했던 열세 지역인데요, 이번에는 경기도를 꼭 탈환해야 한다는 당 안팎의 요구에 중도층에 소구력이 있는 유승민 전 의원이 고심 끝에 출마했는데 뒤늦게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이 출사표를 던졌기 때문입니다. 당선인의 의중, 윤심(尹心)이 누구에게 있냐는 추측과 논란이 이어지자 유승민 전 의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윤심(尹心)이다, 명심(明心)이다, 박심(朴心)이다 이런 것이 아니라 민심(民心)″이라고요. 상식적인 말입니다. 민심(民心)이 천심(天心)이니까요.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2022년에 심(心)심(心)심(心) 타령…</strong>

21세기하고도 22년입니다. 아직도 대한민국 정치판, 선거판에서는 누구의 심(心)을 찾아야 하는 걸까요? 만약 그 누군가가 지지한다면 나도 ′무지성′ 지지를 해야 하는 걸까요?

누가 가장 잘할 후보인지, 누가 가장 유능한지, 누가 나의 삶을 조금이라도 긍정적으로 바꾸어줄 후보인지가 중요한 것 아닐까요? 능력과 자질, 도덕성이 판단 기준이 아닌가요?

심(心)타령을 아직도 하고 있는 우리 정치가 ′후진′ 걸까요? 심(心)마케팅이 잘못된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