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매장이 가장 많은 치킨 브랜드는 BBQ, 매출이 가장 높은 브랜드는 교촌이다. 그런데 정작 이익을 가장 많이 남기고 있는 곳은 이 두 회사가 아니었다. 매장 수와 매출 모두 2위인 bhc이다. 그런데 그 규모가 조금 차이 나는 것도 아니었다. 매출 1위 교촌과 3위 BBQ의 영업이익은 4~5백억 원 수준이지만 bhc의 영업이익은 이 두 곳을 합친 것보다 많은 1천3백억 원에 달했다. 영업이익률로 치면 32.4%. 스트레이트는 30%대 영업이익률이 미국의 애플이나 우리나라의 네이버, KT&G처럼 거의 독점적인 지위를 가진 기업에서나 가끔 찾아볼 수 있는 수치라고 밝혔다.
bhc 임금옥 대표는 가맹점 덕분에 이런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스트레이트가 만난 가맹점주들은 ′가맹점 덕분′이라는 말이 다르게 다가온다고 하소연했다. 가맹점을 쥐어짠 덕분이라는 것이었다.
전국 어느 지점에서든 동일한 맛을 유지하기 위해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본사로부터 ′필수 물품′으로 지정된 원재료를 구입해야 한다. 닭고기나 소스 같은 제품이다. 본사가 이 ′필수 물품′을 팔 때 챙기는 마진을 업계에서는 ′차액가맹금′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2020년을 기준으로 bhc 가맹점의 매출에서 본사가 가져가는 차액가맹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18%에 달했다. 가맹점 한 곳당 1년에 9천 8백만 원이 bhc의 이익으로 흘러들어 가고 있다는 뜻이었다.
게다가 bhc는 지난해에 무려 7차례에 걸쳐 이 ′필수 물품′ 공급가격을 올렸다. 15kg 해바라기유 한 통 가격은 9만 원까지 올랐다. 다른 업체의 해바라기유보다 30% 이상 비싼 가격이었다.
재료비 부담에 항의하는 가맹점주들에게는 불이익이 돌아왔다. 2018년 해바라기유 마진 문제 등을 지적한 가맹점주협의회 활동을 했던 진정호 씨는 계약 해지를 당한 것은 물론이고 거액의 손해배상청구 소송, 그리고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형사고소까지 당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사모펀드와 치킨</strong>
스트레이트는 이런 현상이 사모펀드가 인수한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두꺼운 치킨 패티를 쓴 ′싸이 버거′로 유명한 맘스터치는 지난 2월 상장폐지 추진을 선언했다. 매출 2천억 대, 영업이익 2백억 대의 알짜 회사가 의외의 결정을 내린 것이었다. 전문가들은 그 배경에 가맹점주들과의 갈등이 숨어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창업자인 정현식 프랜차이즈협회장이 사모펀드에 지분을 넘긴 건 지난 2019년. 이후 맘스터치는 2020년 ′싸이버거′에 들어가는 치킨 패티의 가맹점 공급가를 올렸다. 이후 본사와 가맹점주 사이에 갈등이 시작됐다. 황성구 씨가 가맹점주협의회를 만들고 ′최근 거의 모든 매장이 매출 및 수익하락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자 맘스터치는 경찰에 황씨를 고소했다. 본사 임원이 직접 으름장을 놓는 일도 있었다.
여기에 최근에 맘스터치가 또다시 패티 공급가격과 버거 판매 가격을 올리면서 갈등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가맹점주들은 가격 인상에 따른 차액을 가맹점 68대 본사 32로 나누기로 합의했는데 본사가 말을 바꿨다고 말하고 있고 본사는 해석의 오류가 있어 60대 40으로 바꾸기로 합의했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식시장에 남아있으면 가맹점주들과의 갈등이 주가 하락을 불러와 향후 매각 가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시장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정보를 덜 공개해도 되는 상장 폐지를 택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치킨은 누구를 살찌웠나?</strong>
스트레이트 취재 결과 치킨의 주재료인 닭고기 업계에도 여러 문제가 발견됐다.
지난 수요일 공정거래위원회가 16개 닭고기 신선육 업체에 1,758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달걀을 폐기하고 병아리를 죽여 닭 개체 수를 조절하거나, 일부러 닭고기를 냉동 비축하면서 시장에 풀리는 공급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무려 12년 동안 닭고기 가격을 담합해오다 적발됐다.
가장 많은 과징금을 부과받은 곳은 하림. 두 번째로 많은 과징금을 부과받은 곳은 올품이었다. 올품 역시 하림과 관계가 있는 회사였다. 바로 하림 창업자 김홍국 회장의 아들 김준영 씨가 100% 소유하고 있는 곳이다.
하림 그룹은 하림지주 아래 닭고기 전문 하림, 돼지고기 사업을 하는 선진, 해운선사 팬오션 등이 있는 자산 규모 13조, 재계 순위 31위의 기업집단이다. 그런데 하림지주 위로 또 회사가 있었다. 바로 앞서 등장한 올품과 올픔의 자회사 한국인베스트먼트이다. 명목상 지주사가 있지만, 실질적으로 그룹을 지배하는 건 김홍국 회장의 아들 회사인 ′올품′인 셈이었다.
이 올품은 공정위의 또 다른 조사에도 적발된 적이 있다. ′일감 몰아주기′ 때문이었다. 일감 몰아주기와 가격 담합을 발판으로 하림 그룹 2세 승계는 사실상 마무리된 상태였다.
이런 가족회사 통행세 문제는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업계 빅3를 뒤쫓는 중견 업체인 네네치킨. 지난 2015년 소스를 공급하는 협력 업체와 계약을 맺으며 특정 회사로부터 원재료를 납품받도록 압력을 넣었는데 이 회사는 현철호 회장의 아들 명의로 만들어진 법인이었다. 네네치킨 가맹점들이 닭고기를 공급받는 대인계육유통. 2020년 565억 원 매출에 138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알짜 회사인데, 50억 원을 배당했다. 이 대인계육유통은 현철호 회장과 특수관계자들이 10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가족회사′였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상생의 길은?</strong>
스트레이트는 다시 한 번 프랜차이즈 산업의 구조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과도한 ′필수 물품′을 줄이고 가맹점 매출에 비례해 본사에 로열티를 지급하는 방향으로 갈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공정위도 지난 2019년 상생발전을 유도하는 방법으로 로열티 구조 전환을 제시했고, 인센티브도 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로열티 방식을 새로 적용한 가맹 본사는 10여 곳에 그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