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6-14 10:22 수정 | 2022-06-14 13:07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우상호의 일갈 ″수박 이런 단어 쓰면 가만 안둘 것″</strong>
혁신비상대책위원장 취임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경고′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욕설과 비방이 섞인 언어 사용은 가만 안 두겠다고 한 것이죠. 직접 현장에서 우 위원장의 발언을 들었을 때 그 뉘앙스는 더 강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우 위원장은 ″수박 이런 단어 쓰는 분들 가만히 안둘 것이다″라는 경고와 함께 ″어떻게 그렇게 공격할 수 있는가″, ″저열한 언어는 쓰지 말아야 한다. 특히 국회의원들이 그러면 안 된다″는 등 흑색선전과 비방은 안된다는 말을 쏟아냈습니다. 또 ″그런 것엔 앞으로 공개적으로 경고 하겠다″고도 덧붙였습니다. 국회의원들 가운데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입담이 ′걸출한′ 우 위원장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예측입니다.
우상호 의원은 ′수박 금지령′ 발령 뒤, 욕설과 비방을 자제하자고 했던 이재명 상임고문의 행동이 적절했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수박′이라는 단어가 현재 이 고문의 지지자들이 대척점에 서 있는 의원들을 공격할 때 사용하는 표현임을 의식한 것으로 보입니다. 자칫 경고령이 이 고문의 지지세력을 겨냥한 것이라는 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상호 위원장은 ″앞으로 강성 행동을 주도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해볼 생각″이라면서 강성 지지층들을 껴안아 건전한 토론의 장으로 올려놓겠다는 의지도 밝혔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親)친명 vs (非)비명‥갈등의 근본 이유 ′당대표 선출′</strong>
우상호 비대위원장이 ′경고령′까지 내린 건 그만큼 당내 갈등이 커지고 있다는 걸 반증합니다. 그동안의 상황을 짧게 정리하자면 이낙연 전 대표를 필두로 홍영표·윤영찬·이원욱·김종민 의원 등이 6·1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하며 사실상 이재명·송영길을 겨냥했습니다. 이에 민형배·김남국 의원 등 친이재명계 의원들이 반박에 나서면서 이제 당내 계파 간 갈등으로 확전된 양상입니다.
이번 갈등은 (親)친명 vs (非)비명의 대립구도로 볼 수 있고, 그 근본 원인은 ′당대표′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차기 총선을 진두지휘할, 뒤집어 말하면 막강한 국회의원 공천 영향력을 쥐게 되는 ′당대표′ 말입니다.
올 8월 말에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전당대회에서 임기 2년의 당대표가 선출됩니다. 2022년 8월 말부터 임기를 시작한다고 가정하면 2024년 8월까지겠죠. 그런데 그 기간엔 국회의원들에게 가장 중요한 선거가 있습니다. 바로 ′제22대 국회의원′ 총선입니다. 국회의원이 되려면 먼저 당내 공천을 통과해야 하는데요. 당내 공천을 주도적으로 도맡아 할 공천관리위원장은 당대표 주도로 최고위원들과 논의해서 정하게 됩니다. 당대표가 독한 마음을 먹으면 공천 심사과정에 소위 ′자기 사람′을 심어놓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겁니다. 이에 따라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은 누가 당대표가 되느냐에 따라 자신이 공천 과정에서 소위 ′숙청′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낄 수 있죠. 결국 자신에게 우호적인 인물이 당대표가 되어야하고, 반대로 대척점에 있는 인물이 당대표가 되는 것은 막아야 하는 겁니다. 이를 밥그릇 싸움으로만 볼 수는 없습니다. 정치의 길을 택한 인물은, 결국 국회의원이 되어야 입법과 정책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가장 효율적으로 실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치적 신념이 강할수록 당권을 놓고 더 치열하게 싸울 수도 있는 겁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당대표 출마를 고심하는 이재명</strong>
이번 갈등구조의 핵심은 이재명입니다. 당내 갈등의 시발점과 종착점 모두 이재명 고문을 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비록 낙선했지만 대선에서 0.7%포인트차로 석패한 이 고문이 민주당내에서 가장 유력한 당대표 후보임을 부정할 수는 없지 않을까요. 민주당 내에서 각종 선거 경험이 많은 한 다선 의원은 ″이재명 고문은 당대표에 출마하면 될 것이다. 안 될 수가 없다. 일각에선 전당대회 룰을 놓고 대의원이니 비중 조정이니 하지만, 룰 조정과 상관없이 이재명 고문은 당선될 수밖에 없다″라고 단언하기까지 했습니다. 민주당내 고위 당직자 역시 ″이재명 고문의 출마를 반대하는 사람들도 결국엔 당대표 선거에 이 고문이 나설 경우 찍어줄 수밖에 없다″라며, ″당 지지자들이 당내 유력 대권주자의 정치적 생명을 끊어놓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나도 친이재명 성향은 아니지만 이 고문이 전당대회에 나서면 찍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하지만 이재명계 의원들은 매우 조심스러운 모습입니다. 이재명 고문이 당대표에 나섰다가 자칫 낙선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국회의원 선거 공천은 고사하고, 이재명 고문의 정치적 입지가 심각한 줄어들 수 있습니다. 또 여의도내에서 이재명 고문의 영향력이 그리 크지 않은 점도 출마를 고민하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성남시장과 경기지사 등 행정가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았다고는 하나 국회의원은 재보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한 ′0.5선′일 뿐입니다. 더구나 전당대회에선 권리당원의 표심도 중요하지만, 대의원의 영향력도 무시 못합니다. 지난해 5월 전당대회에서 대의원 표심의 반영비율은 절반에 가까운 45%였습니다. 이런 대의원들 가운데엔 기존 국회의원들이 임명한 인물들이 많습니다. 이재명계 국회의원들의 숫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점을 고려하면, 전당대회에서 이 고문을 지지할 대의원수 역시 적을 가능성이 높다는 말입니다.
당선 여부를 떠나 이재명 고문이 고심하는 이유는 또 한가지가 있습니다. 당선이 되더라도 대척점에선 다른 계파들을 자신의 영역으로 껴안을 수 있냐는 겁니다. 이 고문이 당의 중심을 잡게 되더라도 다른 계파들을 포섭하지 못한다면 당은 다시 한 번 격랑에 빠져들 것이고, 그럴 경우 이재명 고문의 정치력이 도마위에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당선이 되더라도 곧바로 당을 화합해야 하는 또 다른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아마도 이재명 고문은 당선되느냐 안되느냐를 따지기보다 당대표가 되었을 경우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확장시킬 수 있느냐 없느냐를 저울질하고 있을 겁니다.
더불어민주당 혁신비대위 지도부는 6월 13일 전당대회준비위원장에 4선의 안규백 의원을,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장에 3선의 도종환 의원을 위촉했습니다. 현재 이재명 고문과 함께 홍영표, 전해철 의원이 주 후보군에 이름을 오르내리고 있고, 우원식 의원 역시 출사표를 던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 재선 의원들 가운데에서도 당대표 후보를 내자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당대표 경쟁이 시작된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