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4-11 11:49 수정 | 2022-04-12 14:02
유력한 차기 총리로 꼽히는 영국 재무부 장관이 부인의 세금 문제로 최대 위기를 맞았습니다.
42살 리시 수낙은 영국의 재무장관입니다.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영국에서 젋고 똑똑한 촉망받는 엘리트 정치인으로 꼽혔으며, 코로나19 사태로 영국 경제가 큰 타격을 입었을 때도 유급 휴직 등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을 펼쳐 인지도를 끌어올렸습니다. 특히 투자은행 출신이라는 배경은 물론, 운동으로 다져진 탄탄한 몸에 딱 맞는 고급 양복을 즐겨 입는 그의 모습은 말 그대로 시민들의 ′워너비′ 였습니다.
하지만 수낙 장관의 이미지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장기 재정 건전성을 강조한 세금 인상을 추진하며 논란을 빚었기 때문입니다.
수낙 장관은 지난 6일, 일종의 소득세와 같은 개념인 영국의 국민보험 분담금을 1.25%포인트나 올렸습니다.
하지만 영국 국민들이 그에게 실망한 것은 단순히 ′세금 인상′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인상 당일, 부인 아크샤타 무르티가 해외 소득에 관해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겁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소득세 1.25% 올렸지만 재벌 부인은 ′면세′</strong>
무르티는 인도 IT 대기업인 인포시스 창업자의 딸입니다. 회사 지분 약 7억 파운드, 우리돈으로 약 1조 1천여억 원어치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가 ′송금주의 과세제′를 이용해서 세금을 내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영국 시민들이 분노한 겁니다.
1799년 도입된 영국의 ′송금주의 과세제′는 영국 장기체류 외국인들이 매년 일정 금액을 낼 경우 해외 소득을 영국으로 송금하기 전까지는 세금을 물리지 않는 제도입니다. 영국 BBC는 해당 제도를 통해 무르티가 연간 약 3만 파운드, 우리돈 4천8백만 원을 지불하고 210만 파운드, 우리돈으로 약 33억 원의 세금 납부를 교묘히 피해갔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아내의 세금 문제가 보도되자 수낙 장관은 공직자가 아닌 아내를 공격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발했습니다. 인도 국적이고 미래에 부모를 돌보러 귀국할 예정이기 때문에 이 제도를 이용할 자격이 있다는 게 그의 주장입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차기 총리 유력후보에서 추락‥미국 영주권</strong>
하지만 이번에는 수낙 장관 본인에 대한 세금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장관 임명 후에도 1년 넘게 미국 영주권을 보유하고 미국에 세금 신고를 했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시되며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습니다.
논란이 거세지자 아내 무르티는 모든 해외소득에 관해 세금을 지불하겠다며 진화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인도 국적과 장기체류 외국인 자격은 계속 유지할 계획이라고, BBC는 전했습니다. 현재 기준으로 2억 8천만 달러, 우리돈 약 3천438억 원에 달하는 영국 상속세를 피하기 위함으로 해석됩니다.
수낙 장관은 최근 자료유출 관련 조사를 지시한 데 이어 현지시간 10일에는 보리스 존슨 총리에게 공직자 윤리 위반사항이 있는지 자신을 조사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