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PD수첩팀

[PD수첩] 국제투자분쟁 사건, 론스타 펀드와 대한민국의 배상금 약 3천억 원의 판결문 분석

입력 | 2022-10-18 22:30   수정 | 2022-10-18 22:30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2011년 5월 론스타의 ‘산업자본’이라는 명백한 증거가 드러났지만, 금융위원회는 심사하지 않아
- 전 론스타 코리아 대표 스티븐 리 15년째 범죄인 인도 절차 진행 중, PD수첩 취재 결과 미국 뉴저지에서 소재 파악돼
- 국제투자 분쟁 신청 기각, 무효 판정 등을 받은 143건 중 전부 무효 판정을 받은 건 6건으로 4%에 불과해,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취소 소송을 신청해도 전망이 어둡다고 밝혔다</strong>

18일 밤 PD수첩 <3천억 원을 배상하라, 론스타 VS 대한민국>에서는 론스타가 우리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과 론스타 외환은행 매입 그리고 매각하는 과정에 관해 취재했다. 지난 8월 말 PD수첩은 중재 재판소의 우리 정부의 약 3천억 원 배상 선고 이후 법무부에서 공개한 판결문을 입수해 전문가들과 그 내용을 분석했다. 론스타 측의 입장은 외환은행을 매각할 당시 한국의 금융당국이 하나금융의 인수 승인을 고의로 지연시켜 손해를 봤다는 입장. 그들이 국제투자분쟁을 통해 처음 청구한 금액은 46억 7,950만 달러(약 6.1조 원). 법무부는 브리핑을 통해 2억 1,650만 달러(약 2,800억 원)에 대해 론스타 측이 승소하고 나머지 44.6억 달러에 대해 우리 정부가 청구금액 대비 95.4% 승소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향후 판결 취소 및 집행정지 신청을 검토,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 일부 전문가들은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2003년의 과정부터 여러 의혹과 문제점을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은행을 가질 수 있는 자격 요건이 엄격하다. 대기업 같은 산업자본이 은행의 자금을 자기 것처럼 인출하는 것을 막기 위한 금산분리 원칙에 따른 것. 금융업이 아닌 계열회사 자산 총액이 2조 원 이상이거나 비중이 25% 이상이면 산업자본에 해당됐다. 론스타의 산업자본 의혹을 제기한 시민단체는 정보공개 청구를 진행해 외환은행 인수과정이 기록된 문건을 확보할 수 있었다. 문건 내용 속에는 론스타에 인수되기 두 달 전, 서울 모 호텔에서 10여 명의 참석한 회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회의 참석자 중에는 당시 변양호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과 추경호 재경부 은행제도과장, 김석동 금감위 감독정책1국장 등 경제 관료들, 그날 회의에서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 51%를 구매할 방안을 논의했고, 부실 금융기관의 예외 승인 방안이 제시됐다. 당시 외환은행은 자기자본비율이 2002년 말 9.31%, 다음 해 6월 9.56%로 정상화된 상태. 회의 이후로 외환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이 5개월 뒤 5.42%로 떨어질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나왔고 결국 예외 승인이 진행됐다는 것. 하지만 산업자본은 예외가 없었다. 권영국 변호사는 “산업자본은 은행 소유 및 대주주가 될 수 있는 예외 조항을 두지 않고 (은행 주식) 4% 이상 보유를 승인한 것 자체가 범죄 행위”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회계법인 확인서 등을 통해 (론스타가)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론스타의 자격 승인 심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작성된 한 회계법인의 <비금융주력자 확인서>는 이후 외압에 의해 급조된 걸로 밝혀졌다. 론스타가 신고한 국내외 23개의 관계회사. 23곳의 서류 중 심사에 필요한 서류를 제출한 곳은 세 군데뿐이고 그나마 하나는 회계감사도 받지 않은 서류였다. 2006년,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에 대해 감사원의 감사 및 검찰 수사가 시작됐지만, 산업자본 문제는 다뤄지지 않았고 금융당국 관료들 중 처벌받은 사람은 없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 대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게 가처분 신청을 했던 권영국 변호사는 PD수첩에 당시 재판을 거쳐 확인된 정보를 보여줬다. ″2005년에서 2010년까지 론스타가 산업자본이었다는 게 결정문에 명시됐고, 우리 금융 감독 당국인, 금융위원회가 산업자본 여부를 심사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2011년 5월 언론을 통해 론스타가 산업자본이라는 명백한 증거가 밝혀졌다. 론스타의 자회사 가 일본의 골프 산업 선두에 있는 두 회사 중 하나 ′PGM 홀딩스′라는 것. 2010년 말 기준으로 회사 자산만 3조 7천억 원 규모. 사실이 알려지고 논란이 되자 6개월 뒤 론스타는 골프장을 처분했다. 그러자 금융위원회도 론스타가 산업자본이 아니라며 외환은행 매각을 승인했다. 이때 론스타가 챙긴 시세차익은 4조 6천억 원. 심상정 국회의원은 ″처음부터 속아줄 결심이었다고 보고 3천억을 국민의 세금으로 낸다면 우리 국민들까지 호구로 만드는 것″라고 견해를 밝혔다. PD수첩은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때, 금감위 국장으로 직접 관여한 김석동 당시 금융위원장을 찾았다. 이번 중재 재판에서 3천억 원의 배상 결과에 대해 입장을 묻고자 했지만, 김 전 위원장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2015년 미국에서 론스타와의 국제투자 분쟁 첫 심리가 열리고 우리 정부가 이길 수 있는 전략은 론스타가 산업자본임을 밝히는 것이란 의견이 나왔다. 송기호 국제통상전문 변호사는 “론스타는 애초부터 산업자본이고 금산분리 원칙을 위반한 보호받을 수 없는 투자자다”라고 주장하기 위해 국제 중재 판정부에 참여 신청을 했지만, 중재 판정부는 송 변호사가 속한 민변의 참여를 거부하며 절차 결정서를 보내왔다. 그 안에는 우리 정부가 론스타의 산업자본 문제를 다투지 않기로 동의했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2015년 론스타 분쟁 대응 TF 단장은 추경호 당시 국무조정실장이 맡았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때와 2011년 론스타 외환은행 매각협상을 진행할 때 재경부 은행제도과장 그리고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인수와 매각을 도왔다는 의혹을 받았다. 지난 본회의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론스타와의 분쟁에서 산업자본을 다루지 않은 건 정부 법률 대리인의 결정이라고 밝힌 바 있었다. 법무부 또한 론스타가 산업자본이라는 변론은 기존 정부 입장과 모순돼 사건이 불리할 것이라는 법률 조언에 따른 것이라 답변했다. PD수첩은 추경호 경제부총리를 찾아가 배상금 판결에 관해서 언급되고 있는 구상권 청구 의견을 물었다. 부총리는 판결문에 본인의 이름이 나오는지 물었다. 본인이 판결문의 대상자냐는 것. 하지만 국제투자분쟁 판결문에는 금융위원회의 책임에 대해 명시돼 있었고 추경호 부총리는 당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었다.

검사 시절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소속된 론스타 수사팀은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을 유죄로 이끌었다. 한동훈 장관은 당시 사건에 관해 ″벨기에 펀드 회사 대표로 있던 마이클 톰슨이 해외 도피 중″라고 답했는데 해외 도피 중인 또 하나의 핵심 인물이 있었다. 바로 론스타 코리아 대표였던 스티븐 리. 그는 2005년 론스타 코리아가 탈세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되자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도주 12년 만에 이탈리아에서 붙잡혔지만, 범죄인도 청구를 진행했을 때는 4일 전에 이미 풀려난 뒤로 송환에 실패했다. 법무부는 스티븐 리에 대한 범죄인 인도 절차는 15년째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PD수첩은 미국에 거주하는 안치용 재미 언론인을 통해 2년 전 스티븐 리 전 대표가 미국 뉴저지에 살고 있다는 제보를 입수했다. PD수첩은 그를 직접 찾아가 봤지만, 스티븐 리를 닮은 남자는 사실을 부인했다. 그런데 5년 전 그 집을 스티븐 리 이름으로 구매한 것과 그 뒤로 주인이 바뀐 적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법무부는 이번 국제투자분쟁 선고에 대해 무효 신청을 의지를 밝혔다. 무효 신청의 근거는 우리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소수의견. 그 의견을 낸 한 명은 우리 정부가 선임한 중재위원으로 우리에게 유리한 의견을 낼 가능성이 높았다. 국제통상 전문가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무부의 입장과 달랐다. ″법무부도 오해하는 측면이 있다고 보는데 취소 소송을 해서 끝까지 가는 게 좋다 얘기를 하는데 원래 중재 재판이라는 게 단심″이라는 것. 지금까지 국제투자 분쟁 신청 기각, 무효 판정 등을 받은 건수 중 전체 승소 건수는 6건으로 4%에 불과했다. 법무부는 합리적으로 주장할 수 있는 취소사유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고 구체적 취소사유는 소송 전략이므로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송기호 국제통상전문 변호사는 ″국민이 3천억 원이라는 큰돈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데 왜 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누가 잘못했고 누구의 행위가 대한민국의 잘못으로 인정됐는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