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박소희

마리우폴 마지막 철수 그리스 외교관 "시민들 맹목적으로 공격받아"

입력 | 2022-03-21 09:57   수정 | 2022-03-21 09:58
러시아의 집중 공격대상이 된 우크라이나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 최근 철수한 그리스 외교관이 현지 참상에 대해 시리아 내전 당시 알레포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구소련 레닌그라드에 비견된다고 전했습니다.

현지시간 20일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유럽연합 회원국 외교관 중 가장 마지막으로 마리우폴을 떠난 그리스 총영사 마노리스 안드룰라키스는 이날 그리스 도착 후 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같이 밝혔습니다.

마리우폴은 러시아가 2014년 합병한 크림반도와 친러 분리주의 반군이 장악한 동부 돈바스를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로, 2주 넘게 이어진 러시아의 포위공격으로 사실상 폐허가 됐습니다.

그는 ″마리우폴이 전쟁으로 완전히 파괴된 도시 명단에 들게 될 것″이라면서 알레포, 레닌그라드, 스탈린그라드와 함께 스페인 내전 당시의 게르니카, 제2차 체첸 전쟁 당시 그로즈니 등을 언급했습니다.

사상 최악의 포위전으로 꼽히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레닌그라드 전투에서 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인 레닌그라드는 독일군에 900일 가까이 포위돼 100만 명 이상이 기아와 질병, 포격으로 사망했습니다.

시리아 제2 도시였던 알레포도 2012년부터 정부군과 반군 등 사이서 벌어진 내전 중 포위 공격으로 폐허가 됐습니다.

그는 ″내가 본 것을 누구도 보지 않기를 바란다″며 ″지금 시민들이 어찌해볼 수도 없이 맹목적으로 공격받고 있다″면서 마리우폴에서 시신이 흩어져있는 장면을 목격하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휴전을 위해 한 목소리를 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그는 다른 그리스인 10명과 함께 지난 15일 마리우폴을 떠난 뒤 나흘간의 여정을 거쳐 몰도바를 경유해 루마니아에 도착했으며, 이후 루마니아에서 항공편을 이용해 무사히 그리스로 돌아왔습니다.

그는 침공 이후 그리스 국민과 동포 수십 명이 마리우폴에서 대피할 수 있도록 지원해 그리스에서 ′영웅′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는 ″우리는 가능한 많은 동포를 구하려고 노력했다″면서도 ″마리우폴에 머물며 생존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영웅″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